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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사이 경남 거제와 통영 일대에 시간당 100㎜를 넘나드는 극한 호우가 쏟아지면서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통째로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거제의 한 도로에서는 하수도가 역류하면서 흙탕물이 인근 건물 2층 높이까지 솟구쳐 오르는 장면이 목격돼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거제의 한 상가 앞 도로에서 갈색 흙탕물이 하수도를 뚫고 솟아오르며 순식간에 도로를 뒤덮었다. 하수도에서 역류한 빗물이 1층 편의점을 넘어 2층 창문 높이까지 치솟았고, 2층에서는 주민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아래쪽 상황을 내려다봤다. 같은 장소에는 급류에 휩쓸려온 차량 4대가 뒤엉킨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 상가에서 실내를 촬영한 다른 영상에서는 문밖 도로가 이미 급류로 변해 있어 문을 열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모습이 담겼다. 도로 아스팔트는 곳곳에서 깨지고 무너져 내렸으며, 위에서 내려다본 도로는 흙탕물에 완전히 잠겨 마치 강줄기처럼 보였다.

거제에 사는 부모를 뒀다는 한 누리꾼은 영상을 올리며 "부모님이 거제에 사셔서 전화드렸더니 칠십 평생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건 처음 보셨다고 한다"고 전하며 다른 거제 주민들에게 "모두 뉴스에 집중하며 상황을 주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른 지역 누리꾼들도 "이렇게 비 많이 오는 거 처음 본다. 새벽부터 긴급재난문자 계속 오고 진짜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 아파트 지하 주차장으로 입주민들이 물 못 들어오게 막고 있는데도 사실상 물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이 정도로 온 동네가 침수되는 건 (태풍) 매미 이후 처음인 거 같다"는 글을 올리며 급박했던 새벽 상황을 공유했다.

거제시 옥포동 상가 일대도 밤사이 쏟아진 폭우로 초토화가 됐다. 연합뉴스가 공개한 현장 사진에는 유리창이 깨진 점포 안에 진흙과 쓰레기가 쌓인 모습, 거센 물살에 뜯겨 나간 아스팔트 조각이 도로 곳곳에 나뒹구는 모습이 담겼다.
이곳에서 40여년째 사진관을 운영해온 이종욱(73)씨는 연합뉴스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밤사이 비가 많이 오더니 물이 역류하면서 무릎 높이 이상으로 차올랐다"며 "흙탕물이 가게 안으로 몽땅 쏟아져 들어와 사진관 물품들이 전부 젖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관을 운영하면서 이런 물난리는 정말 처음"이라며 "가게가 완전히 아수라장이 됐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건물에서 노래주점을 운영하는 주민 역시 "흙탕물이 그대로 밀려 들어와 손쓸 겨를도 없었다"며 "앞으로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새벽 4시 42분쯤에는 거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앞 언덕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아파트 1층 일부가 매몰됐다. 이 사고로 아파트 주민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기상청에 따르면 거제에는 이날 오전 1시 32분부터 1시간 동안 124.5㎜의 비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1972년 1월 24일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1시간 기준 최고 강수량으로, 2001년 7월 5일 세워진 기존 기록 96.5㎜를 훌쩍 넘어섰다. 거제와 통영은 이날 오전 10시 12분까지 각각 539.3㎜와 390.4㎜의 비가 내려 나란히 관측 이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지난 15일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거제 810.2㎜, 통영 678.9㎜, 가덕도 435.5㎜, 제주 한라산 남벽 375.5㎜, 경남 사천 353.5㎜, 고성 334.0㎜에 달했다. 남해안과 제주 산지에 비가 집중된 셈이다. 거제와 통영의 평년(1991~2020년 평균) 여름철 강수량이 각각 935.1㎜와 728.8㎜인 점을 감안하면, 두 지역 여름 한 철에 내릴 비의 90%가량이 사흘 만에 쏟아진 셈이다.
같은 시각 거제 장평동에도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렸고, 오전 3시 30분까지 3시간 동안 300㎜가 넘는 폭우가 집중되면서 재난성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고현동에서는 고현천 수위가 빠르게 높아지면서 인근 도로까지 물이 차올랐고, 일부 아파트 지하주차장에도 물이 들어차기 시작해 도로에서 차량과 보행자 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통영 정량동에서도 시간당 100㎜에 육박하는 비가 쏟아지며 버스정류장 인근 전봇대 아랫부분까지 물에 잠겼고, 거센 물살에 도로 아스팔트가 뜯겨 나가는 피해도 발생했다.

거제소방서는 이날 오전 1시 10분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전 6시 18분 대응 2단계로 상향했다. 소방청은 중앙119구조본부 영남119특수구조대와 호남119특수구조대, 울산119화학구조센터를 현장에 급파했고, 대용량포방사시스템 등 특수장비도 함께 투입했다. 여기에 경남소방본부 119특수구조단과 통영·진주·고성소방서 등 지원 인력 180여명이 거제소방서와 함께 인명구조에 매달렸다. 소방청은 오전 2시 40분부터 상황대책반을 가동해 현장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
주민 대피도 이어졌다. 아주동 예솔마을에서는 주민 100여명이, 일운면 회진마을에서는 고립됐던 주민 30여명이 각각 몸을 피했다. 둔덕면과 사등면, 장평동, 거제면, 고현동 등 피해가 집중된 지역에서도 구조와 안전조치 작업이 이어지는 중이다.
행정안전부는 부산·경남·제주에 호우경보가 내려짐에 따라 이날 오전 6시부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근무 1단계를 가동했다. 현재 부산, 제주, 경남 통영·거제·고성·사천·남해에는 호우경보가, 울산과 경남 산청·진주·양산·김해·밀양·창원·하동에는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오전 6시 기준 누적 강수량은 거제 782.5㎜, 통영 628.9㎜, 부산 강서 428.5㎜ 등으로 집계됐고, 최대 시간당 강수량은 거제 124.5㎜, 부산 강서 101.5㎜, 통영 97.4㎜ 순으로 나타났다. 도로 장애와 주택 침수 등 호우 피해 신고는 총 603건 접수됐으며, 이 가운데 경남이 555건(92.0%)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여객선 3개 항로 3척의 운항이 통제되고 있고, 국립공원 5곳의 탐방로 299개 구간과 하천변 산책로·둔치주차장 등 6개 시도 826개소의 출입도 막혔다.
윤호중 중대본부장(행정안전부 장관)은 "호우가 그치고 피해 수습이 마무리될 때까지 관계기관과 함께 국민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총력 대응하겠다"며 "국민께서도 위험안내를 수시로 확인하고 위험지역 접근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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