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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104일 만에 제주시 한림읍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된 장미란(37)씨의 시신을 둘러싸고 사망 경위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신이 발견된 곳이 평소 장씨가 무섭다고 꺼려하던 장소였다는 남자친구의 증언이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제주경찰청은 제주 한림읍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을 부검한 결과 장미란씨로 확인됐다고 지난 25일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에서 진행한 부검에서는 법치의관이 치아 상태를 감정한 결과 실종 당시 자료와 일치한다는 구두 소견이 나왔다. 발견 당시 시신은 지문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부패가 진행돼 있었고, 경찰은 별도로 DNA를 채취해 정밀 감정을 병행하고 있다.
부검 과정에서는 골절이나 외상 등 누군가 힘을 가한 흔적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출석해 "장씨 추정 시신에서 타살을 의심할 만한 흔적은 아직 없다"면서도 "제주경찰청으로부터 목을 매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시신 부패가 심해 정확한 사망 원인은 이후 이어질 2·3차 부검을 거쳐야 나올 전망이다.

장씨는 지난 5월 12일 오후 10시15분쯤 한림읍에서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서는 모습이 CCTV에 담긴 뒤 자취가 끊겼다. 이번에 시신이 나온 야자수농장은 그 숙소에서 직선거리로 400m가량, 걸어서 약 5분 정도 걸리는 거리에 있다. 가로등이나 CCTV가 없는 외진 지대로 알려졌다.
장씨의 남자친구는 지난 25일 TV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시신 발견 장소와 관련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저도 이해가 안 된다"며 "어떻게 간 건지, 왜 간 건지도... 지나다닐 때마다 무섭다고 했던 데라서 왜 거기서 발견됐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같은 날 한림읍 숙소 앞에서 JTBC 취재진과 만난 그는 "12년을 만난 여자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너무 힘들어 하루 종일 울다가 이제야 밖을 나왔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한 질문에는 "더는 말씀드리고 싶지 않다. 가족들의 울분은 더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발견 당시 자세와 위치를 근거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지만, 섣부른 단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모습 전체가 찍힌 화면을 확보하거나 복수의 목격자가 있어서 정확하게 그 상황을 봤다는 등의 경우가 아니라면 발견된 시신은 변사일 수밖에 없다"며 "보이는 모습만 가지고 사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발견 장소의 지형과 식생을 근거로 한 의혹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신 발견 지점 인근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이용자는 해당 농장에 빽빽하게 심어진 카나리아 야자나무의 특성을 짚으며 "뾰족하고 단단한 가시 같은 부분이 엄청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까이 가면 찔리고 일반 나무처럼 가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남자여도 목을 맬 줄을 걸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또 다른 이용자 역시 "나무형상만 하고 있고 버텨줄 가지가 없는, 줄기밖에 없는 식물"이라며 의문을 보탰다.
현장 접근성을 둘러싼 지적도 나온다. 트럭이 세워져 있고 비닐하우스가 있는 평지 농장인 데다 차량과 도보 통행이 가능한 샛길이 나 있어 농장 관리인이나 주변 주민의 왕래가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인적이 완전히 끊긴 오지가 아닌데도 100일 넘게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 의혹을 키우는 대목으로 꼽힌다.

이번 장미란씨 실종 사건은 애초 경찰의 부실 대응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파장이 커졌다. 장씨 동거인은 실종 사흘 뒤인 5월 15일 저녁 112에 신고했지만, 당시 야간 당직이었던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 소속 부모(30대) 경장은 현장 출동이나 통화 없이 가족에게 "장씨는 잘 있다. 위치를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둘러댔다. 이후 그는 실종자 프로파일링시스템에 장씨를 '교통사고 사망자'로 입력해 관리 대상에서 빼버렸다. 동거인이 7월 17일 재신고를 시도했지만 이전 허위 기록 탓에 접수조차 되지 않았고, 결국 가족이 8월 19일 온라인에 전단을 올려 도움을 호소하면서 경찰이 다음 날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그로부터 닷새 뒤인 24일, 장씨는 최초 신고로부터 10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같은 방식의 허위 종결은 또 있었다. 부 경장은 7월 2일 접수된 60대 A씨 실종 신고에 대해서도 "A씨가 자신의 위치를 알리기 싫어한다"거나 "알리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신고하겠다고 했다"는 취지로 허위 기재해 사건을 덮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장씨보다 이틀 앞선 지난 22일 제주시 구좌읍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최초 신고로부터 51일 만이었다.
부 경장은 직무유기와 공전자기록 위작·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25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았고, 제주지법은 도주 및 증거 인멸 우려를 이유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조사 과정에서도 실종자들과 통화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이 확보한 두 사람의 통화기록에는 부 경장과 통화한 이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청은 사건 당시 근무했던 전·현직 제주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 실종팀장 등 지휘라인 4명을 대기발령하고 감찰조사에 들어갔다. 또 부 경장이 지난해 3월부터 실종팀에서 근무하며 종결 처리한 298건 전체를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더 있는지 전수조사를 진행 중이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www.129.go.kr/etc/madlan)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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