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오가는 사람 많았는데…” 장미란 씨 시신 발견까지 3개월 걸린 이유

지난 5월 실종된 장미란 씨(37)가 약 3개월 만에 숨진 채 발견되면서 시신이 오랜 기간 발견되지 않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앞을 여행객들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장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도로와 맞닿은 카나리아 야자나무 농장이었다. 바로 앞 도로는 주민과 외지인이 오가는 제주올레길 코스였다. 인근에는 민가와 비닐하우스까지 있었지만 주민들은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현장을 잘 아는 주민들은 도로에서 농장 안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풀이 우거진 데다 외부인이 들어갈 일이 거의 없는 사유지였다는 점을 공통으로 짚었다. 바람의 방향과 주변 밭의 거름 냄새도 발견이 늦어진 배경으로 추정했다.

올레길 바로 옆인데도…풀숲에 가려진 야자나무 농장

26일 뉴스1에 따르면 장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제주올레길과 맞닿은 카나리아 야자나무 농장이다. 농장 앞에는 채소 모종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었다. 농장에 심어진 카나리아 야자나무는 토지주가 판매를 목적으로 재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앞 도로는 주민뿐 아니라 외지인도 오가는 올레길 코스였다.

가로등은 드문 편이었지만 인근 민가와 마을에서 나오는 불빛이 있어 도로 주변이 완전히 어둡지는 않았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겉으로만 보면 사람들의 왕래가 끊긴 외딴 장소는 아니었던 셈이다. 그러나 도로와 시신이 발견된 지점 사이에는 시야를 차단하는 풀숲이 있었다. 현장 바로 앞에 거주하는 주민 B 씨(73)는 “여기 앞에 서 있어도 풀이 있어서 안쪽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실제 약 한 달 전 토지주가 농장 대로변 쪽에서 제초 작업을 했지만 시신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 가까운 곳을 정리하더라도 농장 깊숙한 내부까지 살피지 않으면 발견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설명이다.

“천천히 걸어도 냄새 못 맡았다”…주민들도 몰랐던 이유

시신 발견 지점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서 농사를 짓는 A 씨(60대)는 “올레길을 따라 운동하는 사람들이 자주 오간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을 주민 대부분은 도보보다 오토바이나 차량을 이용해 이동해 냄새를 알아차리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A 씨 자신도 시신이 발견되기 전까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했다고 했다. A 씨는 “나도 인근을 천천히 걸어가 봤는데 냄새를 맡지 못했다”며 “현장 바로 앞에 사는 분도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현장 앞에 사는 B 씨도 지난 7월 이 일대를 오갔지만 특이점을 느끼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바람이 농장 반대 방향으로 불면 냄새가 다른 곳으로 흩어질 수 있고, 주변 밭에 뿌린 거름 냄새와 섞여 구분하기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이 통제되고 있다 / 뉴스1

주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람들의 통행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농장 내부의 상황을 알아차리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차량 중심의 이동 방식과 바람의 방향, 농촌 지역에서 흔히 발생하는 거름 냄새 등이 겹쳤다는 것이다.

남의 땅이라 들어갈 일 없고…뾰족한 가시 때문에 접근도 드물어

농장 내부로 들어갈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주민들이 공통으로 언급한 대목이다. B 씨에 따르면 농장 토지주는 평소 이곳을 자주 찾지 않았다. 토지주의 형은 바로 앞 밭에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왔지만, 정작 해당 농장 주인은 1년에 한두 차례 야자나무 가지치기를 위해 방문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현장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주민 C 씨(60)는 시신이 발견된 지점까지 가려면 밭 세 개 정도를 지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유지인 만큼 인근 주민들도 농장 안쪽까지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카나리아 야자나무의 특성도 접근을 어렵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잎에 뾰족한 가시가 있어 가지치기 등 특별한 작업이 아니면 나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앞을 여행객들이 지나고 있다 / 뉴스1

이 일대는 장 씨가 평소 반려견과 산책하던 곳으로 알려졌다. 주민들도 반려견을 데리고 올레길을 걷는 사람이 자주 보였다고 했지만, 그 가운데 장 씨를 특정해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치아 감정으로 신원 확인…정확한 사망 원인은 수사 중

지난 24일 야자나무 농장에서 발견된 여성 시신은 실종됐던 장 씨로 확인됐다.

제주경찰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분원의 부검 결과, 법치의학적 치아 감정에서 실종자와 일치한다는 구두 소견을 받았다고 25일 밝혔다. 발견 당시 지문 확인이 어려운 상태였던 만큼 경찰은 DNA 감정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의 실종신고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 인근에 전날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 뉴스1

부검에서는 외부 충격으로 인한 골절 등 특이한 외상이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의 자세와 발견 위치 등을 토대로 현재까지 타살을 비롯한 범죄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은 장 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하고, 장 씨가 야자나무 농장까지 이동하게 된 경위와 사망 전후 상황을 계속 조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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