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꿈 안고 한국에 왔는데... 성매매로 내몰리는 여성들

가수의 꿈을 안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 외국인 여성들이 무대 대신 유흥업소로 내몰려 성매매를 하고 있다. 유엔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인 30일, KBS가 '공연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성적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를 집중보도했다.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은 유엔이 2013년 12월 총회에서 결정해 매년 7월 30일로 정한 국제 기념일이다.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인신매매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피해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각국의 공동 대응을 촉구하기 위한 취지다. 유엔은 성매매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을 목적으로 사람을 모집·운송·인계·인수하는 행위를 인신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전 세계 인신매매 피해자 3명 중 1명이 어린이인 것으로 보며, 빈곤과 분쟁 등으로 취약 계층의 피해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한국에서도 피해자 보호를 위해 '인신매매등방지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인신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KBS 보도에 따르면 동두천 미군기지 인근에서는 밤이 깊어지자 짧은 옷차림의 여성들이 호객에 나섰다. 클럽 안에서는 적극적으로 술을 권했고, 한 여성은 취재진에게 'VIP'를 언급하며 특정 업소를 안내했다. 업계에서 성매매를 암시하는 표현이라고 KBS는 전했다.

이 여성들은 공연 비자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식 명칭은 E-6-2 비자로, 호텔과 외국인 전용 업소 등에서 공연하는 용도로만 발급된다.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3년 전 이 비자로 들어온 필리핀의 20대 여성들은 비자 발급을 위해 본국에서 연습생 생활까지 했지만, 한국 땅을 밟는 순간 꿈이 물거품이 됐다.

'공연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여성들이 유흥업소에서 성적 착취에 시달리고 있다는 실태를 KBS가 집중보도했다

우정희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상담소 부소장은 KBS에 "꿈을 안고 온다. 기대를 안고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부소장에 따르면 업주는 공연 대신 "야한 옷을 입고 손님에게 다가가라", "행동으로 유혹하라"고 강요했다. 기본급은 약속한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나머지를 채우려면 손님에게 술을 팔아야 했다. 우 부소장은 이를 두고 "서비스라는 명목으로 성 착취와 성희롱을 당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감시도 이어졌다. 업소에서는 CCTV로, 숙소에서는 함께 거주하며 이들을 통제했다. 우 부소장은 "도망가면 가족에게서 돈을 받겠다는 식으로 협박했다"고 전했다.

성평등부는 2년 전 이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로 인정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선임연구원인 김종철 변호사는 KBS에 "돈을 주고 팔아넘기는 것만 인신매매가 아니라 성매매를 강요하는 것도 인신매매의 지표"라고 설명했다. 피해자들이 근무했던 업소 가운데 한 곳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KBS는 지적했다. 성평등부는 인신매매방지법에 업주 처벌 규정을 담는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문제의 구조는 통계로도 드러났다. KBS가 공연 비자 신청 자료를 전수 분석한 결과, 지난 10년 동안 이 비자로 입국한 인원은 7800명, 신청 건수는 5757건에 달했다. 이들은 호텔과 유흥 시설 등에서 공연할 수 있지만 85%가 외국인 전용 유흥업소로 보내졌다. 국적은 대다수가 필리핀이었다.

현지와 유흥업소를 잇는 고리는 공연 기획사였다. 필리핀 현지에서 가수 모집 공고를 내 여성을 뽑은 뒤 비자를 신청해 한국으로 데려오는 방식이다. KBS 분석에서 공연 기획사 230여 곳이 유흥업소 370여 곳에 여성을 알선했고, 이 가운데 상위 30곳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알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의 기획사가 반복적으로 여성을 공급하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이 중 12곳은 인신매매나 성매매 알선 등을 하는 불법 업소에 여성을 중개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진이 찾아간 한 기획사는 여성들을 유흥업소에 알선한 것만 130여 차례에 달했다. 이 기획사 사장은 KBS 취재진에게 "실질적인 피해는 회사다. 다들 도망가서 없어져 버린다. 나라에서 비자를 내줘 정식으로 일을 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흥업소들도 법망을 피해 가긴 마찬가지였다. 상습 추행과 성매매 알선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업소가 있던 자리에는 간판만 바꿔 단 업소가 성업 중이라고 KBS는 전했다.

공연 비자를 내주는 곳은 법무부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다. 그러나 이들이 실제로 일하는 업소에 대한 점검은 1년에 단 한 차례뿐이고, 그마저도 업소에 미리 통보하고 나가 '보여주기 식'에 그친다고 KBS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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