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면... 듣기만 해도 공포스러운 날씨 전망 나왔다
장마가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다시 무더위가 찾아온 2일 오후 대구 남구 앞산 고산골에서 시민들이 쿨링포그(안개형 냉각수) 장치가 가동된 등산로를 걷고 있다. / 뉴스1

올여름 한국인들은 낯선 6월을 보냈다. 기온은 예년보다 오히려 높았는데도 몸으로 느끼는 더위는 훨씬 덜했다. 비밀은 습도에 있었다. 서울의 6월 평균 습도는 61%로, 평년(66%)은 물론 지난해(70%)보다도 뚜렷하게 낮았다. 습기가 빠진 공기 덕분에 낮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도 끈적임 없이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반면 평균 기온 자체는 24.0도로 지난해와 같았고, 평년보다는 1.3도나 높았다. 결국 이번 6월은 "시원한 여름"이 아니라 "덜 눅눅한 더운 여름"이었던 셈이다.

이런 마른 공기는 장마전선이 늦게 북상한 결과다. 상층에 차고 건조한 공기가 오래 버티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진출도 지연됐고, 남쪽의 습한 수증기가 제때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다 7월 1일, 정체전선이 북상하며 수도권을 포함한 중부지방이 공식적으로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하루 앞선 6월 30일에는 제주와 남부지방이 먼저 장마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런데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장마가 시작된 첫날에도 더위는 꺾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1일 수도권과 강원 내륙에는 폭염특보가 함께 발효됐고, 서울과 춘천의 낮 최고기온은 33도까지 올랐다. 비구름이 몰려온 날 체감온도 역시 33도 안팎을 기록하며 평년 수준을 웃돌았다. 장맛비와 무더위가 동시에 나타나는, 앞으로 다가올 여름의 예고편이라 할 만하다.

문제는 장마 그 자체가 아니라 장마 이후다. 기상청의 계절 전망에 따르면 이달과 다음달 모두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상당하다. 지역별로 이달 중하순부터 말 사이 장마가 순차적으로 종료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작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시점은 바로 그 직후다. 장마전선이 물러난 자리를 북쪽의 티베트고기압과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이 겹겹이 채우는 '이중 열돔'이 재현될 가능성이 거론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름 이 현상이 나타났을 때는 남동풍이 소백산맥을 넘으며 고온건조해지는 푄 효과까지 더해져 서울을 포함한 서쪽 지역 낮 기온이 40도를 넘나들었다. 올해는 북극 해빙이 최근 몇 년 새 최저 수준으로 줄고 북인도양·북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높게 유지되고 있어,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한반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시기 서유럽에서는 이미 최고기온 40도 중반대의 폭염으로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 독일 등이 특히 심각해 열차 운행 축소, 야외 행사 취소는 물론 파리에서는 폭염 중 공공장소 음주 제한이라는 이례적 조치까지 나왔다. 이 폭염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오메가 블록'이다. 상층 제트기류가 그리스 문자 오메가(Ω) 모양으로 크게 휘면서 강한 고기압이 한 지역에 오래 정체하는 현상인데, 고기압이 뚜껑처럼 지표를 덮으면 공기가 가라앉으며 압축열로 더 뜨거워지고 구름과 비는 차단된다. 밤에도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더위가 누적되는 구조다.

다만 전문가들은 한반도에 닥칠 더위가 유럽과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 유럽의 열돔이 비교적 건조했다면 한반도는 다습한 공기가 도심 열섬과 겹치며 밤에도 열기가 빠지지 않는 '습식 폭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습도가 더해진 체감온도 상승은 특히 야간 온열질환 위험을 키운다는 점에서 더 위협적이다. 여기에 엘니뇨 전환 가능성까지 겹치면 올여름 더위는 단순한 이상기후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낮은 습도 덕에 냉방기를 덜 켜도 됐던 '6월의 여유'는 오래가지 못할 전망이다. 고온다습한 공기가 본격 유입되면 냉방 수요와 전력 피크가 동시에 치솟을 수밖에 없고, 그 부담은 냉방 환경이 취약한 계층부터 덮친다. 전력망 정비, 건물 냉방 효율 개선, 취약계층 지원 같은 대책을 폭염이 본격화되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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