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H공사 직원인 Y시 공무원을 찾아요” 블라인드 글... 불륜탐정 총출동

"남편이 우리 회사 다니는 Y시 공무원 여자분을 찾습니다." 스무 자 남짓한 이 한 문장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를 통째로 추리소설 독자로 만들었다.

국토교통부 산하 H공사 소속으로 표시된 이용자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블라블라 채널에 14일 올린 짧은 게시글이 폭발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쓴이는 "남편이 우리 회사 경기지역본부에 근무하는 Y시 공무원인 여자분을 찾는다"며 "지금 임신 중이라던데 연락 달라"고 적었다. 그는 "Y시는 태그가 안 된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글의 정보는 세 가지뿐이었다. 찾는 대상이 Y시 공무원이라는 것, 현재 임신 중이라는 것, 그리고 그 남편이 글쓴이와 같은 회사인 H공사 경기지역본부에 근무한다는 것이다. 글쓴이가 왜 그 사람을 찾는지,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바로 이 정보의 공백이 블라인드 회원들의 추리 본능을 자극했다. 짧은 글에 담긴 인물 관계를 저마다 도표로 정리하고 자신만의 시나리오로 정리한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한 이용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글쓴이 A는 H공사에 다니는 사람, 찾는 대상 B는 Y시 공무원이자 임신한 여성, B의 남편 C는 A와 같은 회사에 다니는 남성. A가 B를 찾아 B의 남편 C에 관한 무언가를 알리려는 것 같음. 글쓴이가 불륜 상대일 수도 있고, 제3자로서 남의 불륜을 목격했을 수도 있음." 불륜 관련 폭로 가능성을 제기한 셈이다.

또 다른 이용자는 글쓴이를 미혼 여성으로 가정하고 두 가지 경우의 수를 세웠다. "남자가 기혼임을 밝히고 글쓴이와 사내 연애를 하다 헤어지자고 해 글쓴이가 복수를 위해 남자의 아내를 찾는 경우"와 "남자가 미혼이라고 속이고 글쓴이와 사내 연애를 하다 들통나 글쓴이가 복수에 나선 경우"다. 이 이용자는 글쓴이가 여성이 아닐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남성인 글쓴이가 H공사 동료의 불륜을 알게 돼 몰래 알리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세 번째 시나리오를 추가하기도 했다.

일부 이용자는 등장인물을 A부터 D까지 넓혀 더 복잡한 도표를 그렸다. "A는 H공사 경기지역본부에 근무하는 남성, B는 임신한 Y시 공무원 여성, C는 H공사 경기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여성, D는 그 여성의 남편"으로 두고, 글쓴이가 C인지 D인지에 따라 경우의 수가 갈린다는 것이다. 이 이용자는 A가 C와 바람을 피운 상황을 전제로 "C가 A의 기혼 사실을 몰랐는지 알았는지, 그리고 이를 B가 알게 됐는지 D가 알게 됐는지"에 따라 대여섯 가지 갈래로 나눠 분석했다. 그는 글쓴이가 폭로를 말리는 H공사 소속 이용자 댓글에 '알 건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답글을 올린 점을 언급하며 "글쓴이가 피해 당사자여서 상대 배우자를 찾으려는 경우에 무게가 실린다"고 했다.

인물 관계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상황을 재구성한 이용자도 있었다. 이 이용자는 "H공사에 다니는 남성 한 명이 사고를 친 것으로 보이고, 회사에는 이미 소문이 다 난 상태 같다"며 "글쓴이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 남성의 아내를 찾고 있고, H공사 소속으로 보이는 다른 댓글 이용자는 이를 말리는 뉘앙스"라고 정리했다.

추측이 과열되자 게시글 자체가 시험 문제 같다는 반응이 나왔다. "수능 국어 화법과 작문 킬러 문항이다. 세 줄로 요약하면 만점을 주겠다", "짧은 세 줄에 모두를 작가로 만든다", "세 줄로 모두를 추리소설 작가로 만든 당신은 한국의 헤밍웨이"라는 댓글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수준"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글쓴이는 중간중간 댓글에 직접 반응하며 일부 추측에 선을 그었다. 여러 시나리오를 세운 댓글에는 "방구석 무당이 납셨다. 드라마 좀 봤느냐"며 "아니다"라고 답했다. 남편이 미혼인 척 글쓴이를 속였다가 들킨 것 아니냐는 추측에도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그러나 어떤 시나리오가 맞는지도, 왜 남편이 H공사에 다니는 Y시 공무원을 찾는지도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이용자들이 "힌트라도 달라", "본인 등판을 바란다", "일이 손에 안 잡힌다"며 재촉했지만 글쓴이는 구체적인 사정을 밝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와드 박는다'(결론을 기다린다는 뜻) 등의 댓글이 수백 개 단위로 이어졌다.

한편에서는 이런 글을 올리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H공사 소속으로 표시된 한 이용자는 "왜 굳이 이런 글을 올려 당사자들에게 더 큰 아픔을 주려 하느냐"며 "재미로 이런 행동을 하는 거라면 당신의 앞날에도 똑같이 돌아오길 바란다"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 "임신 중인 아내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지금 가장 사랑받고 행복해야 할 사람에게 지옥을 안기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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