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실 에어컨 설치 반대... 공기 오염되고 지구 뜨거워진다"

"공기 오염돼 경비실 에어컨 반대? 인간임 포기 마시라"

폭염 속 경비원들의 유일한 휴식처인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안내문이 아파트 단지에 나붙자 한 입주민이 실명을 밝히며 "말 같지도 않은 이유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마시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상반된 두 안내문이 나란히 온라인에 공개되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한 입주민을 겨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서울 중랑구 신내동의 한 아파트 6단지에 붙은 안내문 두 장이 2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함께 올라왔다.

첫 번째 안내문은 '6단지 경비실에 에어컨 설치를 반대합시다'라는 제목이 달렸다. 작성자는 '추진자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동대표회장과 동대표들이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한 뒤 반대 이유 다섯 가지를 나열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이 붙인 글. / 인터넷 커뮤니티

이들이 든 이유는 △매달 관리비가 죽을 때까지 올라간다 △공기가 오염된다 △공기가 오염되면 수명이 단축된다 △지구가 뜨거워지면 짜증이 나 주민 화합이 되지 않고 직원과 주민 간 관계도 파괴된다 △6단지보다 큰 아파트에도 경비실에 에어컨을 설치해 주지 않았다 등이었다. 이들은 "에어컨 설치를 주민의 이름으로 반대합시다"라며 동참을 독려했다.

이 안내문 옆에는 '추진자 일동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반박문이 나란히 붙었다.

자신을 신내6단지 주민이라고 밝힌 A씨는 실명까지 공개하며 "여러분, 말 같지도 않은 이유들로 인간임을 포기하지 마십시오"라고 직격했다.

A씨는 "단 한 번이라도 여러분께서 쓴 글이 경비 아저씨들에게, 그리고 글을 읽는 주민들에게 어떤 상처를 줄지 생각해 보셨느냐"며 "경비 아저씨들도 누군가의 남편이고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한 명의 소중한 인간"이라고 적었다.

이어 "그늘 하나 없는 주차장 한가운데 덩그러니 있는 경비실에 지금까지 에어컨 한 대 없었다는 것이 저는 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비실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을 비판하는 글. / 인터넷 커뮤니티

A씨는 반대 이유도 조목조목 되받았다. 그는 "공기 오염이 걱정되신다면 댁에서 종일 켜두시는 선풍기를 끄시고, 수명 단축이 걱정되신다면 중랑구민체육센터에서 운동을 하시라"며 "지구가 뜨거워지는 것이 걱정되신다면 일요일마다 있는 분리수거 시간을 잘 지켜 하나하나 철저하게 하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쓰신 이기적인 글을 읽고 자라날 우리 동네 아이들에게 참 미안한 마음이 든다"며 "'추진자 일동'이라는 단어 뒤에 숨지 마시고 당당하게 나오셔서 논리적으로, 그리고 인간적으로 의견을 내주시면 존중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사연이 퍼지자 누리꾼들은 에어컨 설치를 반대하는 입주민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폭염 속에 일하시는 어르신들이 안쓰럽지도 않으냐", "본인들 직장에 에어컨을 안 틀어주면 노동청에 바로 신고할 거면서 정작 집을 지켜주는 분들의 에어컨은 그렇게 싫으냐", "공기 오염이 걱정되면 본인 집 에어컨부터 끄라"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에어컨 설치 반대 이유의 허술함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일부 누리꾼은 에어컨 한 대 설치로 관리비가 평생 크게 오른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에어컨 사용이 경비실 주변 공기를 사람 수명을 단축할 만큼 오염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으며, 기후변화는 수많은 요인이 누적돼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경비실 에어컨 한 대를 주민 화합 파괴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인과관계를 지나치게 넓힌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남들도 안 하니 우리도 안 한다'는 논리 역시 설득력이 없다고 이들은 짚었다.

"정의와 도리가 살아 있는 결말이라 다행", "속이 다 시원하고 통쾌하다" 등 반박문을 향한 지지도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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