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피서지 된 인천국제공항... 유독 각광받는 이유는?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 속에 냉방이 종일 가동되는 고령층 피서지로 활용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모습 / 유튜브 '채널A 뉴스'

최고 체감온도가 35도 안팎까지 오르는 무더위 속에 냉방이 종일 가동되는 인천국제공항이 고령층 피서지로 활용되고 있다.

4일 뉴스1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제2여객터미널 지하 1층과 전망대 주변 공용 공간에 70대에서 80대 시민들이 다수 포착됐다.

이들은 가방과 과일이 담긴 봉지를 들고 벤치에 나란히 앉아 쉬거나 기둥 옆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시간을 보냈다.

공항을 찾은 한 시민은 뉴스1 인터뷰에서 "넓고 시원해서 좋다. 공항철도 타고 한 번에 왔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그는 "공항은 넓어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필요가 없다"며 "밖에서는 너무 더워 걷기 힘들지만 여기서는 천천히 산책하며 운동도 하고 힘들면 바로 앉아 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터미널 곳곳에는 무료 와이파이와 충전 시설 및 화장실이 갖춰져 있다. 오랜 시간 머물러도 비용 지불이 없어 고령층의 발길을 이끈다.

다른 시민은 "백화점이나 카페에 가면 아무래도 돈을 써야 할 것 같지 않냐"며 "공항은 그냥 앉아 있어도 되고 화장실도 가깝고 물도 마실 수 있어 더운 날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전했다.

인천국제공항이 고령층의 피서지로 활용되는 주된 배경으로 대중교통 운임 면제 제도가 꼽힌다. 만 65세 이상 시민은 우대용 교통카드로 공항철도 일반열차를 무료로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철도 통계에 따르면 2023년 7월 한 달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역과 2터미널역에서 하차한 65세 이상 승객은 하루 평균 1330명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쉼터 인프라 부실도 원인이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4~5월 전국 쉼터 9만 3000여 곳을 점검한 결과 안내표지판 누락 등 부실 사례가 1700여 건 발견됐다. 주말과 야간에는 운영을 중단하는 한계도 존재한다.

터미널 청소 직원은 "최근 쓰레기가 전보다 늘어난 것은 체감되지만 지금은 휴가철이라 여행객 자체가 많다. 공항에서 오래 머무는 시민들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장시간 쉬는 시민들이 늘어난 사실을 인지하나 제재할 근거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사 관계자는 "공항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라며 "단순히 오래 머문다는 이유만으로 퇴거를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출국을 기다리던 30대 여성은 "공항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고 시원하니 어르신들이 찾는 것도 이해된다"며 "통행에 지장을 주지만 않는다면 문제 될 건 없어 보인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에서도 일부 누리꾼들은 "살인적인 날씨에 집에 에어컨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다", "남에게 피해 주는 것도 아니고 갈 데가 없으니 쉬는 것이니 너무 뭐라고 하지 말자", "외국인 시선이 뭐가 중요하냐. 우리나라 사람부터 살고 봐야지" 등 공항이 피서지로 활용되는 상황을 이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아무리 그래도 누워있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어르신들이 많이 타서 공항철도에 빈자리가 없을 때도 많다", "여행객 편의를 생각해서라도 공항철도는 유료화해야 한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한편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됐다. 서울 낮 최고기온은 38도, 인천은 37도로 예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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