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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가마솥처럼 끓고 있다. 대구 곳곳의 낮 기온이 84년 만에 40도를 넘어섰고, 경남 양산에서는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낮 최고기온이 42도를 돌파했다. 야외 활동에 나섰던 사람들이 잇따라 쓰러지고, 논밭에서 일하던 고령자들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인명 피해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과 대구기상청에 따르면 3일 대구의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지점 5곳에서 낮 기온이 40도를 넘겼다. 이날 오후 1시 23분 서구가 40.1도를 기록한 데 이어 북구 40.9도, 동구 신암동 40.2도, 달성군 옥포 40.1도, 달성군 40도로 잇따라 치솟았다. 대표 관측지점인 동구 효목동의 낮 최고기온도 39.4도까지 올랐다.
대구에서 낮 최고기온이 40도를 넘은 것은 1942년 8월 1일 이후 처음이다. 다만 당시 기록은 대표지점에서 측정된 값이라는 점에서 이번과는 차이가 있다. 경북에서도 고령이 오후 2시 19분 40도, 영천 신녕이 오후 2시 37분 40.2도를 찍는 등 곳곳에서 40도 안팎의 불볕더위가 이어졌다.
폭염은 대구·경북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날 경남 양산의 낮 최고기온이 42.5도까지 올라 국내 기상관측 사상 처음으로 42도선을 넘었다. 정부는 같은 날 오후 1시를 기해 폭염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를 1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했다. 2일 오후 4시 기준 전국 16개 시·도 228개 구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다.
인명 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집계를 보면, 폭염 대책 기간이 시작된 5월 15일부터 8월 1일까지 누적 온열질환자는 1889명, 추정 사망자는 14명이다. 지난 1일 하루에만 96명이 새로 신고됐다. 이 감시체계는 전국 500여 개 응급실이 진료한 환자를 질병청이 이튿날 오후 4시 공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충남 당진에서는 전날 농작업을 하러 나간 고령자 2명이 잇따라 숨졌다. 오전에 논에 물을 보러 나갔다가 귀가하지 않은 A씨(60대)는 가족이 찾아 나선 끝에 논 옆 도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날 B씨(80대)도 밭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로써 올해 충남에서만 온열질환으로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에서도 지난 1일까지 온열질환자 162명이 발생해 2명이 숨졌다. 발생 장소는 실외가 129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폭염 피해가 커지면서 '열사병'과 '일사병'을 구분해 대처하는 방법에도 관심이 쏠린다. 흔히 두 질환을 같은 것으로 여기지만 위험도와 응급처치 방법이 전혀 다르다.
일사병은 강한 햇볕과 더운 공기에 오래 노출돼 몸이 체온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면서 생긴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전해질 균형이 깨지는 것이 원인이다. 체온은 37~40도 정도로 오르고 어지러움, 두통, 메스꺼움, 무기력 같은 증상이 나타나지만 의식은 대체로 또렷하게 유지된다. 피부는 창백하면서 차갑고 축축한 편이다. 흔히 '더위 먹었다'고 표현하는 증상이 여기에 가깝다. 이날 대구 중구에서 40여 분간 야외활동을 하다 병원으로 옮겨진 20대 남성의 열탈진도 일사병과 같은 계열로 볼 수 있다.
일사병은 대부분 시원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휴식을 취하고 물을 충분히 마시면 회복된다. 다만 30분가량 지나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으면 더 심각한 상태인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열사병은 몸의 체온 조절 중추가 기능을 잃어 심부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는 응급 질환이다. 가장 큰 특징은 땀이 멈춘다는 점이다. 몸이 열을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기 때문에 피부가 뜨겁고 건조하며 붉게 변한다. 여기에 의식 저하, 착란, 경련, 혼수 같은 신경학적 이상이 동반된다. 무더운 날씨에 누군가 의식이 흐려지거나 헛소리를 한다면 열사병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열사병은 제때 치료받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중증 질환이다.
두 질환을 가르는 핵심은 땀과 의식이다. 땀을 흘리고 의식이 또렷하면 일사병, 땀이 멎고 피부가 건조하며 의식이 흐려지면 열사병에 가깝다.
열사병이 의심되면 곧바로 119에 신고하고,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환자의 체온을 최대한 낮춰야 한다. 시원한 곳으로 옮긴 뒤 옷을 느슨하게 풀고, 큰 혈관이 지나는 목과 겨드랑이, 사타구니에 얼음주머니를 대면 체온을 빨리 떨어뜨릴 수 있다. 얼음주머니가 없으면 몸에 시원한 물을 적시고 부채질을 해 준다. 열사병에는 해열제가 거의 듣지 않는다.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억지로 물을 먹이면 질식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폭염에 따른 피해는 사람에 그치지 않는다. 5월 15일부터 8월 2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돼지 2만 8194마리와 가금류 40만 4256마리 등 모두 43만 2450마리에 이른다. 양식 어류 피해도 16만 5196마리로 집계됐다.
지방자치단체도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는 3일 오전 오세훈 서울시장의 지시로 정상훈 행정1부시장 직무대리 주재 아래 폭염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서울에는 지난달 23일부터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번 주에도 최고기온 37도 안팎의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시는 독거 어르신과 장애인, 만성질환자 등 건강 취약계층 6만 3000여 명의 안부를 방문간호사 등을 통해 확인하고, 야외 근로자에게 식수와 그늘, 휴식 시간을 제공하는지 점검하기로 했다. 정 직무대리는 "폭염이 장기화하고 강도도 더욱 거세지는 만큼 현장을 꼼꼼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질병 당국은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을 거듭 당부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무더위가 8월 말까지 평년보다 높은 기온으로 이어질 전망인 만큼, 어르신 등 더위에 취약한 분들의 안부를 가족과 친지가 자주 확인해 달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티베트고기압과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이중으로 덮고 있어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더운 시간대에는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물을 자주 마시며,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곧바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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