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여성 장미란 씨 정보에 '장애' 표시한 경찰...가족들 '분노'

3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한 제주 실종자 장미란 씨를 둘러싸고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에 이어 실종경보 발령 과정에서의 ‘장애인 표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경찰은 긴급한 수색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가족 측은 경찰의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고 뒤늦게 자신들을 통해 경보 발령을 추진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노컷뉴스 취재에 따르면 경찰청 산하 아동·여성·장애인 경찰지원센터 ‘안전Dream’ 홈페이지에 게시된 장미란 씨 실종자 정보에는 장 씨가 ‘장애’가 있는 것으로 표기돼 있다. 경찰이 지난 19일 장 씨에 대한 실종경보를 발령하면서 안전Dream에도 관련 정보가 게시된 데 따른 것이다.

문제는 장 씨가 장애인으로 등록된 사람이 아니라는 점이다. 경찰은 장 씨의 남자친구가 과거 우울증이 있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근거로 실종경보 관련 정보에 장애인으로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실종경보를 발령할 수 있는 대상은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법에서는 실종 당시 18세 미만인 아동을 비롯해 지적장애인, 자폐성장애인, 정신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성인 여성 실종은 위험성이 높더라도 동일한 방식의 실종경보를 발령하기 어려운 구조다.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 장미란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경찰은 이번 사건의 장기화와 수색의 긴급성을 고려해 가족에게 협조를 요청했고, 장애인 실종경보 방식으로 경보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미란 씨 가족은 이 같은 설명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족 측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는 경찰의 경보 발령 시점 때문이다. 장 씨의 사촌동생은 지난 19일 오전 1시쯤 직접 제작한 실종전단을 자신의 SNS에 공개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장 씨의 실종 사실이 알려지고 여론의 관심이 커진 뒤 경찰이 실종경보를 발령했다는 것이 가족 측 주장이다.

가족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이미 문제가 발생한 상황에서 뒤늦게 장애인으로 표기해 경보를 발령한 것 자체가 또 다른 상처가 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경찰이 처음부터 실종자의 위험성을 판단해 적극적으로 수색하고 필요한 제보 확보에 나섰어야 했다는 것이다.

장미란 씨 사건에서 가장 큰 논란은 첫 실종신고가 제대로 처리됐는지를 둘러싼 의혹이다.

장 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쯤 제주시 한림읍 자택에서 홀로 나온 뒤 돌아오지 않았다. 장 씨는 약 10년 전 제주로 이주해 연인과 함께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연인은 장 씨가 귀가하지 않자 상황을 지켜보다 5월 15일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다. 당시 경찰은 장 씨의 가족에게 장 씨의 안전이 확인됐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인 실종자의 경우 본인이 가족 등에게 위치를 공개하기를 원하지 않을 때 경찰이 생존 여부만 알리고 구체적인 위치는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장 씨와 실제로 연락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경찰은 첫 신고 당시 장 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의 내용을 112신고 처리 시스템에 입력하고 실종사건을 종결한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장 씨의 사촌동생이 지난달 19일 다시 실종신고를 접수하면서 이 기록에 문제가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이 당시 통화기록 등을 확인한 결과 첫 신고 직후 A 경장이 장 씨와 실제 통화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고, 경찰은 결국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현재 A 경장은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장 씨의 실종 이후 현재까지 확인된 행적도 심각한 상황이다.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5월 12일 자택 인근 폐쇄회로(CC)TV에서 마지막으로 모습이 확인된 이후 휴대전화 사용 기록이나 카드 사용 내역, 병원 진료 기록 등 뚜렷한 생활반응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는 단순히 연락을 받지 않는 수준을 넘어 실제 소재를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의 연락에도 반응이 없고 휴대전화와 카드 등 일상생활의 흔적까지 끊겼다면 경찰 입장에서도 실종자의 안전 여부를 우선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안전Dream 캡처

경찰은 현재 가출을 비롯해 범죄 가능성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 장미란 씨 사건을 담당하는 전담 수사팀을 꾸렸으며 오는 26일까지 일주일 동안 집중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수색은 장 씨의 마지막 행적이 확인된 한림항 인근 해안가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기동대 등 가용 인력을 투입해 주변 지역을 확인하고 있으며, CCTV와 통신·금융자료 등을 통한 행적 확인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개별 경찰관의 수사 과정뿐 아니라 성인 실종자에 대한 현행 실종경보 제도의 한계도 함께 드러냈다.

현재 제도에서는 18세 미만 아동이나 장애인, 치매환자 등 특정 대상이 아니면 경찰이 실종경보를 적극적으로 발령하기 어렵다. 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종경보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실제로 범죄나 사고 위험에 처한 사람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 사건은 시간이 중요한 만큼 초기 제보 확보가 수사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이동한 장소나 이동수단, 함께 있었던 사람 등을 시민 제보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작은 단서 하나가 CCTV 분석이나 수색 범위를 좁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반면 모든 성인 실종자를 대상으로 경보를 확대할 경우 사생활 침해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성인이 스스로 연락을 끊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소재를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 경우까지 경찰이 전국적인 경보를 발령하면 개인정보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경찰은 성인 실종자의 실종경보 대상 확대와 관련해 현재도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대상 확대 여부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장미란 씨 사건은 ‘실종자의 안전을 위해 얼마나 신속하게 정보를 공개할 것인가’와 ‘성인의 개인정보와 의사를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가치가 충돌하는 사례가 됐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는 이미 초동수사 과정에서 허위 종결 의혹이 제기된 만큼, 가족들이 느끼는 상실감과 경찰 대응에 대한 불신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미란 씨 사건의 첫 실종신고를 종결 처리한 의혹을 받고 있는 A 경장은 이 사건 외에도 별도의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A 경장은 지난달 22일 제주서부경찰서 청사 내 여자 화장실에 침입한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해당 혐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으며, A 경장은 현재 직위 해제된 상태로 경무과에 대기 발령됐다.

장미란 씨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경찰은 초동수사 과정에서 실제로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 112 신고 처리 시스템에 입력된 내용이 사실과 어떻게 달랐는지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엇보다 가족들이 바라는 것은 장 씨의 생사와 소재를 확인하는 일이다. 장 씨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의 초기 대응을 둘러싼 의혹까지 이어지면서 가족의 불안과 분노는 커지고 있다.

장 씨 가족은 장 씨를 목격했거나 실종 이후 이동 경로와 관련해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제보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경찰 역시 집중 수색 기간 동안 장 씨의 마지막 행적을 중심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장미란 씨가 자택을 나선 지 3개월이 넘은 가운데, 현재까지 확인된 생활반응은 사실상 끊긴 상태다. 경찰의 초동수사와 실종경보 발령 과정에 대한 책임 문제와 별개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장 씨의 마지막 행적을 찾아 생사와 소재를 확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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