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직원 85%가 지방 가면 퇴사하겠다고 밝힌 '이 회사'

정부가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다시 추진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 직원 상당수가 본원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직의 핵심 인력으로 꼽히는 젊은 직원과 회계사·변호사 등 전문직군에서 이직 의향이 더욱 높게 나타나면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인력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노동조합이 공개한 직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1538명 가운데 금감원 본원이 지방으로 이전할 경우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85.6%에 달했다. 이 가운데 69.7%는 단순히 이직을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적극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금감원 직원 10명 중 8명 이상이 본원 지방 이전을 계기로 직장을 옮길 수 있다는 의미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단순한 근무지 이동을 넘어 기존 조직의 인력 구조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연령대별로 보면 젊은 직원들의 이탈 가능성이 더욱 두드러졌다. 만 40세 미만 직원만 따로 살펴보면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92.5%까지 높아졌다. 이 가운데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응답도 82.5%에 달했다.

조직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력일수록 지방 이전에 대한 거부감이 더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단순히 현재 근무지가 바뀌는 문제를 넘어 향후 경력과 생활 기반을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전문직군에서는 이 같은 경향이 더 강했다. 금감원 노조가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군을 대상으로 퇴직 여부를 물은 결과 회계사 가운데 90.6%가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변호사는 그 비율이 94.2%로 더 높았다.

금감원 업무의 특성상 회계·법률 등 전문성을 갖춘 인력의 역할이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수치는 단순한 직원 만족도 조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방 이전 과정에서 전문인력이 대거 빠져나갈 경우 조직의 업무 연속성과 전문성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이 생각하는 금감원의 적정 소재지도 사실상 서울로 나타났다. 설문 응답자의 99%가 금융감독원 본원의 적정한 소재지로 ‘서울’을 꼽았다. 지방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반대 의견이 특정 연령대나 일부 직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조직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조사는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금감원 노조가 실시했다.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내부망을 통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노조는 지방 이전에 대한 직원들의 우려를 외부에도 적극적으로 알린다는 계획이다. 오는 24일 오전에는 청와대 앞에서 예금보험공사 노조와 함께 지방 이전 반대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금감원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 이전 대상에 금융 관련 주요 기관들이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이르면 25일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이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해 있는 금융위원회와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 국책은행도 이전 대상이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은 일반적인 공공기관 이전과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금융회사와 증권사, 보험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금융·법률·회계 분야의 민간 전문기관과 긴밀하게 업무를 주고받는다. 국책은행 역시 금융시장과 기업, 투자자 등 수도권에 집중된 민간 경제주체들과 수시로 협업해야 한다.

이 때문에 금융 관련 기관의 이전을 둘러싸고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 ‘업무 효율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하면 해당 지역에 일자리와 인구가 유입되고 주변 상권과 주거 수요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공공부문 기능을 지역으로 분산해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지방 이전 정책의 주요 취지다.

그러나 기관 내부의 인력 이탈이 현실화하면 이전에 따른 지역 활성화 효과가 예상보다 작아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 직원들이 가족의 거주지와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등을 이유로 지방 근무를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기관이 이전한 뒤 새로운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 금융권 채용 박람회 / 뉴스1

특히 금감원처럼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인력 비중이 높은 기관은 신규 인력 확보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단순 행정업무와 달리 금융감독 업무는 금융상품과 회계, 법률, 기업재무 등에 대한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만큼 경험 많은 인력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이번 금감원 노조 설문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란이 단순히 ‘서울에 남을 것인가, 지방으로 갈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정부가 이전 계획을 확정할 경우 기관별 업무 특성과 인력 구성, 전문인력 확보 가능성, 민간 금융기관과의 업무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큰 방향을 유지하면서도 기존 직원들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함께 내놓을지, 또 금융 관련 기관의 경우 업무 특성을 이유로 별도의 이전 기준을 마련할지가 향후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사가 지방으로 가면 나도 따라가야 하나”…공공기관 이전, 직원 동의 없이 가능?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둘러싼 논란에서 가장 민감한 지점은 결국 직원들의 선택권이다. 기관의 소재지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바뀌면 직원은 통근이나 이주, 가족의 거주지 변경, 자녀 교육, 배우자의 직장 문제 등을 감수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직원 85.6%가 본원 지방 이전 시 이직을 고려하겠다고 답한 것도 단순한 근무지 선호를 넘어 삶의 기반 자체가 바뀌는 데 대한 부담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결정하면 직원 개인의 동의 없이 실제 근무지를 옮길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과 ‘개별 직원에게 지방 근무를 강제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자체는 법률과 정부의 이전계획에 따라 추진할 수 있다. 과거 공공기관 지방 이전 역시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혁신도시 관련 법률을 근거로 진행됐다. 현재도 이전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에는 이전 규모와 시기뿐 아니라 이주 직원에 대한 지원대책과 이전 비용 등이 포함되도록 규정돼 있다. 즉 정부가 공공기관의 소재지를 정책적으로 변경하는 것 자체가 직원 한 명 한 명의 찬반 투표를 거쳐야만 가능한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관 이전 결정’이 곧바로 ‘모든 직원이 무조건 따라가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개별 직원의 근무지 변경은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인사규정 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특히 근무지가 근로계약에서 특정 장소로 명시돼 있었는지, 회사가 인사권에 따라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는지 등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안경 쓰는 이찬진 금감원장 / 뉴스1

법원도 사용자의 인사권을 무제한으로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근무지 변경에 대해 근로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업무상 필요성이 있는지, 직원이 입게 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이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취지의 판례가 축적돼 있다. 따라서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다는 정책적 결정만으로 모든 직원에게 어떤 조건에서든 이주를 강제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보기는 어렵다.

특히 직원에게 중대한 불이익이 발생하는 방식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대법원은 기존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근로자 집단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과반수 노동조합이 있다면 노동조합의 동의가 필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근로자들의 회의 방식 등을 통한 집단적 의사결정이 요구된다는 것이 판례의 기본적인 법리다.

다만 ‘지방 이전에 직원 동의가 필요한가’와 ‘근무지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근로조건상의 불이익에 동의가 필요한가’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기관의 본사가 정부 정책에 따라 이전하는 것 자체를 직원들이 거부할 수 있는 권리가 당연히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이전 과정에서 임금이나 복리후생, 근무조건 등이 불리하게 바뀌거나 기존 계약과 다른 중대한 조건 변경이 발생한다면 근로자 측의 권리가 문제될 수 있다.

결국 직원에게 현실적으로 선택지가 무엇이 남느냐가 핵심이다. 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직원에게 “새 근무지로 출근하라”고 요구했는데 직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해당 직원의 근로계약과 인사규정 등에 따라 인사조치가 가능한지, 그 조치가 정당한지 등을 별도로 판단하게 된다. 단순히 “정부가 이전을 결정했으니 무조건 따라와야 한다”는 논리만으로 모든 법적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과정에서 정부가 이주 직원 지원책을 함께 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지방이전 정책에서도 이주 직원에 대한 지원대책을 이전계획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했다. 주거 지원이나 이주비, 사택, 통근 대책 등을 마련해 직원들이 이전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금감원처럼 전문인력 의존도가 높은 기관이다. 직원 상당수가 지방 이전을 받아들이지 못해 퇴사한다면 정부가 정책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기관 내부의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특히 회계사와 변호사 등 전문직군에서 이직 의향이 90%를 넘었다는 금감원 노조 조사 결과는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국민의례하는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결국 논란의 핵심은 ‘정부가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할 권한이 있느냐’가 아니다. 법적 근거를 갖춘 정책이라면 기관 이전 자체는 가능하다. 진짜 쟁점은 그 과정에서 직원들의 기본적인 생활 기반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느냐, 그리고 기관의 공익적 이전이라는 목표와 개별 근로자의 불이익 사이에서 어떤 보완책을 마련해야 하느냐에 있다.

정부가 지방 이전을 단순히 건물과 조직을 옮기는 행정 절차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관 하나가 움직이면 그 안에서 일하는 수백·수천 명의 삶도 함께 움직인다. 직원들이 대규모 이직을 선택할 가능성이 확인된 상황이라면, 정부와 기관이 이전을 결정하기 전에 인력 유출 규모와 대체 인력 확보 가능성, 가족 동반 이주 문제, 전문인력 유지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금감원처럼 금융위원회와 금융회사,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수도권에 집중된 기관들과 긴밀하게 협업해야 하는 조직이라면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정책적 명분만으로 이전 효과를 판단하기도 어렵다. 이전에 따른 공익과 업무 효율성, 직원들의 권리와 현실적인 생활 부담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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