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장윤기...알고 보니 아버지가 경찰, 증거까지 없앴다

일면식도 없는 여고생을 납치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장윤기 사건에서 피고인의 아버지가 핵심 증거를 훼손하거나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초동수사의 적절성과 친족의 증거인멸을 둘러싼 법적 쟁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SBS 8 뉴스 단독보도다.

지난 5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이 사건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검찰에 따르면 장윤기는 새벽 시간 길을 걷던 여고생 이채원 양을 납치한 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사건 초기 경찰은 살인 혐의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장윤기 역시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여고생 살인 피고인' 장윤기 / 뉴스1

하지만 이후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사건의 성격은 크게 달라졌다. 검찰은 성범죄 목적이 있었다고 판단해 혐의를 강간살인 등으로 변경해 기소했다. 이는 추가 압수수색과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확보된 여러 증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논란이 된 부분은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발견된 리얼돌이었다. 경찰은 압수수색 당시 일부가 훼손된 리얼돌 여러 개가 있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를 증거물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피고인의 아버지가 해당 리얼돌을 직접 해체해 광주 시내 여러 장소에 나눠 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핵심 증거도 사라졌다. 검찰 조사 결과 장윤기의 과거 휴대전화는 사건 이후 아버지에 의해 불태워진 것으로 파악됐다. 휴대전화에는 범행 전후의 행적이나 검색 기록, 통화 내역 등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중요한 디지털 증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도 초동수사 과정에서는 확보되지 못했다. 이후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SD카드를 확보했고, 여기에는 장윤기가 지인에게 "내 앞에 나타난 여자만 불쌍하다"는 취지로 말하는 음성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자료와 참고인 진술 등을 종합해 계획성과 성범죄 목적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지인들로부터 확보한 진술도 공소사실에 반영했다. 일부 참고인은 장윤기가 과거 "인생이 망하면 여고생을 봉고차에 납치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러한 자료를 종합해 단순 우발적 살인이 아니라 성범죄 목적을 가진 범행이었다고 보고 있다.

'광주 여고생 살인 피고인' 장윤기 / 뉴스1

이번 사건은 피고인의 아버지가 현직 경찰 간부라는 점에서도 논란이 커졌다. SBS 보도에 따르면 아버지는 광주 지역에서 근무하는 경찰 중간 간부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에서 그는 "아들의 범행이 성적인 부분과 연결되는 것이 우려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을 계기로 '친족의 증거인멸' 규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증거를 인멸하거나 위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일정한 범위의 친족이 본인이나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없앤 경우에는 형을 면제하는 특례를 두고 있다. 이는 가족 사이에서 서로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겠다는 형사정책적 고려가 반영된 규정이다.

즉 이번 사건에서 아버지가 아들의 범행과 관련된 증거를 없앴다는 의혹이 사실로 인정되더라도, 현행 형법상 친족에 의한 증거인멸은 원칙적으로 처벌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처벌이 절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증거인멸죄와 별개로 다른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은 사건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소장인 최용문 변호사는 경찰의 적법한 수사를 방해한 행위가 인정될 경우 공무집행방해죄 적용 가능성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실제 어떤 혐의가 성립하는지는 구체적인 행위와 증거, 재판부의 법률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 사건은 초동수사의 중요성도 다시 한번 보여줬다. 형사사건에서는 범행 직후 확보하는 현장 증거와 디지털 자료가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핵심 자료가 되는 경우가 많다. 휴대전화와 블랙박스, 컴퓨터, 저장장치 등은 삭제되거나 훼손되기 전에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수사 실무의 기본 원칙으로 꼽힌다.

경찰이 초기 압수수색 과정에서 확보하지 못했던 자료를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 확보하면서 혐의 자체가 달라진 점 역시 이번 사건의 중요한 특징이다. 결과적으로 살인 혐의로 시작된 사건은 강간살인 혐의까지 적용되며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는 성범죄 목적이 실제 인정되는지, 피고인의 계획성과 고의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증거가 어떤 법적 의미를 갖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또한 친족의 증거인멸 특례가 현행법상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지, 아니면 중대 강력범죄에는 예외를 둘 필요가 있는지를 둘러싼 사회적 논의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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