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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조 신분증과 초소형 이어폰, 송수신기 등을 동원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성적을 부정하게 취득한 외국인과 브로커 등 113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부정 취득한 성적을 국내 대학 입학과 졸업, 장학금 수령, 비자 취득 등에 활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국내 브로커인 20대 남성 A 씨를 구속하고 대리시험 의뢰자와 대리응시자 등 11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위조 외국인등록증을 사용한 일부 피의자에게는 공문서위조와 위조공문서행사 혐의도 적용됐다.
A 씨는 지난 1월 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으며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일부 대리응시자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약 4년간 조직적으로 범행을 이어왔다. 중국에 있는 총책은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샤오홍슈 등에 ‘TOPIK 고득점’과 ‘합격 보장’ 등의 광고를 올려 의뢰자와 대리응시자를 모집했다.
총책은 의뢰자의 인적 사항과 대리응시자의 사진을 합성한 위조 신분증을 제작하거나 의뢰자와 용모가 비슷한 사람을 대리응시자로 선발했다. 국내 브로커 A 씨는 의뢰자 정보를 총책에게 전달하고 시험 접수 과정 전반을 관리했다.
컴퓨터 분야를 전공한 A 씨는 자동 로그인과 시험장 선점, 응시료 일괄 결제가 가능한 매크로 프로그램도 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선착순으로 마감되는 시험장에서 의뢰자가 원하는 장소를 확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부정시험은 대리응시와 통신 장비를 이용한 실시간 정답 수신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리응시자들은 시험 당일 의뢰자 명의의 위조 신분증과 접수증을 전달받아 시험장에 들어간 뒤 대신 시험을 치렀다.
일부 의뢰자는 직접 시험장에 들어가 감독관에게 휴대전화 1대를 제출한 뒤 다른 휴대전화를 옷 속에 숨겼다. 시험장 밖에서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답을 불러주면 목 뒤에 부착한 송수신기와 초소형 이어폰으로 이를 전달받았다.
일부 응시자는 목 뒤에 착용한 송수신기에서 불빛이 깜빡이는 모습을 감독관이 발견하면서 현장에서 적발됐다. 경찰은 신분증과 응시자의 얼굴을 육안으로 비교하는 현행 확인 방식만으로는 위조 신분증과 초소형 장비를 이용한 부정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TOPIK은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이 주관하는 한국어능력시험으로, 외국인과 재외동포의 한국어 실력을 평가한다. 성적은 국내 대학 입학과 졸업, 장학금 수령, 취업, 비자 취득·연장 등에 활용된다.

경찰 조사 결과 일부 의뢰자들은 부정하게 취득한 성적으로 국내 대학에 입학하거나 졸업했고 장학금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 취득과 연장, 취업에 활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의뢰자들은 시험 등급에 따라 1인당 1만~3만5000위안, 한화로 약 200만~800만원을 지급했다. 대리응시자 11명은 건당 약 80만원을 받고 시험을 대신 치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국내 브로커가 약 2억원, 중국 총책이 약 5억원의 범죄수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브로커의 재산 가운데 약 1억5000만원은 추징보전했다.
경찰은 중국에 머무는 총책과 응시자들에게 장비를 전달한 20대 남성 2명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부정하게 취득한 TOPIK 성적은 국내 대학 입학과 졸업, 장학금 수령뿐 아니라 비자 취득·연장과 취업에도 활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들이 진학한 대학 가운데는 서울 소재 대학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의뢰자는 경찰 조사에서 형사처벌 대상인 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정한 성적으로 학위와 장학금 등을 얻은 사례가 확인된 만큼 시험 부정행위가 교육과 학사 행정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관계기관에 생체인식 기반 본인 확인 시스템과 시험장 금속탐지기 도입을 요청했다. 부정 취득한 성적이 적발될 경우 학적과 비자를 취소할 수 있도록 행정처분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교육부와 국립국제교육원은 부정행위자가 소속된 대학에 관련 내용을 통보해 학위 취소와 장학금 환수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도록 할 방침이다. 신분증 확인 절차를 강화하고 조직적 부정행위에 대한 제재 기준도 높일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도 중국 SNS에서 관련 광고가 계속 확인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유사 범죄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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