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재산 압수, 다시 시작...그렇게 모은 돈은 '이렇게' 쓴다

2010년 활동을 종료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16년 만에 다시 가동될 전망이다.

이번에는 친일재산 자체뿐 아니라 이미 처분한 재산에서 얻은 대가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가 마련돼, 국가 차원의 친일재산 환수가 다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친일재산을 국가에 귀속하기 위한 특별법이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되면서 새로운 조사기구 출범을 위한 준비도 진행되고 있다. 과거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지 못했거나 새롭게 드러나는 친일재산을 국가가 다시 추적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1기 조사위가 찾아낸 친일재산 2373억원

친일재산 국가귀속 작업은 처음부터 새로운 제도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2006년 7월 출범한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4년 동안 친일재산을 조사했다.

1기 조사위는 2010년 7월까지 활동하면서 친일파 168명의 토지 등 2359필지에 대해 국가귀속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시가를 기준으로 국가가 귀속한 재산 규모는 모두 2373억원에 달했다.

이미 친일파 후손 등이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조사위는 친일재산을 제3자에게 넘긴 친일파 후손 24명에 대해서도 해당 재산이 친일재산이라는 확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1기 조사위는 특별법에 따라 한시적으로 설치된 기구였다. 2010년 활동이 종료된 이후에는 새롭게 발견되는 친일재산을 국가 차원에서 조사하고 귀속 결정을 내릴 전담 법적 기구가 사라졌다.

이 때문에 친일재산이 추가로 발견되더라도 이를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환수하기 위한 제도적 공백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광복절인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대문형무소에서 관람객들이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고 있다. 2026.8.15/뉴스1

‘처분 대가’까지 환수 대상

이번에 마련된 특별법은 이 같은 공백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핵심은 친일재산을 직접 보유하고 있는 경우뿐 아니라 이를 처분한 경우까지 추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친일파 후손 등이 친일재산을 매각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처분해 이미 원래의 토지가 사라졌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은 처분 대가를 환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친일재산으로 확인된 토지를 후손이 제3자에게 팔아 현금화했다면 단순히 ‘현재 토지가 누구 소유인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재산을 처분하면서 얻은 이익까지 추적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는 것이다.

이는 친일재산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형태의 재산으로 바꿔 환수를 피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한 장치다.

친일재산을 찾아내는 과정에 국민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규정도 신설됐다. 친일재산을 적발해 신고한 사람 등에 대해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근거가 특별법에 포함됐다.

12월 새 조사기구 출범 준비

새 조사기구가 실제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도 이미 시작됐다.

법무부는 지난 6월 22일 조사위원회 설립준비단을 발족했다. 준비단은 법무부를 비롯해 행정안전부, 국가보훈부, 산림청 등 관계 부처에서 파견된 11명으로 구성됐다.

단장은 이영창 검사(사법연수원 33기)가 맡았다.

설립준비단의 역할은 조사위원회가 공식 출범하기 전에 관련 법규와 운영체계를 마련하고 구체적인 조사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친일재산을 조사하고, 확인된 재산을 어떤 절차로 국가에 귀속할지 등 실제 조사 활동에 필요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특별법이 오는 12월 3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그 시기에 맞춰 새로운 조사기구가 출범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실제로 어느 정도 규모의 친일재산이 새롭게 확인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1기 조사위가 이미 대규모 조사를 진행한 만큼 과거에 발견되지 않았던 재산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토지 관련 자료와 과거 거래 내역 등을 면밀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특히 친일재산이 여러 차례 매매되거나 상속·증여 등을 거친 경우에는 현재 소유관계만으로 과거 재산의 성격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새 조사기구가 과거 자료와 현재 등기 및 거래 관계를 어떻게 연결해 추적하느냐가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6.8.15/뉴스1

환수된 재산은 독립유공자 지원에 활용

친일재산 환수의 최종 목적은 단순히 국가 재산을 늘리는 데 있지 않다.

정부는 새 조사기구를 통해 환수한 친일재산을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를 위한 사업에 우선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친일파가 일제강점기 협력의 대가 등으로 취득한 재산을 국가가 환수하고, 이를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위한 사업에 활용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1기 조사위 활동 이후에도 친일재산을 둘러싼 법적 분쟁은 계속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이 경기 의정부시 호원동 토지 31필지를 매각해 얻은 78억원을 대상으로 부당이득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기 조사위가 해산한 뒤에도 이미 확인된 친일재산을 둘러싼 국가와 후손 사이의 법적 다툼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특별법 시행으로 새 조사기구까지 출범하면 앞으로는 과거 조사에서 확인하지 못한 재산뿐 아니라 이미 처분된 친일재산의 흔적을 찾아 환수하는 작업도 다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친일재산 환수는 재산권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모든 재산이 자동으로 국가에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재산이 법에서 정한 친일재산에 해당하는지, 취득 과정과 친일행위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 이후 재산이 어떻게 이전됐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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