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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큰 폭풍. 미국 기상 당국이 제9호 태풍 바비(BAVI)에 붙인 수식어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한때 바비의 폭풍 영역이 1600km 넘게 뻗어 있다고 진단했다. 웬만한 나라 하나를 통째로 덮고도 남는 소용돌이가 미국령 괌과 북마리아나제도를 정면으로 할퀴면서 태평양 한복판의 작은 섬들이 쑥대밭이 됐다. 이렇게 무시무시한 태풍이 7일 현재 북상 중이다. 한국도 영향권에 들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휴양지 괌과 사이판이 바비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국내에도 비상이 걸렸다. 괌발 인천·부산행 항공편이 줄줄이 끊겼고, 외교부는 재외국민 보호 대책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다. 여름 여행을 떠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여행객들의 걱정이 온라인에 쏟아진다.
바비는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분석에서 올해 세 번째로 등장한 카테고리 5등급 태풍이다.
발달 속도가 이례적이다. JTWC는 바비의 최대풍속이 24시간 만에 시속 120km가량, 36시간 동안 시속 160km 넘게 뛰었다고 밝혔다. 24시간에 시속 56km 이상 강해질 때를 '급강화(rapid intensification)'로 규정하는 국제 기준의 두세 배에 달하는 폭발적 성장이었다. 이 태풍은 지난 5일 최대풍속 시속 290km(초속 약 81m)로 정점을 찍었다.
북마리아나제도의 작은 섬 로타는 태풍의 눈에 통째로 삼켜졌다. 인구 1900명 남짓한 이 섬을 바비의 눈이 정면으로 지나가면서 로타 시장 집무실이 크게 부서지는 등 심각한 피해가 접수됐다. 괌 국제공항에서는 하루 강수량이 약 313mm까지 치솟아 일 강수량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사이판 국제공항에서는 순간최대풍속 시속 171km의 돌풍이 관측됐다. 이 지역은 지난 4월 슈퍼태풍 신라쿠(SINLAKU)에 휩쓸린 지 석 달도 안 돼 또 한 번 초강력 태풍의 직격을 받았다. 루 리언 게레로 괌 주지사는 섬 전체의 비상 대응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랜던 에이들릿 NWS 예보관은 취재진에게 "이건 괴물급 슈퍼태풍이고, 직격탄을 맞는 섬은 어디든 암담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상학자들은 바비를 '엘니뇨가 빚은 태풍'으로 본다. 미국 기후 매체 예일 클라이밋 커넥션스에 글을 쓴 제프 마스터스 박사는 강한 엘니뇨가 자리 잡을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초여름 슈퍼태풍이라고 짚었다. 엘니뇨 해에는 태풍이 아시아에서 먼 동쪽 바다에서 만들어져 따뜻한 바다 위를 오래 지나기 때문에 5등급까지 발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JTWC 관측 이래 79년 동안 슈퍼태풍은 317개, 연평균 4개꼴로 발생했는데, 강한 엘니뇨였던 1997년에는 한 해에만 11개가 쏟아졌다.
기상청이 이날 오전 10시 발표한 태풍정보 제9-21호에는 바비의 닷새치 예상 경로가 시간대별로 담겼다. 지난 2일 오전 9시 발생한 바비는 이날 오전 9시 현재 괌 서북서쪽 약 610km 해상에서 강도 4(매우 강)를 유지한 채 서쪽으로 시속 21km로 나아가고 있다. 중심기압 925hPa, 최대풍속 초속 51m(시속 184km), 강풍반경 500km, 폭풍반경 130km다. 7일 오후 9시에는 괌 서북서쪽 약 910km 해상으로 진출하며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 초속 53m(시속 191km)까지 강해지고 이동 속도도 시속 27km로 빨라지겠다. 강풍반경은 520km로 넓어진다.
8일 오전 9시 일본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1240km 해상, 8일 오후 9시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1100km 해상을 지나는 동안 바비는 중심기압 920hPa, 최대풍속 초속 53m의 정점 세력을 이어간다. 이 무렵 진행 방향은 서에서 서북서로 틀어지고 이동 속도는 시속 19km로 느려진다. 9일 오전 9시에는 오키나와 남남동쪽 약 940km 해상에서 중심기압 925hPa, 최대풍속 초속 51m(시속 184km)로 세력이 조금 누그러진다.
10일 오전 9시 바비는 오키나와 남남서쪽 약 600km 해상까지 북상하며 북서로 방향을 잡는다. 중심기압 930hPa, 최대풍속 초속 50m(시속 180km), 강풍반경 480km다. 11일 오전 9시에는 대만 타이베이 동북동쪽 약 120km 해상에 바짝 다가서면서 중심기압 935hPa, 최대풍속 초속 49m(시속 176km)로 약해진다. 12일 오전 9시 중국 푸저우 북쪽 약 360km 부근 육상에 이르러 강도 3(강)으로 한 단계 내려앉고, 중심기압 965hPa, 최대풍속 초속 37m(시속 133km)로 빠르게 쇠퇴한다.
대만 중앙기상서(CWA)도 바비가 대만 북쪽 해상을 지날 가능성이 상륙보다 크다고 보고 있다. 라이신궈(賴欣國) CWA 예보관은 이르면 목요일 해상경보, 목요일 밤이나 금요일 육상경보를 낼 수 있다고 밝혔다. 예보 모델상 대만 이란(宜蘭)현이 바비의 폭풍권에 들 확률이 49%로 가장 높게 잡혔다.
한국인 여행객이 몰리는 괌·사이판의 항공편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홈페이지를 통해 기상 영향으로 항공편의 비정상 운항이 예상된다고 안내했고, 진에어(괌)와 제주항공(사이판)도 노선 차질 가능성을 미리 알렸다. 외교부는 현지에 머무는 여행객에게 경보 수준을 확인하고 해외안전여행 콜센터를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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