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운동 유족에게 매년 수당 지급’ 전북도 발표에 발칵 뒤집힌 네티즌

전북도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연 12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하면서 온라인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1895년 전봉준이 일본 영사관에서 조사를 받은 후 법무아문으로 이송되는 모습 /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

전북도는 25일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도내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 723명에게 1인당 연 120만 원의 유족수당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광역자치단체가 관련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원액은 당초 계획의 두 배로 늘었다. 전북도는 처음에 1인당 연 60만 원을 지급할 계획이었으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120만 원으로 확대했다. 올해 사업비는 총 8억 6800만 원으로, 전북도와 시·군이 3대 7 비율로 분담한다. 도는 지난해 12월 본예산에 유족 549명분에 해당하는 3억 2900만 원을 반영한 데 이어 지난달 추경으로 5억 3900만 원을 확보해 대상을 723명으로 늘렸다.

수당 대상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유족으로 결정돼 등록된 자녀와 손자녀, 증손자녀다.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전북에 주민등록을 두고 도내에서 1년 이상 계속 거주해야 한다. 신청은 다음 달 4일부터 22일까지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받는다. 수당은 자격 확인을 거쳐 11월부터 12월 사이 지급된다.

“130여 년 전 일에 왜 수당?”…온라인서 비판 쏟아져

소식이 온라인에 전해지자 비판이 쏟아졌다. “거의 150년 전 일에 돈을 지급하느냐“, “1894년에 일어난 일이다. 몇 대가 지난 일을 지금 금전으로 보상하는 게 맞느냐”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여러 누리꾼이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살수대첩 등 다른 역사적 사건의 참여자 후손에게도 수당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우선순위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많다. 한 누리꾼은 “그럴 돈이 있으면 6·25 희생 군경 유가족과 베트남 참전용사 유가족, 천안함 유가족처럼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먼저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생존한 6·25 참전유공자부터 챙기는 것이 낫다”고 적었다.

국가 계승 문제를 제기한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동학농민혁명은 조선시대에 일어난 일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했지 조선을 계승한 것이 아니다. 조선시대의 일로 국가유공자에 준하는 예우를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유족 검증 문제를 문제 삼은 이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동학농민혁명 유족임을 무엇으로 증명하느냐”고 물었다.

“참전유공자부터 챙겨야”…세금 사용 우선순위 놓고 공방

재정 여력을 지적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누리꾼은 “전북은 재정자립도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 아니냐”고 짚었다.

실제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5년 지방자치단체 재정자립도에서 전북은 23.5%로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재정자주도(67.5%)도 꼴찌였다. 한 누리꾼은 전북의 6·25 참전유공자 수당이 월 14만~16만 원 수준으로 전국에서도 낮은 편이라며 “생존한 고령 참전자의 처우도 충분하지 않은데 130여 년 전 참여자의 증손자에게 별도 수당을 신설하느냐”고 적었다.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성격을 둘러싼 평가도 논쟁 대상이 됐다. 일부 누리꾼은 동학농민운동이 청일전쟁을 불러 조선의 쇠락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라며 예우 대상으로 삼는 데 반대했다. 반면 동학농민혁명은 반봉건·반외세를 내건 민중항쟁으로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는 반론도 있었다.

소수이지만 정책을 옹호하는 의견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월 10만 원 수준으로 소소하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적었다. 이 누리꾼은 “동학운동이 근현대사에서 갖는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그 상징이 무엇이냐”, “왜 먼 후손에게 금전으로 보상해야 하느냐”는 반문이 이어지며 논쟁이 벌어졌다.

전북도 “국가적 예우 확대 필요”…헌법 전문 수록도 건의

전라북도 정읍시 덕천면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 동학농민혁명 기념조형물 / 연합뉴스

전북도가 수당 지급에 나선 배경에는 현행 국가 보훈체계의 한계가 있다. 항일 의병 참여자가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아 국가 예우를 받는 것과 달리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이에 상응하는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방정부가 먼저 유족 지원에 나서 국가적 지원 확대 필요성을 환기하겠다는 방침이다. 동학농민혁명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방안과 참여자 서훈 문제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동학 지도자와 동학교도, 농민 등이 조선 후기 봉건사회의 부정부패를 바로잡고 외세의 침략과 내정 간섭에 맞서기 위해 일으킨 민중항쟁이다. 반봉건과 반외세를 내걸었다는 점에서 한국 근대사의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이원택 전북지사는 “유족수당 지급은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들의 명예를 높이고 그 뜻을 후손에게 잇기 위한 뜻깊은 출발”이라며 “합당한 국가적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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