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있는 최순실, 10년 만의 첫 언론 인터뷰서 한동훈에게 분노 표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 최서원(70·개명 전 최순실)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대학 시절, 그 어린 날로 돌아가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회한을 털어놨다. 그는 검사 시절 자신을 수사한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 대해선 보수를 궤멸했다고 지적헸다.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지 10년 만이자 2016년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다.

최서원(개명 후 최순실)씨. / 뉴스1

7일자 한국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최씨는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회의실에서 변호인 배석 아래 한국일보 기자와 만났다.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에 벌금 200억 원, 추징금 63억여 원을 확정받았고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 관련 징역 3년을 더해 총징역 21년으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해 왔다. 햇수로 11년째 옥살이를 해온 그는 척추 수술 부위 감염과 패혈증 우려 등 건강상 이유로 지난달 2일 세 번째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입원 중이다. 형기 만료는 2038년 예정이나, 벌금을 납부하지 못하면 유치 기간이 늘어날 수 있다. 국정농단 주요 관련자 가운데 현재 수감 상태인 사람은 최씨뿐이다.

최씨는 인터뷰 결심 배경에 대해 "정신이 있을 때 내게 쏟아졌던 비난과 오명을 다는 아니더라도 마지막으로 지울 것은 지우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날로 건강이 악화해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단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척추 염증으로 하루 세 차례 항생제 주사를 맞고 있다며 "이 상태로 교도소에 돌아가면 다시 나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 만기를 채우면 안에서 죽을 것이 분명하다"고 했다.

최씨는 국민에 대한 사죄와 항변을 오갔다. 그는 "제가 정점이 되어 문제가 돼선 안 됐던 일이 벌어진 점에 대해 국민께 죄송하다"며 "박 전 대통령을 옆에서 잘못 모시는 바람에, 고(故) 육영수 여사와 박 전 대통령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국민의 마음을 무너뜨렸다는 점엔 역사적으로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국정에 개입해 농단하려던 것은 아니고, 정치적 야망도 없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돕게 됐고, 계속 박 전 대통령 곁을 떠나고자 했다"고 주장했다.

최서원(개명 후 최순실)씨. / 뉴스1

박 전 대통령을 향한 섭섭함도 드러냈다. 최씨는 의혹이 불거진 뒤 박 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언급하며, 귀국하기도 전에 대국민 담화가 발표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30~40년 신뢰를 갖고 거의 한 몸이 돼서 도왔다"며 "한순간에 심부름꾼, 몸종이었다는 식으로 폄하하는 게 비수를 꽂는 것 같았다"고 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자신이 떠나려 하자 붙잡았다고도 주장했다. "아무도 없는데 가면 어떡하나, 지금처럼 해줄 사람이 필요하니 자리 잡을 때까지만 도와주고 가면 안 되겠느냐"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원했다면 비서관이든 뭐든 직책을 받았을 텐데 유치원 하던 사람이 무슨 정치 야욕이 있겠나"라며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았다. 그랬으면 비선실세라는 얘기는 안 들었을 텐데"라고 했다.

검찰과 특검 수사 과정의 부당함도 언급했다. 최씨는 2016년 12월 특검 조사 당시 검사에게서 "3족을 멸하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모멸감이 컸다"고 했다. 핵심 증거였던 태블릿PC에 대해서는 "태블릿을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의 폭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최씨는 "사람을 받아들일 때 사심이 있거나 거짓일 거라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며 "재판에 나가 보니 다 나를 이용하고 속였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특검 수사 주축이었던 한동훈 의원의 정계 진출에 대해서는 "한 의원은 평생을 검사로 보낸 사람이다. 법무부 장관, 여당 대표까지 과연 본인의 정치적 성과를 국민에게 인정받아 간 길인지 모르겠다. 보수 대통령 두 명을 구속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는 30년을 직접 구형한 사람이다"라면서 "그때부터 보수가 궤멸되고, 지지자들이 떠났다. 그런 사람이 갑자기 국회의원으로 나와 보수를 재건한다고 한다. 초선 의원이면 의정활동부터 충실히 해서 평가받고 반성하고, 3선 정도 한 다음에나 할 수 있는 얘기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서원(개명 후 최순실)씨. / 뉴스1

최씨는 국정농단 관련자 대부분이 풀려났으나 자신만 남아 있는 점을 두고 "나만 남겨두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지 않나"라고 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모두 풀려난 점을 언급하며 "국정농단의 핵심을 박 전 대통령으로 꼽을 수 없어, 모든 책임을 내게 지운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오찬에서 자신의 사면 건의를 듣고 "벌써 그렇게(10년이) 됐느냐"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 데 대해서는 "대통령 앞에서 이야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며 "여태까지 어디에서도 내 사면 문제를 말해 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수감 초기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최씨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살아갈 염치가 없다고 해야 하나"라며 "가족에게도, 박 전 대통령에게도, 국민 앞에도 미안했다"고 했다.

과거로 돌아가 바꾸고 싶은 순간을 묻자 최씨는 잠시 침묵한 뒤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난 그 대학 시절, 어린 날로 돌아가서 안 만났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내 삶은 완전히 180도 바뀌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제일 후회하는 게 그거다." 그는 "앞으로 살아가야 할 딸과 어린 세 손주가 불쌍하고 안됐다"며 "만약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손주들과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남들이 하는, 나는 못 해본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