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 장미란 씨 담당 경찰...기록에 이미 '사망'이라 입력했다

제주에서 3개월 넘게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30대 여성 장미란씨 사건을 처음 접수한 경찰관이 실종자의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 내부 시스템에 장씨를 ‘사망’한 것으로 허위 입력한 정황이 확인됐다.

장씨가 살아 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 처리가 이뤄졌고, 이에 따라 실종 관련 내부 기록까지 삭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단순한 초동수사 부실을 넘어 고의적인 사건 은폐 여부를 밝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관이 실종자를 ‘사망’ 처리

장씨 사건은 지난 5월 제주에서 발생했다. 장씨는 5월 12일 늦은 오후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제주시 한림읍 자택을 나선 뒤 현재까지 귀가하지 않고 있다. 당시 장씨와 함께 생활하던 남자친구는 5월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문제는 최초 신고를 받은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새롭게 확인된 정황에 따르면 A경장은 실종 신고를 접수한 당일 경찰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사건 종결 사유를 장씨의 ‘사망’으로 입력했다. 실종자의 사망이 시스템에 입력되면 관련 실종 자료가 삭제되는 구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장씨의 사망 사실이 확인된 뒤 이뤄진 행정 처리가 아니었다. 당시 장씨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고, 시신이 발견되거나 사망을 입증할 객관적인 정황이 확인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산상 장씨는 사망자로 처리됐고, 결과적으로 실종 사건의 관련 기록이 시스템에서 삭제됐다.

실종자 가족 입장에서는 행방을 찾기 위한 수사가 진행돼야 할 시점에 오히려 사건 자체가 전산상 종결되고 기록까지 사라진 셈이다. 경찰의 초동 대응이 수색의 방향을 결정하는 실종 사건 특성상 최초 신고 직후 어떤 조치가 이뤄졌는지는 장씨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제주에서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씨 / 장미란씨 가족 제공. 연합뉴스

“장미란씨와 통화했다”는 보고도 허위였나

A경장은 사건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신고자인 장씨의 남자친구에게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경장은 남자친구에게 “장미란씨가 본인은 잘 있고, 신고자한테는 이제 자기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통화를 했다. 그래서 종결을 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경찰관의 설명만 놓고 보면 장씨가 직접 경찰과 통화했고, 자신의 소재를 남자친구에게 알리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에 실종 신고를 종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경찰이 통화 기록 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경장과 장씨 사이에 실제 통화가 이뤄졌다는 기록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경장이 실종 사건을 종결하기 위해 신고자에게 장씨와 연락이 됐다고 설명한 데 이어, 경찰 내부 시스템에는 장씨가 사망한 것으로 입력했다는 정황이 함께 드러난 것이다.

특히 두 조치가 별개의 실수인지, 아니면 사건을 종결하기 위한 하나의 의도적인 행위였는지는 향후 수사에서 핵심적으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장 씨의 휴대전화 행적, 중요한 단서인데도 골든타임 놓쳐

장씨의 휴대전화 행적 역시 사건의 시간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꼽힌다.

장씨의 휴대전화는 사건 종결 다음 날 오전 거주지에서 약 2㎞ 떨어진 한림항 인근에서 꺼진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자택을 떠난 이후 휴대전화가 이동했고, 이후 전원이 꺼진 시점과 장소가 확인된 만큼 당시 휴대전화가 누구의 손에 있었는지, 장씨가 실제로 해당 장소까지 이동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수사의 중요한 과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초 신고 이후 사건이 종결되면서 경찰이 확보했어야 할 자료와 수색의 골든타임이 상당 부분 지나갔다는 점이 문제다.

실종 사건에서는 CCTV와 휴대전화 위치 정보, 카드 사용 내역, 대중교통 이용 기록 등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수 있는 자료가 핵심 단서가 된다. 실제로 앞서 장씨 사건과 관련해 한림읍 일대 방범용 CCTV 111대와 교통정보수집용 카메라 7대 등 모두 118대의 영상이 보존기간 만료로 삭제된 사실도 확인됐다.

제주도에 따르면 해당 CCTV 영상은 30일간 보존된 뒤 자동 삭제됐다. 장씨의 실종 추정 시점인 5월 12~20일 영상은 6월 11~19일 사이 삭제됐다.

반면 제주서부경찰서가 제주도에 방범용 CCTV 영상 열람을 요청한 것은 지난 8월 19일로, 실종 추정 시점으로부터 약 3개월이 지난 뒤였다.

초동수사 과정에서 사건이 정상적으로 종결되지 않았다면 확보할 수 있었던 영상이 이미 사라진 것이다. 장씨의 마지막 행적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었던 자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경찰의 초기 대응이 결과적으로 수색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무거운 대목은 A경장이 단순히 실종 사건을 잘못 종결한 데 그치지 않고, 내부 시스템에 장씨의 사망을 입력했다는 점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실종자의 사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망으로 입력하는 것은 일반적인 행정상 오기와는 성격이 다르다. 무엇보다 해당 입력에 따라 실종 관련 기록이 삭제되는 시스템이라면, 결과적으로 수사에 필요한 기록이 사라지는 효과까지 발생한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A경장이 왜 ‘사망’을 종결 사유로 선택했는지, 당시 장씨의 사망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가 있었는지, 해당 입력으로 기록이 삭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 A경장이 사건 종결 과정에서 상급자에게 어떤 보고를 했는지도 중요한 수사 대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으로는 A경장이 신고 접수부터 자료 삭제에 이르는 과정에서 별도의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만약 경찰관이 상급자에게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고하거나 보고 자체를 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사건을 종결하고 기록을 삭제했다면, 단순한 수사 미숙을 넘어 직무상 의무를 의도적으로 위반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경찰, 직무유기 이어 전자기록 관련 혐의 수사

A경장을 둘러싼 의혹은 이번 사건에서 처음 제기된 것도 아니다.

앞서 경찰은 A경장이 장씨의 최초 실종 신고를 받은 뒤 ‘실종자와 직접 연락해 안전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보고하고 사건을 종결했다는 의혹을 확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A경장과 장씨의 통화 기록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경찰 내부 수사가 시작됐다.

A경장은 이후 장씨 사건뿐만 아니라 다른 실종 사건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사건을 허위 종결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60대 남성 실종 사건을 비슷한 방식으로 종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해당 남성은 실종 51일 만에 제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제주경찰청은 결국 지난 22일 A경장을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동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장미란씨 수색에 나선 제주 경찰 / 뉴스1

여기에 이번에 드러난 ‘사망’ 입력 정황까지 더해지면서 A경장이 어떤 목적으로 실종 사건을 종결했는지, 전산 기록을 삭제하기 위해 사망 정보를 입력했는지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경찰은 장씨의 행방을 찾는 수사와 함께 A경장의 혐의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 장씨 사건의 경우 가출뿐 아니라 범죄 피해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장씨의 소재를 확인하는 일이다. 실종된 지 3개월이 넘은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확보할 수 있는 물적 증거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동시에 최초 신고를 받은 경찰관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왜 사망 처리가 이뤄졌고, 왜 실종 기록이 삭제됐는지를 밝히는 것 역시 이번 사건의 핵심 과제가 됐다.

실종 사건에서 경찰의 역할은 신고를 접수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의 행방을 찾고, 범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필요한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 특히 초기에 확보해야 하는 CCTV와 통신·결제 관련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사라질 수 있어 초기 대응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한편 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지난 22일 긴급체포된 제주 A경장은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을 나와 호송차로 이동하던 중 "왜 그랬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3개월 넘게 행방이 묘연한 제주 실종자 장미란 씨를 둘러싸고 경찰의 초동수사 부실 의혹에 이어 실종경보 발령 과정에서의 ‘장애인 표기’ 논란까지 불거졌다. / 안전Dream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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