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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학교 건물을 점거하고 교내 시설물에 래커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동덕여대 학생들이 첫 재판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대부분 부인했다. 학생들은 본관 점거를 직접 지휘하거나 교직원의 출입을 통제하지 않았으며, 래커칠도 시설물의 본래 기능과 효용을 훼손하지 않아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단독 김보라 판사는 22일 업무방해와 공동퇴거불응, 공동감금, 재물손괴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당시 동덕여대 총학생회장 최모 씨 등 학생 11명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이들은 2024년 11월 11일부터 12월 3일까지 학교 측의 남녀공학 전환 추진에 반대하며 24일간 본관과 100주년기념관 등을 점거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학생들이 근조화환과 학교 집기 등을 출입구에 배치해 교수와 교직원의 출입을 제한하고 학사·행정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일부 피고인에게는 동덕여대 정문 앞 도로와 본관 로비, 기둥, 벽면, 100주년기념관 외부 계단 등에 ‘민주동덕’, ‘공학 전환 반대’ 등의 문구를 래커로 적은 혐의가 적용됐다. 이들 중 한 명은 당시 총장 비서실에 있던 직원이 사무실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문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워 문을 막은 공동감금 혐의도 받고 있다.

피고인들은 업무방해와 공동퇴거불응 등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학생들의 본관 점거로 교직원 업무가 실제로 방해됐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지장이 발생했더라도 위력을 행사하거나 고의로 업무를 방해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당시 총학생회장이었던 최 씨 측은 학교 측의 요청에 따라 학생들에게 퇴거를 권유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을 뿐 점거를 주도하거나 지휘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피고인들도 청소나 물품 관리 등을 위해 잠시 현장에 머물렀을 뿐 점거를 목적으로 상주하지 않았고 학교 측의 퇴거 요구를 직접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공동감금 혐의를 받는 피고인도 직원의 출입을 막거나 문손잡이에 빗자루를 끼워 가둔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된 피고인들은 교내 시설물에 래커칠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다만 래커가 칠해진 장소가 도로와 계단, 건물 바닥과 벽면 등으로 이후에도 통행이나 시설 이용이 가능했던 만큼 시설물의 본래 기능이나 효용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세척 등을 통해 원상회복이 가능하다는 점도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 근거로 들었다.
피고인 측은 래커칠이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도 주장했다. 설령 손괴 행위로 인정되더라도 의사 표명을 위한 정당행위인 만큼 위법성이 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덕여대는 당시 점거 농성과 시설물 훼손으로 약 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총학생회장 등 학생 21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후 학교 측이 고소를 취소하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했지만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혐의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없이 수사가 가능해 경찰 수사는 계속됐다.
경찰은 지난해 6월 학생 등 22명을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이들 가운데 11명을 지난 3월 불구속 기소했다.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1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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