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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정년은 60세지만 중장년층 상당수는 그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생애 주된 일자리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재취업 과정에서는 임시·일용직이나 단순노무직 비중이 커졌고, 일부는 소득과 사회적 관계가 함께 끊기는 위험에도 노출된 것으로 분석됐다.
2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구변화 대응 사회보장정책 성과분석을 위한 수요 측면 지표 연구: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50~64세 중장년층의 전체 고용률은 과거보다 높아졌지만, 나이가 들수록 고용의 질은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이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55~59세 응답자가 생애 가장 오래 일한 일자리를 그만둔 평균 나이는 46.6세였다. 60~64세 응답자는 51.6세로 집계됐다.
보고서가 검토한 선행 국가데이터처 통계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55~64세가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평균 연령은 49.4세로, 정년보다 10년가량 빠른 시기에 주된 일자리에서 이탈하는 흐름이 보편화된 셈이다.
퇴직 사유는 구조조정과 폐업, 해고 등 비자발적 요인이 가장 컸으며, 사업 부진과 조업 중단, 명예퇴직 등도 포함됐다.
주된 일자리에서 나온 뒤 다시 취업하는 과정에서는 고용 형태가 달라졌다. 50대 초반까지는 임금근로자와 정규직 비중이 비교적 높게 유지됐지만, 55세 중후반부터 임시·일용직 비중과 단순노무직 종사 비율이 빠르게 높아졌다.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난 뒤 기존 경력과 단절된 저임금·불안정 일자리로 옮기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단순히 취업 여부만으로 중장년층의 고용 상황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서는 봤다. 취업 상태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상용직에서 임시·일용직으로 옮겼는지, 주된 일자리에서 얼마나 오래 근무했는지에 따라 실제 고용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상황을 살필 때 전체 고용률과 함께 연령대별 고용 형태와 근속기간, 주된 일자리에서 다른 일자리로 옮기는 과정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고용 불안은 사회적 관계와 생활 여건의 취약성으로도 이어졌다. 보고서는 50~64세 중장년층에게 여러 위험 요인이 동시에 겹칠 경우 65세 이상 노년층과 비슷한 수준의 고위험군이 형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위험 요인에는 1인 가구, 무소득, 비경제활동, 취약한 주거 환경, 일상생활에서의 활동 제약 등이 포함됐다. 중장년층이라도 소득과 일자리, 주거, 사회적 관계가 동시에 취약해질 경우 사회적 고립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독사 통계에서도 50대와 60대의 비중이 컸다. 2023년 전국 고독사 사망자는 3661명이었으며 이 가운데 50대와 60대가 53.9%를 차지했다. 전체 고독사 사망자의 84.1%는 남성이었다.
고독사가 발생한 장소는 주택이 48.1%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가 21.8%, 원룸·오피스텔이 20.7%로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중장년층 정책의 성과를 평가하는 방식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참여자 수나 정보 제공 건수처럼 사업 실적을 집계하는 지표만으로는 중장년층이 실제로 겪는 변화를 충분히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고용 부문에서는 50~54세 고용률과 55~59세 고용률의 격차를 주요 지표로 제시했다. 연령대별 임시·일용직 비율 차이, 주된 일자리를 계속 유지하는 비율, 근속기간 차이 등도 함께 살펴야 할 항목으로 꼽았다.
같은 고용률이라도 연령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상용직이 줄고 임시·일용직이 늘어날 수 있는 만큼, 취업자 수뿐 아니라 일자리의 형태와 지속 기간까지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관계를 평가하는 지표로는 관계망 결핍률과 다면적 지지 결여율이 제시됐다.
관계망 결핍률은 친족이나 비친족과 대면 또는 비대면 방식으로 일상적인 교류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다면적 지지 결여율은 정서적인 위로가 필요할 때, 금전적인 지원이 필요할 때, 아파서 집안일을 하기 어려울 때 등 세 가지 상황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다.
연구진은 고용률과 사업 참여자 수뿐 아니라 이런 지표도 함께 활용해 중장년층이 주된 일자리를 떠난 뒤 겪는 고용 불안과 사회적 관계의 취약성을 정책 평가에 반영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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