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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람을 만나고, 도시가 문학이 된다” … 공주북페어 ‘첫 출항’

위키트리
제주도에는 바닷속에 직접 들어가 해산물을 채취하며 살아가는 한 미국인이 있다. 바로 뉴욕 출신 카일리 젠터(36)다. 처음에는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마을에서 거절당했지만, 지금은 동료 해녀들이 그를 딸처럼 대한다.
미국 CNN은 최근 한국에서 해녀 자격을 가진 유일한 외국인인 젠터의 제주 생활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젠터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12년이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아시아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영어 원어민 강사 채용 공고를 보고 한국행을 택했다. 원래 일본에서 일할 생각이었지만 숙소를 제공하는 한국의 일자리를 선택했다.

한국에서 영어 강사로 지내던 젠터는 이후 제주로 거처를 옮겼다. 서울에서 K팝 콘서트를 자주 보러 다니던 그는, 이후 제주에서 더 흥미롭고 급여도 높은 일자리를 찾게 됐다고 CNN에 설명했다.
제주 생활을 시작한 뒤에는 해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해녀학교에서 물질을 배우고 수습 과정을 거친 뒤 정식 해녀 자격도 얻었다.
본격적으로 해녀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영락리에서 젊은 해녀를 모집하면서부터다. 프리다이빙 단체 채팅방에 올라온 모집 공고를 본 한국인 남편이 젠터에게 지원을 권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 차례 거절당했고, 힘든 물질을 오래 이어갈 수 있을지를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다. 이후 면접을 거쳐 2024년 1월부터 서귀포시 대정읍 영락리에서 다른 해녀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처음 영락리 해녀들에게 젠터는 낯선 사람이었다. 카일리라는 이름을 발음하기 어려워 일부 해녀는 그를 ‘헤이’ 또는 ‘미국 애’라고 불렀다.
젠터는 해녀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물질이 있는 날이면 꾸준히 바다에 나갔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도 다른 해녀들과 같은 일정으로 움직이며 물질을 이어갔다.
시간이 지나면서 동료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젠터가 해녀 일을 잠깐 경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 바다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씩 신뢰가 쌓였다.
64년째 물질을 해온 영락리 해녀회장 홍복녀 씨는 젠터에 대해 “물질하는 실력이 우리 한국 사람, 제주 토박이들보다도 뛰어나다”며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지금은 홍 씨가 젠터를 딸이라고 부를 정도로 가까워졌다. 영락리 어촌계장 김창식 씨도 마을에 미국인 해녀가 생긴 뒤 젠터를 취재하려는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젠터가 자신이 해녀들 사이에 완전히 섞였다고 느낀 순간도 있었다.
물질을 하던 중 홍 씨가 소라가 가득 든 그물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자 젠터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다른 새내기 해녀들도 주변에 있었지만 홍 씨가 가장 먼저 젠터를 찾았다.
젠터는 당시를 떠올리며 “도움이 필요할 때 저를 먼저 찾았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 사람들이 자신을 받아준 데 대해 고마움을 나타냈다.

CNN은 영락리 해녀들이 단순히 같은 바다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도 다뤘다. 해녀들은 함께 바다에 들어가 주변 사람의 상태를 살피고, 물질이 끝날 때까지 서로를 확인한다.
호흡 장비 없이 자신의 숨에 의지해 잠수하는 만큼 동료의 움직임을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젠터 역시 이런 방식으로 다른 해녀들과 함께 물질하고 있다.
제주 해녀 사회는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제주해녀박물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현역 해녀는 2371명이며 이 가운데 63%가 70세 이상이다. 39세 이하 해녀는 30명에 불과하다.
바다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수온 상승으로 제주 연안의 해조류가 줄면서 해녀들이 채취하는 수산물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젠터는 영락리 바다의 해삼을 예로 들었다. 과거에는 하루에 100㎏이 넘는 해삼을 잡을 정도로 풍부했지만, 올해 영락리에서 잡힌 해삼은 모두 합쳐 10마리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물질뿐 아니라 SNS와 팟캐스트를 통해 해녀들의 생활과 문화를 알리는 활동도 하고 있다.
젠터는 “사람들은 해녀가 이제 마지막 세대이고 곧 사라진다고 말하지만, 저는 젊은 해녀가 아직 여기 있다고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이건 평생을 바치고 싶은 일”이라며 “저는 이 마을에서 살다가 이 마을에서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녀는 산소통 같은 수중 호흡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바다에 잠수해 해산물을 채취하는 여성 어업인이다. 제주에서는 해녀가 바다에 들어가 전복과 소라, 해삼 등 수산물을 채취하는 일을 물질이라고 부른다.
해녀들은 한 번 숨을 들이마신 뒤 물속으로 내려가 작업하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는 과정을 반복한다. 물 밖으로 나온 뒤 거칠게 숨을 내쉬고 들이마실 때 나는 특유의 소리는 ‘숨비소리’라고 한다.
오랜 기간 물질을 하면서 쌓인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해녀들은 상군·중군·하군 등으로 구분되기도 한다. 숙련된 해녀들은 바다의 흐름과 수심, 날씨 등을 살피며 다른 해녀들과 함께 작업한다.
해녀의 일은 개인이 혼자 바다에 들어가 수산물을 잡는 방식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 같은 마을 해녀들은 어촌계와 해녀회를 중심으로 함께 물질하고 조업 구역과 작업 시기 등을 관리한다. 바다에서는 주변 동료의 상태를 수시로 살피고 필요한 경우 서로 돕는다.
물질 기술과 바다에 관한 지식도 오랫동안 선배 해녀가 후배 해녀에게 전하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제주 해녀 문화는 이런 공동체 생활과 작업 방식 등을 인정받아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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