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한 어른 팔뚝 크기... “한강에서 진짜 이런 물고기들이 잡힌다고요?”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은 대부분의 시민에게 강변 산책로나 쉼터로 더 친숙하다. 그러나 일반인이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는 민간인 통제선 안쪽, 한강 최북단에는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 동이 트기도 전에 그물을 던지는 어부들의 일터다.

한강 조업 모습 / '바다 다큐' 영상 캡처

서울을 가로지르는 한강에는 60여 종의 물고기가 산다. 그중에서도 일반인이 들어갈 수 없는 민통선 안쪽 한강 최북단 전류리 포구에서는 숭어와 웅어, 황복, 장어, 새우, 참게가 철마다 번갈아 올라온다.

'바다 다큐'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영상은 이 낯선 어장으로 시청자를 데려간다. 전류리 포구는 한강에 남은 마지막 포구다. '물길이 뒤집혀 흐른다'는 뜻의 전류라는 이름처럼, 이곳은 하루 두 번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 거센 조류를 일으킨다. 민물고기와 바닷고기가 뒤섞여 사는 이유다. 군부대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이곳에서 허가받은 어부 26명이 조업한다.

15년 차 김윤영 PD가 28년 경력의 베테랑 어부 조선녀씨와 함께 숭어잡이에 나섰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그물을 쳐야 해 지체할 틈이 없었다. 그물을 친 곳은 어로한계선 부근이다. 이 선 아래로는 북한으로 이어지는 물길과 강화로 가는 물길이 갈라져 더는 내려갈 수 없다. 물이 밀려드는 세 시간이 승부처다. 물이 차기 한두 시간 전 그물을 쳐두면 숭어가 오르락내리락하며 걸려든다.

처음 올라온 건 보리숭어다. 보리가 익을 무렵 잡힌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조씨는 "참숭어는 눈이 노랗고 보리숭어는 눈이 까맣고 크다"며 두 숭어를 구분하는 법을 일러줬다.

숭어는 우리나라에서 이름이 가장 많은 물고기로 꼽힌다. 자란 정도와 지역에 따라 보리숭어, 개숭어, 모치 등으로 달리 불린다. 본래 바닷고기지만 민물을 좋아해 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서 잘 잡힌다. 짠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역에 산란장을 두는 습성 덕에 한강 하구까지 올라온다. 봄 숭어는 특히 살이 오른다. 겨울에 산란을 마친 뒤 다시 먼 길을 떠나려 왕성하게 먹이를 먹기 때문이다. 거센 물살에 단련된 살은 쫀득하다. 첫 그물에서는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던 숭어가 그물을 몇 차례 당기자 한 마리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팔뚝만 한 숭어들이 쉬지 않고 줄줄이 걸려들었다. 어지간한 어른 팔뚝보다 굵은 놈들이었다. 숭어가 많이 드는 겨울에는 하루 1톤까지 잡은 날도 있었다고 한다.

한강 조업 모습 / '바다 다큐' 영상 캡처

그물에는 전류리 포구의 명물인 웅어도 딸려 올라왔다. 웅어는 멸치과에 속하는 회유성 물고기다. 봄이 오면 바다에서 강 하구로 거슬러 올라와 갈대숲에 알을 낳는다. 갈대밭에 숨어 산다고 해서 갈대 위(葦) 자를 붙여 위어라고도 부른다. 조선 왕실은 이 생선을 귀하게 여겼다. 웅어가 많이 잡히던 고양 행주 일대에 사옹원 소속 위어소를 두고 웅어를 잡아 임금 수라상에 올렸다.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한강 웅어를 으뜸으로 쳤다. 가을 전어에 견줄 만한 봄의 진미로 통한다. 제철은 4, 5월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뼈가 억세지고 살이 빠져 제맛이 사라진다. 성질이 급해 그물에 걸리면 금세 죽어버린다. 작고 둥근 비늘을 벗겨내면 금빛 속살이 드러난다. 연하고 지방이 많아 회로 먹으면 고소하다. 구이와 무침, 회덮밥으로도 즐긴다.

숭어잡이를 마친 배는 강 한가운데 정박한 새우잡이 배로 향했다. 전류리에 고깃배는 26척이 있지만 새우잡이 배는 네 척뿐이다. 새우잡이 배는 기계의 힘을 빌려 그물을 올리고 내린다. 그물을 끌어올리자 노랗게 알을 밴 굵은 새우가 한가득 올라왔다. 중하새우다. 새끼손가락보다 굵었다. 알 밴 새우는 봄에만 만날 수 있다. 가을이 되면 살이 오른다. 생새우는 그냥 먹어도 맛있다. 김장이나 젓갈로도 두루 쓰인다. 이렇게 잡은 새우를 사러 손주에게 새우튀김을 해주려는 단골손님이 김포까지 일부러 찾아오기도 한다.

전류리 포구에는 가을이면 참게도 오른다. 참게는 조선시대까지 그냥 '게'라고 하면 이 게를 가리킬 만큼 흔하고 친숙한 수산물이었다. 임진강과 한강, 금강 하류의 민물에서 살다가 가을이 오면 알을 낳으러 바다 쪽 기수역으로 내려간다. 민물에서는 산란하지 못하고 짠물이 섞여야 알을 낳는 습성 때문이다. 잡식성이라 벌레와 조개, 작은 물고기까지 가리지 않고 먹는다.

한강 어업의 역사는 길다. 삼국시대부터 한강은 고기잡이뿐 아니라 무역과 교통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개발과 잇단 다리 건설로 어장이 줄고 조업 금지 구간이 넓어졌다. 현재 내수면어업 허가를 받아 법적으로 조업할 수 있는 곳은 단 두 곳뿐이다.

숭어 / '바다 다큐' 영상 캡처

또 다른 어촌은 행주대교 아래 자리한 행주나루터다. 사흘 전 넣어둔 어망을 끌어올리자 붕어와 잉어가 한가득 걸려 올라왔다. 굵기가 상당했다. 붕어와 잉어는 바닥을 훑으며 물풀과 벌레, 유기물을 두루 먹는 잡식성 물고기다. 흐름이 느리고 바닥에 진흙이 깔린 하류를 좋아한다. 뒤이어 황복과 메기, 가물치도 모습을 보였다. 메기와 가물치는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토종 육식 어종이다. 특히 가물치는 물이 탁하고 산소가 적은 곳에서도 버틸 만큼 생명력이 강하다. 전류리에서 잡히는 어종과는 확연히 달랐다. 같은 한강이라도 물길과 바닥에 따라 사는 물고기가 달라진다.

이 가운데 황복은 몸값이 가장 높은 손님이다. 황복은 한강과 임진강, 금강에서만 나는 한반도 고유종이다. 대부분의 복어가 바다에서만 사는 것과 달리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을 오간다. 바다에서 자라다 산란기가 되면 강 하구로 거슬러 오른다. 복사꽃과 진달래가 피는 4~6월이 그때다. 내장과 알, 피에 치사량의 신경독을 품고 있어 반드시 자격을 갖춘 복어 조리사가 손질한 것만 먹어야 한다. 남획과 개발로 개체가 급감하자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지금은 어업면허를 가진 어부만 잡을 수 있다. 파주와 고양, 김포는 해마다 치어를 강에 풀어 자원을 되살리려 애쓴다. 복어 가운데 최고급으로 대접받아 값이 비싸다.

웅어 / '바다 다큐' 영상 캡처

반갑지 않은 손님도 있었다. 강준치다. 강준치는 잉어과의 토종 담수어다. 가물치와 메기, 쏘가리와 함께 한반도 민물의 최상위 포식자로 꼽힌다. 유속이 완만한 큰 강 중·하류의 중층과 표층을 빠르게 배회하며 다른 물고기의 치어와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많이 잡히지만 상품 가치는 낮다. 맛이 없기 때문이다. 어부들에게는 애써 걷어 올린 그물을 채우는 골칫거리일 뿐이다. 물길이 느려진 구간에서 개체가 부쩍 늘었다.

행주나루터의 주 수입원은 실뱀장어다. 뱀장어는 연어와 정반대의 삶을 산다. 바다에서 태어나 강에서 자란 뒤 다시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는다. 산란장은 한국에서 수천 ㎞ 떨어진 서부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서쪽 심해로 알려져 있다. 필리핀과 괌 인근 깊은 바다다. 이곳에서 부화한 댓닢 모양의 유생은 북적도해류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3000㎞가 넘는 길을 6개월에서 1년에 걸쳐 북상한다. 우리 연안에 닿을 무렵 실처럼 가늘고 투명한 실뱀장어로 변한다. 한강 하구에는 봄에 도착한다. 새끼 때는 자갈밭과 갯벌을 좋아하다가 자라면 강 복판 깊은 곳으로 숨어든다. 어부는 족대를 메고 강가로 나가 이 실뱀장어를 잡는다. 뱀장어는 아직 인공 부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래서 실뱀장어를 잡아 양식장인 양만장으로 옮겨 성어로 키운 뒤 시장에 낸다. 성냥개비만 한 치어 한 마리 값이 수천 원을 호가하는 이유다.

이렇게 잡은 물고기는 조씨 가족이 운영하는 횟집에서 판매한다. 새벽에 잡은 숭어는 물살에 단련돼 살이 쫀득하다. 웅어는 부드러운 살에 오이 향 같은 은은한 향이 돈다. 봄이 되면 웅어를 맛보러 전류리를 찾는 손님이 늘어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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