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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트리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여름 휴가철이 피크에 달하면 해수욕장과 워터파크, 펜션 단지 등 대표적인 피서지는 들뜬 분위기로 가득 찬다. 피서지의 열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이른바 ‘헌팅’과 음주 자리는 휴가지의 낭만으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매년 피서철이 지나면 수사기관과 법원은 헌팅 과정에서 발생한 성범죄 고소건으로 북새통을 이룬다.

현장에서 만난 피의자들의 항변은 대개 비슷하다. “피서지에서 합석해 술을 마셨고 분위기가 좋아서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쌌을 뿐이다”, “상대방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법정에서 이러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법원은 피서지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의 침해 기준을 결코 완화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피서지 헌팅에서의 ‘호감의 표시’와 ‘강제추행’을 가르는 법원의 경계선은 어디일까?
과거에는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물리적 폭행이나 협박이 전제돼야 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신 대법원 판례의 경향은 명확하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유형력의 행사라면, 그 신체 접촉 행위 자체를 ‘폭행’이자 ‘추행’으로 본다. 이른바 ‘기습추행’이다.
헌팅으로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이 갑작스럽게 손을 잡거나, 허리에 손을 얹거나, 어깨를 감싸 안는 행위 모두 기습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 흔히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부위가 아니지 않느냐”고 묻지만, 법원은 신체 부위를 가리지 않는다. 당사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는가가 핵심 판단 기준이다.
가장 많은 오해가 발생하는 지점이 바로 ‘동의’에 대한 해석이다. 피서지에서 함께 술을 마셨거나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고 해서 그것이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법원은 ‘묵시적 동의’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한다.
상대방이 분위기를 깨기 싫어 적극적으로 소리를 치거나 저항하지 못했더라도, 몸을 은연중에 빼거나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면 이는 거부 의사로 해석될 수 있다. 명확하고 적극적인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의 스킨십은 법적으로 언제든 강제추행의 위험에 노출된다. 특히 상대방이 음주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이나 항거가 어려운 상태였다면, 형법 제299조의 준강제추행이 성립되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중형에 처해질 수 있다.
피서지의 해방감에 도취돼 한순간의 착각으로 저지른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형사 처벌과 성범죄 전과라는 결과로 돌아온다.
법적인 분쟁을 예방하는 유일하고 확실한 기준은 ‘상대방의 명확한 의사 확인’이다. 상대방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주체임을 인지하고, 신체 접촉 전 명확한 동의를 구하는 성숙한 태도가 필요하다. 만약 피서지에서 억울한 성범죄 혐의를 받게 됐다면, 당황해 섣불리 혐의를 인정하거나 증거를 임의로 삭제하기보다는 당시의 정황(CCTV, 동석자의 진술, 사건 전후의 대화 내역 등)을 객관적으로 확보해 신속하게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피서지의 열기보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존중이다. 경계를 넘지 않는 자각만이 피서지의 추억을 낭만으로 남겨줄 것이다.
(글) 권민성 변호사 (청유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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