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련번호 똑같은 투표지' 발견... 큰 파문 일 듯

6·3 지방선거 당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빚어진 송파구 선거관리위원회 산하 투표소에서 하나의 투표지 일련번호가 두 장의 투표지에 중복 기입된 사실이 드러났다.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수사 중인 검·경 합동수사본부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뒤 압수상자를 차량에 싣고 있다. / 뉴스1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송파구 선관위 산하 두 곳의 투표소에서 같은 일련번호가 적힌 투표용지를 확인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서울신문이 28일 보도했다. 투표지 부족으로 무번호 투표용지가 추가 보급됐는데, 임의로 일련번호를 기입하는 과정에서 같은 번호가 사용된 것이다. A투표소에서 일련번호 1000번이 수기로 적힌 투표지가 사용됐는데, B투표소에서도 1000번이 기입된 투표지가 발견된 셈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투표용지 일련번호는 공직선거법상 용지에 사전 '인쇄'돼야 한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다. 다만 공직선거 절차 사무편람은 일련번호 없는 투표용지를 선거인수의 3% 내외로 준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투표 인증 기기 등을 사전 점검하거나 투표용지 부족 등 사유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송파구 선관위는 상위인 서울시 선관위로부터 일련번호를 받아 무번호 투표용지에 인쇄 기기나 수기로 번호를 적었다.

하지만 이번 지선에서는 송파구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표용지 일련번호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 합수본 관계자는 동일한 일련번호를 가진 투표지가 여러 장 존재하면 당연히 투표의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없다면서 선거 결과의 공정성과 신뢰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된 사례라고 서울신문에 밝혔다.

수사 과정에서는 무번호 투표용지의 일련번호가 통일된 기준 없이 기입된 사례도 드러났다. 또 다른 투표소에서는 '1번, 2번' 등 기준 없이 숫자만 나열한 곳도 있었고, 공란으로 남겨둔 곳도 확인됐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 중 투표가 중단됐던 전국 26개 투표소에서 무번호 투표용지 3697개가 배부됐다고 판단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합수본이 수사 범위를 확대할 경우 동일한 일련번호가 적힌 투표용지가 추가 발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합수본은 무번호 투표용지 일련번호 기입이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마땅한 처벌 조항이 없어 사법 처리 여부를 고심 중이다. 조현옥 진상규명위원장은 "공직선거법상 일련번호는 투표용지의 진정성을 위해 인쇄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무번호 투표용지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합수본은 송파구 선관위 직원 두 명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소환 조사에 나섰다.

법조계에 따르면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을 위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본부장 김태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28일 송파구 선관위 선거담당관 A씨와 선거 1계장 B씨를 직무유기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A씨 등은 6·3 지방선거 당시 특정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사전 상황이 있었음에도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일선 투표소로부터 추가 투표용지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도 이를 묵살하고 즉시 대응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들은 합수본이 출범 후 수사 과정에서 혐의를 새로 포착해 입건한 피의자들이다. 앞서 합수본은 고발된 선관위 관계자들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바 있지만, 직접 입건한 피의자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 등의 '외유성 출장 의혹'과 관련한 중앙선관위 관계자 두 명의 참고인 조사도 이날 예정돼 있다.

'투표율 등 통계 조작 사태'와 관련한 중앙선관위 서버 압수수색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합수본은 6·3 지방선거에서 지역 투표소 관리를 담당한 선관위 실무자급 직원들이 투표자 수 오입력 실수를 은폐하기 위해 선거관리시스템 통계 수치를 임의로 수정한 사실을 포착해 수사하고 있다. 오입력 발생 시 상부에 보고하고 결재받아 수치를 수정해야 하는 절차를 무시한 채 실무자가 임의로 숫자를 허위 입력하는 방식으로 통계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합수본은 지난 23일부터 경기 과천시 중앙선관위와 송파구·강남구·서초구 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자료 확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서버에 대해서는 주말 동안 압수수색을 중단했다가 전날부터 재개한 상태다. 합수본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관련자들을 불러 통계 조작이 발생한 경위와 범위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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