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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란(37)씨가 정말 극단적인 선택으로 숨진 것인가.’ 장씨가 실종됐다가 104일 만에 시신으로 발견된 것을 두고 온라인에서 이런 의문이 잇따르고 있다.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시신 발견 직후 "범죄 피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사실상 극단 선택 쪽에 무게를 실었다. 공식 부검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나온 경찰 수장의 설명을 시민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5일 경찰에 따르면 장씨 시신은 전날 오전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됐다. 발견 지점은 장씨가 장기 투숙하던 숙소에서 400여m, 걸어서 5분 남짓 거리다.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육안으로 신원을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실종 당시 장씨가 입었던 옷과 신발, 금팔찌,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함께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 검안을 근거로 사인을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제주경찰청장에게 보고받기로는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한다"며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 직무대행은 그러면서도 "공식 부검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확한 신원과 사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했다.
시신 발견 소식이 전해지자 온라인에선 경찰의 설명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동네에 방치된 시신도 몇 개월째 찾지 못했으면서 사망 원인은 발견 당일에 곧바로 추정해 알린다", "부검도 하기 전에 경찰이 스스로 내린 결론을 누가 믿느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슬리퍼를 신고 나간 사람이 갑자기 목숨을 끊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적었다. 다른 누리꾼은 "숙소를 놔두고 굳이 인적 드문 길로 나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발견 장소와 시점을 두고 의문이 집중됐다. 한 누리꾼은 "숙소에서 걸어서 몇 분 거리, 그것도 숨겨진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인데 시신을 석 달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적었다. 휴대전화 위치를 근거로 한 지적도 나왔다. 장씨의 휴대전화 신호가 마지막으로 잡힌 곳은 한림항 인근인데 시신은 방향이 다른 수원리 농장에서 발견된 게 이상하단 말이 나왔다.
부패가 심하게 진행된 시신에서 사인을 가려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한 누리꾼은 "부패가 심한데 목을 맨 자국이 눈으로 확인되겠느냐"고 물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장씨를 지켜본 남자친구도 극단 선택 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실종 직전까지 장씨와 함께 지낸 남자친구는 JTBC에 "장씨가 실종 당일까지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한 힘든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첫 실종 신고자이기도 하다.
전문가는 신중한 입장을 냈다. 표창원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나와 "프로파일링이나 과학수사 원칙상 현 단계에서는 어떤 추정이나 단정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현장 정황을 토대로 "현재까지 뚜렷한 타살 정황이나 제3자의 개입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표 소장은 "누군가와 몸싸움을 벌인 흔적이 전혀 없고, 제3자가 드나든 흔적이나 시신의 이동·유기 흔적도 없다"며 "현장 검안상 목맴사로 추정된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목맴사는 중력에 의한 경부 압박 질식을 뜻한다. 상당수가 스스로 행한 행동에 따른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표 소장은 그것만으로 장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결론지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실무상 극단적인 선택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있지만 그런 상황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른 요인들도 배제할 수 없다"며 "아직 단정하기엔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신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더라도 철저한 부검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표 소장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과 경찰의 과학수사를 통해 사망 원인과 제3자 개입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밝혀 유가족과 국민에게 한 점 의혹 없이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표 소장은 초기 수색이 부실했던 데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냈다. 그는 "실종 당시 복장과 소지품, CCTV 영상을 고려하면 가장 먼저 도보 이동 가능성을 봤어야 했다"며 "경찰이 애초 연락이 닿았다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수색을 이어갔다면 생존 여부는 알 수 없더라도 조기 발견은 충분히 가능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신이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서 나왔다는 점과 맞물려 되짚게 되는 대목이다.
극단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 측 입장에 의문이 커지는 배경에는 이 사건의 초기 대응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자리한다. 장씨 남자친구는 장씨가 숙소를 나선 사흘 뒤인 지난 5월 15일 112에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A경장은 접수 2시간 30여 분 만에 "장씨와 연락이 닿았는데 위치를 알려주지 말라고 했다"는 취지의 거짓 내용을 전한 뒤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실종자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등록돼 있던 장씨 관련 자료도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장씨와 연락이 닿지 않자 남자친구는 지난달 17일 다시 신고를 시도했다. 그러나 A경장이 남긴 종결 기록 탓에 접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장씨 가족이 이틀 뒤 서울 노원경찰서를 찾아 재신고에 나서면서 수색이 다시 시작됐다. 시신은 숙소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서 발견됐다. 실종 초기에 숙소 인근만 제대로 수색했어도 훨씬 이른 시점에 장씨를 찾을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A경장을 둘러싼 의혹은 장씨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경찰은 A경장이 단독으로 처리해 종결한 실종 신고가 20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재조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2일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60대 남성도 비슷한 방식으로 허위 종결된 사실이 확인됐다. 이 남성 역시 가족의 재신고 하루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이런 정황이 겹치면서 "경찰의 결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는 정서가 온라인에 퍼졌다.
표 소장은 허위 종결을 한 담당 경찰관에 대해 "경찰의 직위와 권한, 시스템을 악용한 명백한 범죄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금 드러난 두 명 외에 다른 신고 건도 그러리라고 미리 짐작해서는 안 되며, 실종자의 생사와 위치가 확인될 때까지 반드시 전수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쟁으로도 번졌다. 일부 누리꾼은 사건을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찬반 논쟁과 연결 짓기도 했다.
장씨 유족은 과도한 억측을 경계했다. 유족은 시신 발견 직후 국가배상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가 이후 내렸다. 장씨의 사촌동생은 "그동안 함께 마음 졸이며 언니를 찾아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수색에 힘을 보탠 경찰과 해경, 자원봉사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모든 경찰이 부패한 것도, 모든 경찰이 무능한 것도 아니다"라며 "훌륭한 경찰도 많고 실종자를 찾느라 고생한 분들의 노고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난과 억측, 사건과 관련 없는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온라인에서도 "좋은 경찰도 많은데 이런 일로 함께 힘들어할 분들이 안타깝다"는 반응이 일부 나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 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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