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탕은 무료인데 여탕에서만 500원 더 받은 '이것'…인권위 “성차별”

한 온천탕에서 남성 이용객에게는 수건과 비누를 무료로 내주면서 비회원 여성 이용객에게는 별도의 요금을 받아온 운영 방식을 두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성별에 따른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AI툴을 활용해 생성한 목욕탕 예시 자료사진.

인권위는 여성 고객에게만 수건·비누 이용료를 부과해 온 한 온천탕 사업주에게 관련 관행을 개선하라며 시정을 권고하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에게는 유사한 차별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9월이다. 한 이용객이 남성 고객에게는 무료로 주는 수건과 비누를 여성 고객에게만 유료로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진정을 제기하면서 조사가 시작됐다.

해당 업체는 수건과 비누의 경우 남성 이용객에게 사우나·헬스·골프 등 회원 여부와 관계없이 무료로 제공한 반면, 여성 이용객에게는 회원이 아닌 일반 고객에 한해 수건 대여료 500원, 일회용 비누 700원, 일반 비누 3000원을 따로 받았다. 다만 여성 고객이 수건과 비누를 직접 챙겨 오면 대여하거나 구입하지 않아도 됐다.

업소 측은 2016년 이래 줄곧 이런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고 밝혔다. 여탕에서 수건 분실이 잦아 비품을 다시 사들이는 데 따른 손실이 크고, 남탕은 회수율이 높아 무료로 제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공중위생관리법 등 관련 법령이 수건이나 비누를 무료로 주도록 의무화하고 있지 않으며, 남녀 차별의 의도가 없는 단순 영업 방침이라고 했다.

관할 지자체 역시 지역 내 여러 업소가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법령상 요금 차등 부과에 대해 직접 제재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주장했다. 실제로 해당 온천탕이 있는 지역의 영업 중인 목욕장업소 27개 가운데 22개소가 여성 고객에게 수건 1장당 평균 500원의 요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I툴을 활용해 생성한 목욕탕 예시 자료사진.

그러나 인권위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설령 여탕의 수건·비누 회수율이 낮다 하더라도 이는 일부 이용객으로 인한 문제일 뿐인데, 이를 근거로 여성 고객 전체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는 것은 "성별에 관한 고정관념이나 일반화에 근거한 조치"라고 봤다. 업소가 남녀별 회수율이나 분실률, 비품 재구매 비용 등을 뒷받침할 객관적 통계를 제시하지 못한 점도 지적됐다.

대안이 충분한데도 여성에게만 다른 조건을 적용했다는 점도 문제로 짚었다. 수건을 빌려줄 때 보증금을 받거나 반납 절차를 강화하고, 시설 안에 부착형 공용 비누를 두는 방식 등으로 손실을 막을 수 있는데도 여성 고객 전체에게만 이용 조건을 달리한 것은 개인별 책임의 범위를 벗어난 차별이라는 것이다. 인권위는 이 같은 행위가 합리적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여성 고객을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인권위는 관할 지자체의 책임과 관리도 분명히 했다. 직접적인 제재 권한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성별에 따른 차별적 요금 부과를 사실상 방치하는 것은 헌법이 지향하는 양성평등 원칙과 차별 금지 가치에 어긋난다고 봤다. 인권위는 "목욕장업처럼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하는 사업은 공공적 성격을 지니는 만큼, 행정기관 역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관리·감독을 수행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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