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중국인 살인범 데리고 전국 돌고 있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이유'

경북 경산에서 자신의 수업을 듣던 중국인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중국인 대학 강사가 시신을 버린 장소로 경찰을 안내하고 있다. 경찰은 이 강사를 차에 태우고 전국을 돌며 시신을 찾고 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30분께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여장한 채 주거지를 빠져나오는 경산 중국인 유학생 살해 피의자 모습. / 연합뉴스(독자 제공)

경북 경산경찰서는 구속된 중국인 강사 정모(31)씨를 차에 태우고 28일 오전부터 전국을 돌며 시신 수색을 벌이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은 정씨가 자신의 집에서 A(25)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전국 곳곳에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확한 유기 장소를 확인하기 위해 정씨의 범행 이후 행적을 토대로 수색 범위를 넓히고 있다.

정씨는 20일 새벽 경산시 하양읍 자신의 원룸에서 A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폐쇄회로(CC)TV에는 같은 날 오전 2시쯤 두 사람이 함께 원룸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담겼다. A씨는 이 무렵 가족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마지막 연락을 주고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영상에 정씨가 A씨를 강압적으로 끌고 가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장면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A씨가 원룸에서 나오는 모습도 잡히지 않았다.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대학 강사 정모씨. / 뉴스1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A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여러 차례 훼손해 가방 등에 나눠 담았다. 이후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경산 일대뿐 아니라 경기 등 전국 여러 지역을 돌며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정씨를 체포한 직후 원룸을 수색했을 때 현장에서는 시신의 극히 일부만 발견됐다. 나머지 시신은 이미 정씨가 전국 각지로 옮겨 버린 상태였다. 경찰은 정씨가 지목한 다수 지역에 인력을 투입해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기지역 관할 경찰에는 시신 발견 시 감식을 요청하는 협조도 구했다.

정씨는 범행 직후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정황도 드러났다. 그는 A씨의 옷을 입고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홀로 원룸을 빠져나왔다. 택시 안에서는 여성 목소리를 흉내 내며 A씨의 휴대전화를 든 채 동대구역까지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마치 A씨가 스스로 이동한 것처럼 동선을 꾸민 셈이다. 정씨는 범행 이튿날인 21일 오후 7시5분쯤 자신을 A씨 남자친구라고 소개하며 경찰에 실종 신고까지 했다. A씨는 연락이 끊긴 지 닷새 만인 25일 오후 정씨의 하양읍 주거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최초 실종 신고자인 정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하던 중 진술에서 수상한 점을 포착해 범죄 혐의를 의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A씨의 실종 단계부터 중국과 한국 SNS를 통해 알려졌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진과 행방을 찾는 글이 확산하면서 관심이 커졌다. 중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대구·경산 지역에서 실종된 사람을 찾는다는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A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작성자는 여동생이 경산의 한 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이며 지난 14일 입국한 뒤 20일 밤부터 연락이 끊겼다는 내용의 글을 남긴 것으로 파악됐다.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대학 강사 정모씨. / 뉴스1

정씨는 A씨가 다닌 경산의 한 대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학기 재활치료학과 신경해부학 등 2개 과목을 강의했다. 다가오는 2학기에도 강의가 예정돼 있었으나 사건 이후 배제됐다. 정씨는 경북 영천의 한 정형외과에서 물리치료사로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도 정씨의 강의를 수강한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람 모두 중국 국적으로, 주변에서는 정씨가 평소 학생들과 가깝게 지냈고 A씨와도 알고 지낸 사이였다는 진술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방학을 맞아 중국으로 돌아갔다가 학위수여식 참석을 위해 14일 다시 입국했다. 중국에서 이미 취업한 상태로 대학원 수료 증서를 받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식이 열린 20일 오후부터 가족·지인과 연락이 끊겼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 혐의를 일부 시인하고 범행 동기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지법 황인준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정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씨에게는 살인, 사체손괴·유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20대 중국인 여성 유학생을 살해한 혐의(살인 등)를 받는 대학 강사 정모씨. / 뉴스1

경찰은 정씨 진술만으로 범행 전말과 동기를 규명하기 어렵다고 보고 프로파일러를 투입했다. 다만 27일 프로파일러 2명이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PCL-R)를 진행하려 했으나 정씨가 거부했다. 정씨는 당초 검사에 동의했다가 입장을 바꾼 것으로 파악됐다. 이 검사는 대상자 면담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본인이 응하지 않으면 강제로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검사 결과가 재판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정씨가 거부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정씨는 27일 변호인을 선임했다. 현재까지 정씨에게 동종 전과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수습한 시신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 의뢰해 정확한 사망 원인과 시점을 규명할 방침이다. 사체 훼손·유기 등 추가 혐의 적용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개최 일정도 조율 중이다.

피해자 유족은 전날 입국해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유족을 참고인으로 불러 평소 A씨와 정씨가 어떤 관계였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여성청소년계 소속 심리지원 담당 직원 2명도 투입해 유족의 심리적 안정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현지 여론은 격앙된 분위기다. 웨이보 등 중국 온라인 플랫폼에는 한국이 오랜 기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엄벌을 요구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피의자를 중국으로 송환해 중국법에 따라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피해자와 피의자가 모두 중국 국적인 만큼 중국 사법당국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진다. 피의자 신원이 드러나기 전 중국에서는 여성이 홀로 한국에서 생활하다 범죄에 노출됐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범인이 A씨와 같은 국적의 중국인 강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분노가 커졌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에는 관련 검색어가 중국 SNS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올랐고 현지 언론도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이 사건과 관련해 주부산 중국총영사관 관계자로 보이는 직원이 경산경찰서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들은 경찰서에 들어간 뒤 상당 시간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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