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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여고생 살해범 장윤기(23)의 차량에 한 번이라도 탄 적이 있는 여성들이라면 섬뜩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겠다. 그가 자신의 차량에 태운 여성 여러 명과 나눈 일상 대화를 블랙박스에서 매번 휴대전화로 옮겨 따로 보관해온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행위가 장윤기의 왜곡된 성 인식을 보여준다고 봤다.

광주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정호)는 27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강간 등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장윤기의 3차 공판을 열고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증인신문과 영상·서류 증거조사는 잔혹한 범행 수법과 피해자 사생활 보호를 이유로 비공개로 이뤄졌다.
이날 검찰은 장윤기가 차량에 동승한 여성 지인들과 나눈 대화가 담긴 블랙박스 녹음·영상을 반복해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옮겨 보관한 자료를 증거로 냈다. 블랙박스 영상은 보관 기간이 길지 않고 새 영상이 쌓이면 용량에 따라 지워지는데, 장윤기는 여성을 차에 태울 때마다 해당 파일을 SD카드에서 휴대전화로 수시로 옮겨 따로 저장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영상과 녹음에 담긴 대화 자체는 평이한 일상 수준이었고, 등장하는 여성은 최소 2명 이상으로 동일인인지 다른 사람인지는 구분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문석 변호사(민변 전남광주지부 공익소송단장)는 이런 행위를 두고 "여성과 나눈 일상적인 대화 녹음을 블랙박스에 그대로 두지 않고 매번 자신의 휴대전화로 옮겨 보관한 것은 평소 가지고 있던 왜곡된 성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장윤기가 지역아동센터에서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할 당시 특정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인식한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메모와 물건도 증거로 제출했다. 해당 자료에서는 특정 피해 여성을 도구화하거나 성적 대상화한 정황이 확인됐으나, 김 변호사는 2차 피해가 우려된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증거조사 과정에서 본 자료 가운데 특별히 기억나는 발언이나 대사는 없었고 행위들이 주를 이뤘다"고 에둘러 설명했다.
이날 검찰이 신청한 추가 증거는 휴대전화 포렌식 자료와 통화내역 등 185점에 이른다. 여기에는 장윤기가 고등학교 동창, 사회복무요원 동료와 각각 주고받은 SNS 대화록도 포함됐다. 대화록에는 "청소년 여성을 차로 납치해 성범죄를 저지르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 밖에 훼손된 채 발견된 성인용 인형(리얼돌)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서와 차량 감식 영상, 현장감식 결과보고서 등도 증거로 냈다.
장윤기 측 국선변호인은 검찰이 낸 추가 증거를 모두 받아들이면서도 입증 취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과거 대화록에 담긴 성적 발언은 지인들이 먼저 유도한 것이고 피고인은 소극적으로 호응한 정도"라며 범행의 주도성을 부인했다. 또 장윤기의 학창 시절 생활기록부를 제출하며 평소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성향이었다고 변론했다. 이에 대해 유족 측은 장윤기가 성적 목적의 살인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관련 증거의 성적 연관성만 부인하고 있다며, 사형을 피해 무기징역을 받으려는 의도라고 반박했다.
오전 증인신문에는 장윤기에게 살해된 고 이채원양의 부모와, 이양의 비명을 듣고 구하려다 장윤기가 휘두른 흉기에 크게 다친 고교 2학년 남학생이 출석했다. 이양의 유족은 재판부를 향해 "장윤기를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하는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하며 오열했다. 유족은 공판 뒤 낸 입장문에서 "아무리 딸이 보고 싶어도 못 본 지 벌써 84일째"라며 "아무런 연관도 없는 가해자의 잔혹한 범죄로 소중한 딸의 생명을 빼앗겼고 저희 가족의 삶은 완전히 파탄 났다"고 밝혔다. 장윤기는 재판 대부분을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장윤기는 지난 5월 5일 오전 0시 10분쯤 전남광주 광산구 월계동의 한 학교 인근 인도에서 귀가하던 이양에게 성범죄 목적으로 접근해 흉기로 살해하고, 비명을 듣고 달려온 남학생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범행 이틀 전 직장 동료인 외국인 여성을 감금·성폭행한 혐의와 사회복무요원 시절 중학생의 신체를 여러 차례 몰래 촬영한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다음 달 31일 오후 2시 결심공판을 열어 피고인 심문과 검찰 구형을 진행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검찰은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케이블타이 실물을 증거로 쓰기 위해 압수영장 발부 절차도 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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