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색 점멸 무시 vs 황색 점멸 과속…법원은 누구 책임을 더 크게 봤나

적색 점멸 신호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고 교차로에 진입했다가 사고를 낸 50대 화물차 운전자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ncheols Hwang-shutterstock.com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이영은)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 치상 혐의로 기소된 A 씨(55)의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500만 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3일 뉴스1이 보도했다.

적색 점멸 신호서 교차로 진입

보도에 따르면 A 씨는 2024년 1월 15일 오전 8시 30분께 전북 완주군 봉동읍의 한 편도 4차로 도로에서 4.5t 화물차를 몰다 B 씨(60)의 승용차를 들이받아 다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B 씨는 약 12주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사고 당시 A 씨는 적색 점멸 신호를 받고 있었고 B 씨는 황색 점멸 신호를 받은 상태에서 각기 다른 방향에서 교차로에 진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적색 점멸 신호에 일시 정지하지 않은 사실은 인정했다. 다만 당시 차량 속도가 시속 34㎞ 정도였고 황색 점멸 신호를 받은 피해자도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우측 건물 때문에 B 씨 차량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B 씨 차량이 제한속도를 넘겨 진행한 점이 사고의 주된 원인이라는 취지로도 항변했다. 자신의 일시 정지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심과 항소심 재판부는 모두 A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A 씨의 일시 정지 의무 위반에 있다고 봤다. 적색 점멸 신호를 무시한 채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는 행위는 충돌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큰 운전 행위라는 판단이다.

재판부 “일시 정지했다면 사고 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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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A 씨가 적색 점멸 신호에 따라 일시 정지했다면 사고를 회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 차량이 정지했다면 약 17m의 거리를 두고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차량이 보이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일시 정지가 이뤄졌다면 A 씨와 피해자 모두 서로의 차량을 발견하고 멈출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적색 등화의 점멸 신호를 위반해 그대로 교차로에 진입하는 것은 충돌사고를 야기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여러 가정적 상황을 상정해 사고의 인과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나 그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피해자도 황색 점멸 신호에서 전방 교통 상황을 충분히 살피지 않았거나 제한속도를 일부 초과해 사고 발생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벌금 500만 원 집행유예 1년

1심은 A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 씨의 형사책임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양형 사정을 고려해 벌금 500만 원의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에게도 일부 과실이 있는 점 자동차 종합보험을 통해 피해 회복이 이뤄진 점 A 씨가 항소심에 이르러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한 점 등을 감형 사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과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적색 점멸 신호에서 일시 정지하지 않은 A 씨의 과실이 부정되거나 형사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적색 점멸과 황색 점멸, 무엇이 다르나

점멸 신호는 일반 신호처럼 초록불과 빨간불이 순서대로 바뀌는 방식이 아니라 특정 색의 신호가 깜빡이며 운전자에게 주의 의무를 알리는 장치다. 특히 교차로에서 적색 점멸 신호와 황색 점멸 신호가 함께 운영되는 경우 두 방향의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의무는 서로 다르다.

적색 점멸 신호를 받은 운전자는 정지선이나 교차로 직전에 반드시 일시 정지해야 한다. 단순히 속도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차량을 멈춘 뒤 좌우에서 접근하는 차량이나 보행자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교차로에 진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적색 점멸 신호는 ‘멈춘 뒤 확인하고 진행’하는 신호로 이해해야 한다.

반면 황색 점멸 신호는 일시 정지까지 요구하지는 않지만 서행과 전방 주시 의무가 따른다. 운전자는 신호가 없는 교차로를 지날 때처럼 속도를 줄이고 주변 차량 흐름을 살펴야 한다. 교차로에 먼저 진입한 차량이 있는지, 좌우에서 접근하는 차량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채 그대로 진행하면 사고 발생 때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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