월드컵 충격 여파 어디까지… 정몽규 떠난 뒤 축구협회 '대수술' 예고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사상 초유의 후폭풍이 한국 축구계를 강타한 가운데 대한축구협회(KFA)의 차기 수장을 뽑는 선출 방식이 통째로 바뀔 전망이다. 현행 100~300명 규모의 제한된 선거인단이 투표하는 ‘간선제’에서, 전국의 수많은 축구인이 직접 참여하는 ‘사실상의 직선제’로 개정하는 방안이 정부와 체육계 주도로 전격 추진된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과달라하라에 위치한 대표팀 숙소를 나서고 있다. / 뉴스1

30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는 회원종목단체의 회장 선출 규정 개정을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논의는 최근 축구대표팀을 둘러싼 각종 논란과 월드컵 패배로 촉발된 축구협회 쇄신 여론에 부응하기 위한 조치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최근 회장 궐위 시 ‘60일 이내 선출’ 조항의 예외 규정 마련과 선거인단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큰 틀의 제도 개선 방향에 대해 문체부와 의견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당초 대한체육회는 지난해부터 선거제도 개편을 포함한 체육회 정관 개정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동안 총 5차례에 걸친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으며 다음 달 개최 예정인 대의원 총회에서 이를 안건으로 다룰 계획이었다. 상위 기관인 대한체육회의 정관이 개정되면 축구협회를 비롯한 산하 회원종목단체의 규정도 이에 맞춰 순차적으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 절차다.

그러나 최근 축구대표팀의 부진과 행정 난맥상으로 촉발된 축구협회 쇄신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한체육회 전체 정관 개정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판단에 따라 체육회와 문체부는 회원종목단체의 관련 규정을 우선 개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대의원 총회를 통과하더라도 주무부처 승인 등 최종 정관 개정 완료까지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라며 “시급한 축구협회 인적 쇄신과 인프라 개혁을 뒷받침하기 위해 회원종목단체 규정 개정을 대폭 앞당겨 추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 축구팬이 30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에 실패한 홍명보호 귀국을 기다리던 중 축구협회 로고 영정사진을 들고 있다. / 뉴스1

앞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은 국가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사전 캠프를 진행 중이던 지난달 29일 “선수단이 월드컵 무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대회 직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공식 표명한 바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정 회장이 사직서를 정식 제출하는 즉시 축구협회는 보궐선거 체제로 전환된다. 회장 직무대행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할 경우 축구협회 정관에 따라 반드시 ‘60일 이내’에 새로운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

현재 축구협회는 ‘궐위 시 60일 이내 회장 선출’ 규정을 근거로 내세우며 기존 100~300명 안팎의 선거인단이 참여하는 간선제 방식을 바꿀 시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짧은 기한 내에 대규모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축구협회의 버티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60일 이내 선출’ 조항을 유예하거나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을 먼저 개정할 방침이다. 상위 단체인 체육회가 규정을 개정하면 축구협회 역시 이를 의무적으로 정관에 반영해야 한다.

체육계의 계획대로 ‘60일 이내 선출’ 규정이 무력화돼 차기 회장 선거까지 충분한 준비 기간이 확보된다면 체육계와 축구팬들이 요구해 온 ‘직선제 도입’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축구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완전한 형태의 직선제는 선거 관리와 비용 등 현실적인 제약이 따르는 만큼 선거인단 자격을 획기적으로 완화하는 ‘사실상의 직선제’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국 단위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는 등록 선수 및 지도자, 심판’ 등으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해 기존의 수백 명 수준이던 선거인단을 수만 명 이상으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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