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인 줄 알고 위를 전부 잘라냈는데... 암이 아니고 위궤양이라고 합니다”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위 전체를 잘라냈다. 그런데 청천벽력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 뒤 '단순 위궤양'이라는 조직검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 이런 사연을 담은 글이 2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일주일간 복통으로 내과에서 약을 먹다가 통증이 심해져 119 구급차를 타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고 한다. 도착 직후 찍은 복부 CT에서 위에 큰 구멍이 발견됐다. 위 천공이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글쓴이는 "출혈이 멈춰 있었고 위 내용물이 다른 장기로 넘어가는 상황도 아니어서 초응급은 아니라고 했다"라고 적었다. 병원은 위험성 검사를 마친 뒤 다음 날로 수술을 잡았다.

"위암 말기라고 확신... 간이검사도 없이 위 전부 들어내"

수술은 복강경으로 진행됐다. 글쓴이는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복강경으로 위를 본 뒤 상태에 따라 봉합만 할 수도 있고 위암이면 일부를 절제할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문제는 수술실에서 벌어졌다. 집도의는 복강경 카메라로 위를 육안으로 확인한 뒤 위암 4기 말기로 판단했다. 그러고는 위 전체와 주변 림프절 30~40개를 잘라냈다. 이어 식도와 소장을 연결했다. 글쓴이는 "그 흔한 간이검사도 없이 위암 말기라고 확신하고 위를 전부 들어냈다"라고 주장했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수술이 길어지던 당시 상황도 전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보호자가 중환자 가족 대기실에서 지나가던 간호사에게 왜 늦어지는지 묻자 "간이검사로 위 여기저기를 떼어 봤는데 전부 암으로 나와 전부 절제했고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느라 지연되고 있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간이검사는 아예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잘라낸 위 조직검사 결과는 일주일 뒤 나왔다. 암이 아니었다. 단순 위궤양이었다. 글쓴이는 "병리과에서도 당황해 조직 염색 검사까지 했지만 잘라낸 위와 림프절 어디에서도 암이 나오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간이검사했으면 위 20~25%는 살릴 수 있었을 것"

글쓴이는 집도의와의 면담 내용도 옮겼다. 왜 간이 검사를 하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의사는 "수술 중에 검사할 걸 그랬다. 너무 아쉽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 "검사를 했으면 위의 20~25%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때는 너무 위암이라고 확신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글쓴이의 설명이다.

의사는 위로의 말도 건넸다고 한다. 글쓴이는 "나머지 위도 어차피 상태가 좋지 않고 양이 적어 큰 차이는 없었을 것이라고 하더라"라고 적었다.

글쓴이는 의사가 위암을 강하게 의심한 이유도 함께 전했다. 위 천공 구멍이 4cm 크기로 깊게 패였고, 주변 위벽과 림프절이 단단하게 굳어 위암의 진행 경과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위궤양이 흔히 생기는 곳이 아니라 몸통 위쪽 벽면에 생긴 점도 이례적이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수술 전 CT를 두고 소화기내과·소화기외과 교수들과 상의했을 때도 암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오진이었다. 글쓴이는 "불필요한 과잉 진료였던 것 같다. 간단한 절차를 생략한 오진으로 영구 장해가 남아 너무 속상하다"라고 적었다.

급한 천공만 봉합하거나 일부만 절제한 뒤 조직검사 결과를 보고 필요하면 다시 수술할 수는 없었는지도 의사에게 물었다고 한다. 돌아온 답은 "그럴 수도 있었다"였다. 글쓴이는 "젊은 나이라 재발 가능성을 아예 없애는 게 낫다고 판단해 전부 제거했다고 설명하더라"라고 적었다.

수술 뒤 완전히 달라진 삶... 덤핑증후군 등 우려

수술 뒤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글쓴이는 "앞으로 종이컵 반 컵 분량씩 하루 여섯 번 나눠 먹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기본 몸무게에서 15~20kg이 빠질 것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어려울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덤핑증후군과 폐렴합병증도 걱정된다고 했다. 덤핑증후군은 위 절제 수술 후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소장으로 너무 빨리 쏟아져 내려와 다양한 신체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위절제술 후 폐렴이 생기는 가장 큰 이유는 수술과 마취로 인해 폐의 방어 기능이 떨어지고, 가래가 잘 배출되지 않으며, 위 내용물이나 침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암이 아니었던 탓에 보상 길도 막혔다. 글쓴이는 "병원비만 나오고 보험 진단금은 하나도 안 나온다"라고 했다. 진단명은 '위궤양에 의한 위 천공'으로 정리됐다. 앞서 병원은 암으로 확신하며 한 달 뒤부터 항암 치료를 하자고 안내했고, 산정특례로 병원비가 줄어들 테니 중간 수납을 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다는 것이 글쓴이의 설명이다. 이 안내도 결과가 뒤집히면서 모두 무의미해졌다.

글쓴이를 더 힘들게 한 것은 사과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는 "미안하다는 사과도 없었다. 그냥 자기도 아쉬움이 남는다고만 하더라"라며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라고 적었다.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의사가 "암 수술로 전환해 정말 잘됐다"라며 웃으며 말해 수술이 잘된 줄로만 알았다고도 했다.

글의 상당 부분은 글쓴이의 복잡한 심경으로 채워졌다. 그는 집도의를 원망하기보다 오히려 감싸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글쓴이는 "의사가 고의로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그에겐 선의가 있었다. 응급수술을 암 수술로 전환해 최선을 다해줬는데 그게 오진이었다"라고 적었다.

앞으로도 그 의사에게 계속 진료를 받아야 할지 고민이라고도 했다. 글쓴이는 "식도와 소장을 연결해 놓은 의사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가장 잘 이해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관계를 잘 유지해야겠다고 여겼다"라고 했다.

"조직검사 없이 위암 진단, 일반적이지 않다"

댓글에는 의료인으로 보이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스스로를 의사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육안으로는 위궤양과 위암을 100% 구분할 수 없어 반드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라며 "조직검사 결과 없이 위암으로 진단하고 수술한 과정은 일반적이지 않다"라고 적었다.

병리 분야 종사자라고 밝힌 이용자는 구체적인 대응 방법을 안내했다. 그는 "초진기록지와 응급실 기록지, 수술기록지, 검사결과지, 간호정보조사지, 투약기록지까지 의무기록을 모두 확보하라"라고 했다. 이어 "염색 슬라이드를 발급받아 다른 대학병원 병리과에서 재판독을 받아 보라"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의사 이용자는 "위암을 육안으로만 판단한 뒤 곧바로 광범위 절제까지 하는 것은 표준적이지 않다"라며 "병기 설정이 안 된 상태에서 급한 문제만 해결하고 두 단계로 나눠 접근하면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극히 드문 사례일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순천향대병원 병리의라고 밝힌 이용자는 "위궤양 천공인데 위벽이 전체적으로 섬유화돼 마치 위암 보만 4형처럼 두꺼워지는 경우가 드물게 있다"라고 적었다. 이어 "외과의는 암을 강하게 의심하는데 조직검사에서는 암이 아니라고 나오는 경우가 가끔 있다. 매우 희귀한 경우"라고 했다.

현직 변호사 "승소 가능성 높다... 조정도 가능"

법률 조언도 이어졌다. 변호사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이 정도면 승소 가능성이 꽤 높다"라며 "진료기록 일체를 발급받은 뒤 의료 전문 변호사를 찾거나 부담스러우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조정을 신청하라"라고 적었다. 그는 "조정은 변호사 없이도 가능하다. 과실이 명확하면 병원도 조정으로 마무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의사 책임을 두고 이용자들 사이에 공방도 오갔다. 한 이용자는 "간이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는데 나중에 악성으로 밝혀지면 그것도 소송감"이라며 "결과만 놓고 보면 모두가 전지전능한 신"이라고 적었다. 이에 다른 이용자는 "정상으로 나왔다면 가진 정보로 판단한 것이라 비난하기 어렵지만, 이번엔 필요한 절차 자체를 건너뛴 것"이라며 "의사 본인조차 그 절차를 생략하지 않았으면 위 일부는 살릴 수 있었다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반박했다.

글쓴이는 여러 조언을 접한 뒤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그는 "명백한 절차상 하자로 인한 오진이었다. 평생 위 없이 살아야 하는데 후회라도 없어야겠다"라며 "혹시 의사가 면허를 잃을까 미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생각은 접고 끝까지 갈 생각으로 준비하겠다"라고 적었다.

글쓴이는 병원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그는 "공개하면 명예훼손을 당할까 걱정된다"라며 "일이 해결되면 알리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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