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차 미만 대한민국 검사들, 모두 이렇게 신분 바뀐다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폐지되면서 70여 년간 이어진 검찰 직접수사 시대가 막을 내린다.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을 대신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문을 열면, 수사와 기소를 한 손에 쥐어온 검찰 권력의 지형도 자체가 바뀐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 뉴스1

정부는 4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없애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사는 스스로 범죄 혐의를 인지해 수사에 착수하거나, 경찰이 넘긴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다. 대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경찰은 최대 2개월 안에 이를 마쳐야 한다. 수사 개시부터 강제수사와 기소까지 한 기관에 몰려 있던 권한을 나누는 검찰개혁의 결과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며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비판, 별건수사와 표적수사 논란이 견제 요구를 키웠다.

새 형사사법체계는 수사와 기소를 갈라놓는다. 경찰은 국민이 일상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민생 형사사건을 맡고, 중수청은 부패·경제·사이버·마약·조직·선거 범죄와 대형 참사 관련 사건 등 국가적·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한다. 검사는 기소와 공소유지에 집중한다. 기존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이 경찰과 중수청으로 나뉘어 넘어가는 셈이다.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총정원 2874명 규모로 출범한다. 이 가운데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중수청수사관이 2567명으로 전체의 89.3%를 차지하고, 일반직공무원 등이 307명이다. 본청에 396명, 6개 지방청에 2478명이 배치된다. 사건이 몰리고 관할도 넓은 서울지방중수청에는 지방청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1089명이 배정된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 개청 진행상황' 브리핑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직제 제정안 등을 5일부터 10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지방청은 사건 관계인의 편의와 수사·공소·재판의 연계성을 고려해 고등법원 관할구역에 맞춰 설치한다. 서울청은 서울·인천·경기북부·강원을, 수원청은 경기남부를, 대전청은 대전·세종과 충청권을, 대구청은 대구·경북을, 부산청은 부산·울산·경남을, 광주청은 광주·전남·전북·제주를 각각 맡는다.

수사 조직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 사이버범죄, 법왜곡죄 등 이른바 7대 중대범죄를 유형별로 전문 수사할 수 있게 편제된다. 서울청에는 경제·금융·반독점·반부패·마약·첨단수사 등 6개 전문 수사국을 두고, 보이스피싱과 금융·가상자산·마약·국가재정 범죄에 대응하는 합동수사과 5곳을 신설한다. 금융위원회와 국세청 등의 파견 정원도 직제에 반영했다. 검사의 요청에 따라 중수청이 다른 수사기관 사건의 보완수사를 맡게 되는 만큼, 사회적 약자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조직도 본청과 각 지방청에 둔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 뉴스1

검찰 권력을 나누려고 만든 중수청이 다시 막강한 수사기관으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이를 견제하기 위해 수사관 임용권을 계급별로 쪼갰다. 1·2급 수사관은 대통령이, 수사 지휘와 관리의 핵심을 맡는 3~5급은 행안부 장관이 임용한다. 중수청장은 1~5급 임용 추천권과 5급 전보권, 6급 이하 임용권을 갖는다. 내부 통제 장치로 본청에 감찰관, 각 지방청에 수사심의담당관과 인권보호담당관을 설치한다. 김 차관은 "수사권과 인사권이 한 기관에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중수청법 취지에 따라 임용권을 계급별로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인력은 검찰에서 대거 넘어온다.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은 본인이 원하면 별도의 채용시험 없이 중수청 소속 특정직공무원인 수사관으로 전환된다. 이 특례임용은 2027년 4월 30일까지 적용된다. 검사는 중수청으로 옮기는 순간 검사 신분을 내려놓고 수사관이 된다. 지검장급은 1급, 차장·부장검사급은 2급 수사관으로 임용하고, 나머지 검사는 법조 경력 10년 이상이면 3급, 10년 미만이면 4급을 적용한다. 이 검사 상당 계급은 개청일인 10월 2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 한시 운영한다. 검찰청 재직 경력은 승진에 반영하고 봉급과 정년도 종전 수준을 유지하며, 임용 전후 보수 중 본인에게 유리한 금액을 지급한다. 정부는 검사 출신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직급을 적용하는 것은 검찰의 핵심 수사인력을 끌어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임용 절차는 곧바로 시작된다. 준비단은 5일부터 12일까지 전국 18개 지방검찰청을 돌며 임용설명회를 열고, 7일부터 20일까지 희망 신청서를 접수한다. 이후 9월 말까지 대상자를 선정해 개청과 동시에 임용한다. 경찰과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외부 전문인력은 경력경쟁채용시험을 거쳐 뽑되, 채용 분야와 규모는 검찰 인력의 이전 규모가 정해진 뒤 확정한다. 다만 검사들의 중수청행은 많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12월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태스크포스(TF)가 검사들을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77%가 공소청 근무를 희망했고, 중수청 근무를 원한다는 응답은 0.8%에 그쳤다.

중수청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취지에 따라 기존 검찰청사가 아닌 별도 민간 건물에 들어간다. 본청과 서울청은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에 함께 입주한다. 부산청은 강서구 퍼스트월드 브라이튼, 대구청은 남구 남산빌딩, 광주청은 북구 한경빌딩을 청사로 쓴다. 대전청은 우선 세종시 민간 건물을 쓴 뒤 옛 대전세무서 부지에 청사를 신축해 이전하는 방안을, 수원청은 임시사무실을 거쳐 2027년 초 본청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개청에 맞춰 민원·수사·행정 공간을 먼저 조성하고, 조사실과 증거물 보관시설 등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완공한다.

전산 기반은 당분간 경찰 시스템에 기댄다. 자체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을 새로 구축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돼, 우선 경찰청 KICS를 중수청 업무에 맞게 손봐 쓰기로 했다. 개청일에는 사건관리 중심의 필수 기능만 우선 개통하고 나머지 사건처리 기능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추가한다. 전자결재와 이메일 등 공통 행정정보시스템은 행안부의 온나라시스템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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