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아파트서 택배기사가 입주민에게 폭행당한 황당 이유... “경찰에게도 2차 가해 당해”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Demara22-shutterstock.com

서울 용산구의 한 고가 아파트에서 40대 택배기사가 1층에서 자신을 남겨두고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고 착각한 고령의 남성 입주민에게 지팡이로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폭행 피해로 신체 상해를 입은 택배기사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수사관의 부적절한 언행에 노출돼 2차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부터 엘리베이터 훼손 우려를 이유로 택배기사의 카트 반입을 금지하는 등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강요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해당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지난 6일 JTBC 시사프로그램 '사건반장'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16일 배송 작업 중 발생했다.

택배기사 A 씨에 따르면 그는 1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고령의 남성 입주민 B 씨에게 예기치 못한 폭행을 당했다.

B 씨는 "야!"라고 소리치며 지팡이로 A 씨의 명치 부위를 강하게 가격했다.

A 씨가 착용 중이던 바디캠 영상 기록에 따르면 A 씨가 "아! 때리는 거예요?"라고 묻자 B 씨는 "내가 오는 걸 보고도 그냥 올라가? 이 X아"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B 씨는 1층에 쌓여 있던 택배 상자를 손으로 쳐 바닥에 떨어뜨리고 "이 나쁜 X의 자식"이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폭행은 멈추지 않았다. B 씨는 A 씨의 하반신 급소를 겨냥해 재차 지팡이를 휘둘렀으며 이를 막으려던 A 씨는 허벅지를 가격당했다.

A 씨가 "왜 때리냐, 신고하겠다"고 강하게 항의했으나 B 씨는 지팡이로 위협하며 폭언을 이어갔다. 이 사건으로 인해 A 씨는 병원에서 늑골 염좌와 흉부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억울한 오해와 반복된 모욕

바디캠 영상 분석 결과 B 씨의 분노는 완벽한 착각에서 비롯됐다.

B 씨는 자신이 1층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엘리베이터 문을 닫았다고 주장했지만 영상 속 A 씨는 탑승 직후 바닥의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닫힘 버튼을 누른 인물은 동승 중이던 다른 입주민이었으며 A 씨는 B 씨의 접근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 했다.

B 씨는 이전에도 "택배 X들이 왜 엘리베이터를 쓰냐"며 배송 기사들에게 욕설을 한 전력이 있었다.

해당 아파트의 부당한 내부 규정도 원인으로 지목됐다.

아파트 측은 지난해 엘리베이터 공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겨울부터 새 승강기 손상을 이유로 택배기사들의 카트 반입을 원천 금지했다.

A 씨는 크고 무거운 화물을 일일이 손으로 운반하며 엘리베이터를 수차례 오르내리는 노동 강도를 감수해 왔다.

이후 경찰 제출을 위해 보관한 폭행 영상을 우연히 본 초등학생 딸이 A 씨에게 "할아버지가 왜 아빠한테 화내?"라고 물었고, A 씨는 마음이 무너져서 아무 말도 못했다.

경찰의 2차 가해 논란

생계유지를 위해 인내하던 A 씨는 B 씨가 사과조차 거부하자 고소장을 접수했다.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경찰관으로부터 "상대가 고령이다"라거나 "항의하는 모습이 안 좋아 보일 수 있다"는 말을 들으며 정신적 상처를 입었다.

폭행 사건은 검찰에 송치됐다. A 씨는 B 씨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함과 동시에 카트 반입 금지 규정 철폐 등 업무 환경 개선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2019년에 실시한 플랫폼 노동종사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배송 및 택배 기사의 45%가 업무 중 고객이나 아파트 입주민으로부터 폭언 및 폭행 등 부당한 대우를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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