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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서울 강남역 일대에 쏟아지면 도로가 최대 1m 깊이까지 잠길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실제 도로와 배수시설을 재현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침수 양상이 확인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강남역 인근 도심지를 대상으로 도시홍수 시뮬레이션과 실규모 수리실험을 진행한 결과를 29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국지성 집중호우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 중인 도시홍수 예측·대응 기술의 하나로 진행됐다. 컴퓨터 수치모형에 실제 도로와 배수체계의 특성을 반영하고, 경북 안동 하천실험센터에서 실규모 수리실험을 함께 실시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반포천 유역의 지형과 우수관망을 비롯해 도로의 종단·횡단 경사, 빗물받이 등 주요 배수시설을 시뮬레이션에 반영했다. 강남역 사거리 모의구간에는 강우와 유출 조건을 재현해 도로 위로 물이 넘치는 과정과 빗물받이의 배수 처리능력을 살폈다.

분석 대상에는 침수가 시작되는 시점과 물이 퍼지는 방향, 시간에 따른 침수심 변화도 포함됐다. 도로에 떨어진 빗물이 배수시설로 빠져나가는 양과 우수관망의 처리 한계를 함께 계산해 집중호우가 이어질 때 침수 범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시간당 100㎜ 이상의 비가 내리면 기존 배수시설의 처리능력을 넘어서는 것으로 분석됐다. 구간별 침수 깊이는 수십 센티미터부터 최대 1m까지 나타났다.
연구팀은 같은 조건을 안동 하천실험센터의 도시홍수 파일럿 실험장에서도 재현했다. 실제 도로와 배수시설을 구현한 공간에 물을 흘려보내 침수 발생과 확산 과정을 확인한 결과,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수치 계산에만 의존하지 않고 실제 규모의 시설에서 결과를 다시 확인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도로 경사와 빗물받이 위치, 배수관의 처리 상태에 따라 물이 고이는 지점과 침수심이 달라지는 과정도 함께 살폈다.
연구 결과는 도시홍수 예·경보 시스템의 정확도를 높이고 침수 취약지역을 사전에 관리하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우수관망과 빗물받이, 저류시설 등 도시 배수시설의 설계와 운영 기준을 검토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연구진은 앞으로 강우량과 지속시간, 배수시설 운영 조건을 달리한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치모형과 현장 관측자료를 연계해 디지털트윈 기반의 도시홍수 예측 기술도 개발한다. 목표는 집중호우 때 예상 침수 범위와 깊이를 빠르게 계산하고 지역별 배수 여건에 맞는 대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선규 건설연 원장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시간당 100㎜ 안팎의 극한강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배수시설의 용량을 넘어서는 도시홍수 위험도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는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규모 실험을 통해 교차검증함으로써 도시홍수 예측 기술의 신뢰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강남역 일대는 주변보다 지대가 낮아 짧은 시간에 많은 비가 내리면 빗물이 몰리기 쉬운 지역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강남역 주변은 인근 지역보다 10m 이상 낮다. 2022년 8월 강남 지역에 시간당 116㎜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도로가 침수되고 차량이 물에 잠기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서울 전역에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내리면서 주택과 상가가 침수되는 등 큰 피해가 잇따랐다.
서울시는 현재 강남역과 대치역, 이수역 사거리 등 침수 우려가 큰 주요 도로를 대상으로 사전 통제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면 경찰과 함께 차량 진입을 통제하고, 관련 정보를 내비게이션 업체에 전달해 운전자에게 우회도로를 안내한다.
장기 대책으로는 강남역 일대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터널이 완공되면 시간당 110㎜ 수준의 폭우에도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완공 전까지는 실시간 침수 예측과 도로 통제, 기존 배수시설 점검을 중심으로 강남역 일대의 침수 피해를 최소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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