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임자 제대로 만난 캣맘

새벽 5시 50분. 한 여성이 집에 찾아왔다. 1년 넘게 동네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던 이른바 '캣맘'이었다. 그가 이른 시간에 그가 나타난 이유는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항복'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웃 캣맘과 벌인 신경전 끝에 사과를 받아냈다는 한 이용자의 글이 스레드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자신이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애묘인이라고 밝혔다. 동물을 사랑한다면서도 집 앞에서 벌어진 길고양이 급식으로 1년 넘게 큰 고통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글쓴이가 캣맘 집 앞에 놓은 고양이 먹이. / 스레드

글쓴이의 설명은 이렇다. 처음에 한 마리이던 길고양이가 새끼를 낳아 네 마리로 늘었다. 새벽마다 우는 소리에 잠을 설쳤다. 출근길엔 뜯겨 나간 쓰레기봉투가 집 앞에 흩어져 있었다. 고양이들이 온기가 남은 자동차 위에서 어디선가 물어온 족발과 치킨을 뜯어 먹으며 차에 흠집을 낸 적도 있다고 한다. 배설물 냄새와 지린내도 견디기 어려웠다고 적었다.

전환점은 우연히 찾아왔다. 산책 중 문제의 캣맘이 도보 5분 거리 단독주택에 산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마당이 딸린 집이었다. 이후 캣맘과 마주친 글쓴이는 "아주머니 말씀대로 저도 인정이 넘쳐서 내일부터 (아주머니 집 인근의) 이 골목에 밥을 좀 주려고 한다. 아주머니는 이곳에선 안 주시고 그냥 지나가시더라"라고 말했다. 상대가 내세우던 논리를 그대로 되돌려준 셈이다.

그러자 캣맘은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맞섰다고 한다. 글쓴이는 이 반응을 두고 "본인도 이 행위에 피해가 따른다는 걸 잘 알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글쓴이는 고양이 먹이 캔 제품 40개를 주문해 두 차례 캣맘의 집 앞에 놓아뒀다고 밝혔다.

글쓴이가 캣맘 집 앞에 놓은 고양이 먹이. / 스레드

그는 경찰까지 출동했따고 했다. 경찰이 캣맘에게 “(고양이 먹이를) 담벼락에 둘 건지 집안에 둘 건지 결정하라”고 말했다. 글쓴이는 “집안에서 주는 순간 키우는 가축으로 인정되고 다른 집에 피해를 주면 보상하라는 판례도 있으니 인적이 드문 곳에서만 줘야 한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자 캣맘은 “싫다.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건 불법이 아니다”라면서 글쓴이에게 이사를 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일아서 할 테니 자기 집 앞에선 고양이 먹이를 주지 말라고 했다.

경찰의 중재가 무산되자 글쓴이는 캣맘 집 인근에 고양이 먹이를 다시 뿌렸다. 결과는 글쓴이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캣맘이 새벽에 집으로 찾아와 사과했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앞으로 캣맘이 자기 집 마당에서만 고양이에게 밥을 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은 살이 쪄 캔 먹이를 먹이기 어렵다며 남은 캔 30개를 상자째 건넸다고 했다.

네티즌들은 "두 번 만에 항복할 일을 1년 넘게 저질렀다니 내로남불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글쓴이 구입한 캔 형태의 고양이 먹이. / 스레드

길고양이 급식을 둘러싼 이웃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먹이를 주는 행위 자체보다 그 뒤에 벌어지는 변화가 문제로 지적된다. 일정한 장소에 먹이가 반복해서 놓이면 고양이가 모여들고, 번식으로 개체 수가 늘면서 소음과 배설물, 쓰레기봉투 훼손, 차량 흠집 같은 불편이 커진다.

캣맘 측에도 나름의 명분은 있다. 길고양이도 하나의 생명인 만큼 굶주리거나 다치지 않도록 돌본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돌봄을 시작했다면 지역 사회와 갈등 없이 공존할 수 있도록 관리할 책임도 뒤따른다고 본다. 급식 자체를 무조건 금지할 근거가 없는 것처럼 사유지에 무단으로 밥자리를 두는 행위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은 사유지나 공동 주거 공간에 밥자리를 두려면 소유자와 관리 주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주차장이나 차량 밑은 부적절한 장소로 꼽힌다. 고양이가 차량 하부로 들어가거나 온기가 남은 차 안으로 파고들어 사고와 차량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먹이를 주고 남은 그릇과 캔은 곧바로 치워 악취와 질병 전염을 막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번진 사례도 적지 않다.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는 50대 남성이 캣맘을 음식물 쓰레기통에 거꾸로 넣었다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캣맘이 돌보던 고양이가 이웃을 문 사건에서는 관리 소홀 책임이 인정돼 벌금형이 나오기도 했다. 사료를 다른 곳으로 옮기는 정도는 대체로 범죄로 보기 어렵지만 사료를 방치하면 쓰레기 무단 투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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