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란 부친 “야자수농장은 딸이 무섭다며 피하던 곳”

지난 24일 숨진 채 발견된 제주 장기 실종자 장미란(37) 씨의 아버지가 27일 딸의 빈소를 지킨 가운데 딸이 무섭다고 야자수농장을 가기 싫어했다고 말했다.

26일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종결로 실종 104일 만에 장미란 씨의 시신이 발견된 제주시 한림읍 현장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27일연합뉴스에 따르면 아버지 장모 씨는 발인을 앞두고 딸이 생전 야자수농장을 꺼렸다고 전했다. / 뉴스1

연합뉴스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이날 이른 오전까지 아버지 장모 씨는 홀로 빈소를 지켰다. 장모 씨는 발인을 앞두고 딸이 생전 야자수농장을 꺼렸다고 전했다. 그는 "딸은 남자친구에게 '야자수농장은 무섭다'고 '가기 싫은 곳'이라고 해왔고 그쪽으로는 전혀 가지 않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딸은 평소 무서움을 많이 탔는데, 거기에 갔다는 게 이해도 안 가고, 아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장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제주시 한림읍에서 그가 장기 투숙하던 숙소 인근의 야자수농장이다. 약 3∼6m 높이의 야자수가 빽빽하게 들어차 한낮에도 볕이 잘 들지 않고, 밤이면 인근 주민들조차 발길을 돌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부친은 '100일 넘게 딸이 야자수농장에 있었다는 것이 믿기느냐'는 물음에 그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부친은 사망 정황과 관련해 경찰에게 들은 내용도 전했다. 그는 "전날 제주서부경찰서 경찰이 찾아와 목의 뼈와 뼈 사이에 살짝 약한 뭐가 있는데 그게 당겨지면서 부러졌다고, 음. 부러졌다고 얘기하더라"며 딸이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은 우리 집의, 진짜 좋은, 거꾸로 우리 집 기둥 같은 딸이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초동 대응에 대한 원망도 나타났다. 그는 딸의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A 경장을 두고 "어떻게 그런 사람이…. 허허"라며 허탈해했다. 이어 "(5월 15일) 신고 접수 이후 실종 사건을 종결하는 바람에, 수색하러 나온 경찰들도 도로 들어갔다는 거 아니냐?"며 "그때 수색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바로 알았을 텐데,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참!, 시스템도 잘못됐죠. 뭐!"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경찰 전체를 향한 비난에는 선을 그었다. 부친은 "그 사람 하나(A 경장) 가지고 경찰을 싸잡아서 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한 사람의 일탈적인 행동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본다"며 "그동안 딸을 찾는 데 도움을 준 경찰 등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번 일로 남은 가족들이 많이 피곤해하고 있다"며 "많은 분이 신경 써줘서 고맙지만, 이제 그만 (언론 등에) 나왔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장미란 씨 등 실종 사건 2건을 허위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소속 부 모 경장이 25일 제주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장 씨는 5월 12일 밤 장기 투숙하던 숙소를 나선 뒤 104일 만인 지난 24일 숙소에서 불과 400m가량 떨어진 야자수농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장 씨 연인은 그가 실종된 지 사흘 뒤인 5월 15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사건을 접수한 A 경장은 "장씨와 연락이 닿았다"며 신고자에게 거짓으로 답한 뒤 사건을 임의로 허위 종결했다. 이 과정에서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에 올려둔 장 씨 기록마저 교통사고로 숨졌다는 허위 사유를 붙여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종 신고가 접수된 지 2시간 30여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토대로 실종 신고가 접수되기 전인 5월 12일 밤부터 5월 13일 새벽 사이 장 씨가 야자수농장 안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유족에게 전해진 설명과 달리 부검에서는 특이 골절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타살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목을 맬 경우 잘 부러지는 혀 밑 설골(목뿔뼈)이 장 씨 시신에서도 부러진 것처럼 보였으나, 부검의는 골절이 아니라 사망 이후 시간이 지나며 분리된 것으로 판단했다.

이 가운데 제주지법은 지난 25일 직무유기, 공전자기록 위작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A 경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 경장은 실종자와 연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유지하며 허위 종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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