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빌려달라고 하더니…” 장윤기 사건 남학생이 증언한 당시 상황

여고생을 흉기로 공격한 장윤기가 비명 소리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남학생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한 뒤 신고를 부탁하는 척하다가 기습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날 광주 도심에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해 살인·살인미수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있는 장윤기/ 뉴스1

광주지법 형사13부는 27일 오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과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3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숨진 이채원 양의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장윤기의 공격을 받은 고등학생 고 모 군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증인신문은 피해자 보호와 범행 내용 등을 고려해 비공개로 진행됐다.

“119 신고해 달라”…휴대전화 보는 순간 공격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이 공판 직후 공개한 증언에 따르면 장윤기는 이 양을 공격한 직후 현장에 도착한 고 군에게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말했다.

고 군이 이유를 묻자 장윤기는 “119에 신고하려 한다”고 답한 뒤 대신 신고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고 군이 신고를 위해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내려다보는 순간 장윤기는 돌연 흉기를 휘둘렀다.

고 군은 몸싸움 과정에서도 장윤기가 자신의 목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당시 장윤기가 범행 직후임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태연한 모습이었다고 진술했다.

법률대리인단은 고 군의 증언을 통해 장윤기가 구조를 요청하는 것처럼 행동해 고 군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 뒤 공격한 구체적인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 군은 사건 당시 이 양의 비명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다가 크게 다친 생존 피해자이자 범행 상황을 직접 목격한 핵심 증인이다. 미성년자인 고 군은 당시 상황을 다시 진술하는 데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SNS 대화·여성 음성 녹음도 추가 증거로

지난 5월 5일 사건 발생 직후 언론에 포착된 장윤기의 차량. / 연합뉴스

검찰은 이날 장윤기의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고교 시절 사회관계망서비스 대화, 차량 블랙박스 자료 등 추가 증거 185건을 제출했다.

추가 증거에는 장윤기가 고교 시절 지인과 나눈 대화 가운데 청소년 여성을 차량으로 납치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차량 블랙박스에 녹음된 여성 지인들과의 일상 대화를 휴대전화로 옮겨 별도로 보관한 정황도 제시됐다. 검찰과 피해자 측은 이러한 자료가 장윤기의 범행 목적과 평소 성 인식을 보여주는 정황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장윤기 측은 대화 내용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성적인 대화를 먼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에 호응한 수준이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일부 증거가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성이 높지 않다는 입장도 밝혔다.

장윤기 측은 앞선 2차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추가 증거의 증거능력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부 증거가 무엇을 입증하는지에 대해서는 다투고 있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단은 장윤기 측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일부 증거와 성적 목적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것은 형량을 낮추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 양의 부모도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이후 가족의 삶이 무너졌다며 장윤기를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해 달라고 호소했다. 유족은 재판부에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광주 광산구의 한 고등학교 인근에서 귀가하던 이 양에게 성범죄를 목적으로 접근해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고 군을 공격해 살해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을 감금·성폭행하고 스토킹한 혐의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중학생의 신체 일부를 불법 촬영한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다음 공판은 오는 8월 31일 오후 2시 결심공판으로 열린다. 재판에서는 피고인신문과 검찰의 구형이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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