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낳자고 하니 아내가 조건을 요구하네요... 조건거래 느낌입니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갖기로 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세 가지 요구를 내걸었다. 남편이 ‘조건 거래’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자녀 계획 중인데 아내가 조건을 요구한다'는 취지의 글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결혼생활 채널에 13일 올라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쓴이는 자신을 아이를 갖기 위해 아내와 본격적으로 상의 중인 30대 남편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아이를 가지려고 이야기하던 중에 아내가 '아이를 가질 거면 내 조건을 들어 달라'며 몇 가지를 요구했다“라면서 ”솔직히 아이를 빌미로 조건 거래를 하는 느낌이 든다"고 적었다.

그는 "요즘 다들 아이를 가질 때 이런 식으로 조건을 걸고 시작하느냐"며 "내가 너무 이기적으로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아내의 요구가 과한 건지 현실적인 의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글쓴이가 밝힌 아내의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 임신과 출산으로 휴직하면 그 기간 생활비를 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지금은 둘 다 맞벌이라 생활비를 딱 반반씩 부담하고 있다"며 "그런데 아내는 임신하고 휴직하면 자기 소득이 줄어드니 그 기간에는 생활비를 낼 수 없다며 전부 내게 부담하라고 한다"고 했다.

둘째, 출산 관련 비용을 전액 남편이 부담하라는 것이다. 글쓴이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드는 병원비, 산후조리원 비용, 산후 마사지 비용까지 전부 남편인 내가 결제하라고 한다"고 했다.

셋째, 동시 육아휴직과 산후조리 기간 개인 약속 금지다. 글쓴이는 "아내가 휴직할 때 나도 최소 6개월은 같이 육아휴직을 쓰라고 한다"며 "산후조리하는 동안에는 퇴근 후나 주말에 개인 약속을 절대 잡지 말고 집에만 있으라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내가 몸조리하고 아이를 볼 때 나 혼자 나가서 쉬거나 즐기는 꼴을 못 본다고 한다"고 했다.

글쓴이는 "임신과 출산이 여성만 할 수 있는 일이고 고된 고통이 따라오는 건 당연히 알고 있고 고맙게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그걸 이유로 조건 목록을 내미니 솔직히 정이 좀 떨어진다"고 했다. 육아휴직에 대해서는 "나도 쓰고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순차적으로 쓸 계획이었는데 동시 휴직 이야기를 하니 당황스럽다"며 "남자 육아휴직이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대다수 누리꾼들의 시위는 아내가 아니라 글쓴이를 겨냥했다.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반응은 아내의 요구가 특별한 조건이 아니라 부부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한 이용자는 "임신과 출산은 여성이 감당하는데 그동안 소득이 없으니 돈을 버는 사람이 생활비를 내는 게 맞는다"며 "열 달 동안 고생한 아내를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1번과 2번은 당연하고 오히려 그 이상을 해줄 생각을 해야 한다"며 "결혼도 출산도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각오가 필요한 일"이라고 했다. "고마운 걸 안다면 말로만 하지 말고 그 조건대로 하라"는 지적도 나왔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임신과 출산의 위험을 근거로 든 반응도 있었다. 산부인과 의사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출산 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를 거의 매주 보고, 출혈이나 감염으로 큰 수술을 받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며 "임신이 이렇게 위험한데 생활비를 따지고 있다"고 했다.

생활비를 반반씩 부담하는 결혼 형태 자체를 문제로 꼽는 반응도 많았다. 이른바 '엑셀부부' '반반결혼'이라는 표현이 이어졌다. 한 이용자는 "이게 룸메이트냐 부부냐"라며 "반반결혼의 끝이 이렇다"고 했다. "생활비를 반반 하니까 조건을 걸 수밖에 없다. 애가 있는 가정에서 반반을 따지면 같이 못 산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신과 출산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오히려 남편이 더 부담해야 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한 이용자는 "정말 반반을 하려면 대리모 비용을 계산해 그 절반을 아내에게 줘야 한다"고 했다. "여성만 임신하고, 여성만 배를 가르고, 여성만 소득이 줄면서 생활비까지 반반 부담해야 하느냐"는 지적도 이어졌다.

세 번째 조건인 동시 육아휴직을 두고는 의견이 갈렸다. 한쪽에서는 "동시 육아휴직은 비효율적이다. 부부가 기간을 나눠 순차적으로 쓰는 게 돌봄에 더 안정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다른 쪽에서는 "신생아 때는 함께 쉬는 편이 낫다. 한 사람이 출퇴근하며 밤잠을 줄여 신생아를 보는 것보다 번갈아 자면서 돌보는 게 서로에게 낫다"고 맞섰다. 출산 후 일정 기간 안에 부부가 각각 육아휴직을 쓰면 수당이 더 나온다는 점을 근거로 든 반응도 있었다.

산후조리 기간 개인 약속 금지에 대해서도 시각이 나뉘었다. "산후조리 기간에 약속을 잡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 조리원에서도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어 남편이 대기해야 한다"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성인이 개인 약속까지 전면 통제받는 건 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대로 아내가 계산적이거나 과하다는 소수 의견도 나왔다. 다만 이런 반응에는 "생활비 반반은 계산적이지 않고 임신과 출산 비용을 부담하라는 건 계산적이냐"는 재반박이 뒤따랐다.

글쓴이는 댓글에 직접 답하며 자신의 입장을 부연했다. 첫 번째 조건에 대해 글쓴이는 "육아휴직 때 적게 내는 건 동의하는데 임신하고부터 적게 내겠다고 한다"고 했다.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출산 비용은 함께 모은 생활비에서 낼 생각이었다"고 했다. 세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매일 놀겠다는 건 아니고 하루 이틀 정도는 안 되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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