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하고 시신 유기한 중국 유학생 살해범, 오늘 모습 드러냈다 (사진)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중국인 여성 유학생 살해 사건의 피의자가 27일 법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대학원 강사로 활동하며 피해자와 알고 지낸 사이였던 그는 범행 후 피해자로 위장해 시신 유기 흔적을 감추려 한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여성으로 변장한 채 이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살해 피의자, 27일 영장실질심사 출석한 피의자 / 연합뉴스, 뉴스1

후드로 얼굴 가린 채 법원 나선 피의자

27일 오전 10시 30분 대구지방법원에서는 살인 등의 혐의를 받는 중국 국적 남성 정모(30대)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렸다. 정씨는 후드로 머리와 얼굴을 완전히 감싼 채 법원에 도착했으며, 피해자와의 관계나 계획 범행 여부를 묻는 취재진 질문에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곧장 심문실로 향했다.

정씨는 경북 경산시 하양읍에 있는 자신의 원룸에서 중국인 유학생 A씨(25)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A씨가 재학 중이던 대학원에서 외부 강사로 활동하며 A씨와 알고 지낸 사이로, 지난 1학기에는 재활치료학과 신경해부학 등을 가르쳤고 2학기에는 인체해부학과 근골격계질환 관련 과목을 맡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경북의 한 정형외과에서도 근무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정씨는 지난 20일 새벽 A씨를 살해했다고 범행 일부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연인 관계였던 A씨와 다투다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이미 숨진 피해자를 상대로 가해자에게 유리한 진술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휴대전화 포렌식 등 보강 수사를 벌이고 있다.

중국인 유학생 살해 피의자, 얼굴 가린 채 묵묵부답 / 뉴스1

시신 훼손 후 전국 곳곳에 유기 정황

정씨는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했고, 이를 경산 지역과 대구, 경기 등지에 나눠 유기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가 시신 유기를 위해 자신 소유 승용차를 이용했을 것으로 보고 주거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다.

경찰은 정씨가 지목한 여러 지역에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경기 지역 관할 경찰에도 시신 발견 시 감식을 요청하는 협조를 구한 상태다. 다만 유기 장소로 지목된 곳 중에는 쓰레기 소각장도 포함돼 있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신 일부가 이미 소실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영장실질심사 마친 중국인 유학생 살해 피의자 / 뉴스1

피해자로 위장해 동대구역까지 이동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씨가 범행 다음 날 벌인 행적이다. 그는 A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채 A씨의 캐리어를 끌고 주거지를 빠져나와 대중교통을 이용해 동대구역 인근까지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의 휴대전화 전원을 끄고, 역 인근 화장실에서 다시 옷을 갈아입은 뒤 주거지로 돌아온 정황도 확인됐다.

더 나아가 정씨는 이튿날인 21일 오후 7시 5분쯤 자신이 직접 112에 "A씨가 실종됐다"고 신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동선을 흉내 내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이에 경찰은 정씨에게 살인 혐의와 함께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 위치정보와 CCTV 등을 토대로 이동 경로를 추적한 끝에 지난 25일 정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체포했으며, 같은 날 오후 정씨의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의 시신을 확인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쯤 20대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피의자가 경북 경산시 하양읍 주거지에서 여장 차림으로 나오는 모습이 인근 건물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 뉴스1

사이코패스 검사 검토…영사관도 엄중 처벌 요구

경찰은 이번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해 향후 심리분석관을 투입, 정씨를 상대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실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정씨의 주거지에서는 여러 벌의 여성복이 추가로 발견돼 경찰은 이 옷들의 입수 경위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정씨에게 과거 다른 범죄 전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 주재 중국총영사관은 한국 경찰에 철저한 수사와 범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유가족의 사후 절차에 필요한 영사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A씨가 재학 중이던 대학원 측도 "유가족을 위해 학교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유학 기간 방학마다 중국의 가족에게 돌아가 지내왔으며, 지난 14일 학위수여식 참석을 위해 다시 한국에 입국했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위수여식이 열린 20일 이후 가족·지인들과 연락이 끊겼던 A씨는 25일 오후 정씨의 주거지에서 숨진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정씨가 구속될 경우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오후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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