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서 범인 잡고도 서류 잃어버려 방치… 경찰들이 떠먹여 준 '어처구니없는 무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KIM JIHYUN-shutterstock.com

경남 지역 경찰서에서 수사 담당자가 범죄 수사 기록을 통째로 분실한 뒤 사건 자체를 망각해 결국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연이어 확인됐다.

담당 수사관의 안일한 기록 관리와 사건 방치로 인해 무면허 음주운전 피의자 등 명백한 범죄자들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법망을 빠져나가는 심각한 수사 구멍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는 단일 사건에 그치지 않고 경남 지역 여러 경찰서에서 다수의 수사 기록 분실 건이 동시다발적으로 적발되면서 수사 기관의 사건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신뢰성을 크게 실추시키고 있다.

경찰청 등 수사 당국을 취재한 뉴스1이 26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상남도 진주경찰서는 약 5년 6개월 전 발생한 무면허 음주운전 사건에 대해 지난 7월 29일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최종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사건 발생 당시 피의자 A씨는 운전면허를 소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허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음주 상태로 차량을 몰다 경찰 단속에 적발됐다.

그러나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건이 방치된 끝에 A씨는 결국 도로교통법 위반에 대한 어떠한 법적 처벌도 받지 않게 됐다.

사건을 인지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한 경상남도경찰청에 따르면 당시 해당 사건을 배당받은 담당 경찰관은 수사 기록 일체를 분실한 뒤 사건의 존재 자체를 완전히 잊고 있었다.

담당 경찰관은 최초 수사 당시 피의자 A씨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후 검찰 측으로부터 사건에 대한 보완수사 요구가 내려왔고, 이 과정에서 수사 기록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담당 수사관은 기록 분실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했다. 최근 분실됐던 수사 기록이 우연히 발견됐지만 해당 범죄의 공소시효인 5년이 이미 도과해 검찰 기소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이러한 수사 기록 분실로 인한 미처벌 사태는 진주경찰서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경상남도 남해경찰서에서도 2019년부터 수사를 진행해 오던 채권추심법 위반 혐의 사건 수사 기록을 분실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해당 사건 역시 경찰이 당초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고 수사를 이어가던 중 기록을 잃어버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 역시 5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서 이달 중순경 최종 불송치 종결 처리됐다.

범죄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수사 기관의 어이없는 실수로 가해자가 처벌을 피하게 된 것이다.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구 미제 처리된 사건 외에도 수사 기록을 분실한 뒤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어 부랴부랴 재수사를 준비 중인 사건들도 다수 적발됐다.

김해중부경찰서는 2022년 9월 검찰에 송치했던 전세보증금 편취, 즉 사기미수 혐의 사건의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뒤 수사 기록을 분실했다.

창원서부경찰서 역시 2021년 3월 검찰 송치 이후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필로폰 투약 및 소지 혐의 사건의 기록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상급 기관인 경상남도경찰청 본청에서도 2021년 3월 송치 후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보이스피싱 계좌 제공 혐의 사건 수사 기록을 분실했다가 최근에서야 이를 인지하고 전자문서 출력물을 통해 일부 내용을 간신히 복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무더기 수사 기록 분실 사태는 지난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대검찰청의 요청을 받아 보완수사 요구 장기 미회신 사건들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꼬리가 밟혔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수사 기록이 분실된 사건의 경우 재수사를 통해 다시 재판에 넘겨지더라도 공소 유지가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사건 발생 후 수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진술 기억이 왜곡될 우려가 크고 물적 증거가 훼손되거나 사라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상남도경찰청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수사 기록을 분실한 담당 경찰관들을 상대로 고의성 여부와 분실 경위 등을 철저히 진상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경우 감찰 부서를 통한 강도 높은 징계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매체에 "기록 분실도 그렇지만 공소시효가 끝나 처벌받지 못한 건 과실이 크다"며 "진상 확인 후에 징계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21년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보완수사 요구 등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시스템이 불안정해 오프라인으로 사건이 오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진상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사건 관리가 어려운 데다 담당자 실수가 겹쳐 이런 일들이 발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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