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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성(姓) 대신 아내의 예쁜 성을 아이에게 물려주고 싶다는 글 한 편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를 뜨겁게 달궜다. 자기만족일 뿐이라는 반대와 부부가 정하면 그만이라는 옹호가 팽팽하게 맞섰다.
작성자는 글에서 "불온한 사상이나 페미 같은 건 아니고 순수하게 희귀하고 예쁜 성씨를 물려주고 싶어서"라며 아내 성을 아이에게 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는 "흔한 김씨가 되는 게 아쉽기도 하다"며 아내의 성이 '온씨'라고 밝혔다.
이 글엔 짧은 시간에 수백 개의 댓글이 달리며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가장 주목받은 것은 해외여행의 현실적 어려움을 짚은 반응이었다. 한 이용자는 "미성년자 때 해외에 나가기 힘들다. 아버지랑 성이 다르면 유괴로 판단하거든. 항상 가족관계증명서 갖고 다니며 증빙해야 한다"라고 적었다. 이에 작성자는 "그런 것도 있구나. 신기하네. 힘들겠다"고 답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엄마랑 미성년자 아이 둘이서만 해외 나가려고 하면 두 사람 성이 달라서 가족이라고 알 수가 없으니 가족관계증명서를 갖고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미국 사례를 든 이용자는 "여자가 남편 성을 따르지 않는 것도 이해하지 못해 여권 이름란에 누구 성씨의 배우자라고 확인까지 해야 한다"며 "비자, 영주권 등 모든 공문서에 평생 본인을 소명하며 살아야 한다"고 했다. 다만 이는 해외에 나갈 경우의 단점이라면서 그런 시선을 무시하면 문제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별문제가 아니라는 반론도 나왔다. 한 싱글맘 이용자는 "6세 아들을 내 성으로 변경했는데 해외에 잘만 다닌다"며 "아이랑 남자친구랑 셋이서 미국, 중국, 베트남에 갔다 왔는데 가족관계증명서 안 갖고 다녀도 아무 문제없었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아이의 중국 비자를 신청할 때 가족관계증명서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아이가 평생 성이 다른 이유를 설명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 이용자가 "살아가는 내내 왜 아빠 성이 아니냐고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고 말하자 작성자는 "맞는다. 그게 문제다"라고 답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아내 성씨를 물려주고 싶다는 당신 생각 때문에 아이는 남은 인생 내내 설명하고 다니거나 놀림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작성자는 "사회적 시선과 평생 자라면서 뭔가 해명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다"라며 맞장구를 쳤다. 작성자는 "나중에 내 아이가 겪지 않아도 될 일을 겪으면 그게 더 힘들 것 같다"면서도 "그래도 마음 한편으론 정말 아쉽다"고 적었다.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한 이용자는 "엄마 성으로 개명한 사람을 아는데 설명할 일이 하나도 없더라"며 "아무도 아빠 이름을 모르고 관심도 없다. 평생 설명 어쩌고 하는 건 망상"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여러 이용자도 "학창 시절에 친구 부모 성함까지 다 아느냐", "20년지기 친구 부모의 성함을 청첩장 받고야 알았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거들었다.
교사라고 밝힌 이용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한 교사 이용자는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 부모 성함을 딱히 의식해 본 적이 없다"며 "‘누구는 아빠 성과 다르더라’는 얘기나 가십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다른 교사 이용자도 "친구 부모 성함을 아는 애들이 없고, 교사도 아이 성이 아빠 성과 달라도 관심 없다. 그냥 그렇구나 한다"며 "생각보다 사회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적었다.
재혼가정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재혼가정 취급받는 건 양반이고, 아내가 미혼모 취급받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재혼가정에서 자랐다는 한 이용자는 "새아빠랑 성이 다른데 물어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며 "아이가 받을 사회적 시선 어쩌고 하는 건 커뮤니티에서나 하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법적 절차를 놓고도 이야기가 오갔다. 한 이용자가 출생신고 때 아버지와 성이 다르게 쓸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자 다른 이용자는 "혼인신고 할 때 아내 성을 따르는 것으로 체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작성자를 향해 여성이면서 남성인 척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이용자가 "대댓글 말투를 보니 작성자가 온씨 여자인 게 빤히 보인다. 여자가 쓰면 욕먹으니까 남자인 척하는 것 아니냐"고 하자 작성자는 "내가 어디 남자라고 했느냐. 제3자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도록 아내, 남편, 아빠 이런 식으로 쓴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작성자는 논쟁이 이어지자 애초 의도를 밝혔다. 그는 "어차피 아빠 성으로 할 텐데 그냥 뭔가 아쉬운 마음에 아내 성씨로 하는 경우도 종종 보였던 것 같아서 반응이 궁금해 써본 것"이라며 "근무 중 심심풀이 글 정도로 여겨달라"고 적었다.
아이 이름에 '온'을 넣은 작명 제안도 쏟아졌다. '김온유', '김서온', '김가온' 등 다양한 이름이 오르내렸다. 성 대신 이름에 '온'을 넣는 절충안을 두고 작성자는 "'가온'이 같은 이름도 예쁜 것 같다"고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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