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실종여성 시신 부패 심해 사인 불명… 모든 가능성 열어둬"

홍석기 국가수사본부장이 제주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의 사망 원인에 대해 "시신 부패로 인해 사인 불명으로 확인됐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누군가 추모의 의미로 가져다놓은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다. / 뉴스1

홍 본부장은 31일 경찰청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제주 실종사건과 장윤기 사건 등 잇단 부실 수사 논란에 대해 "일부 담당자의 일탈뿐 아니라 저를 포함한 관리자의 지휘·감독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크고 작은 부실 수사가 있었고 경찰 수사가 홀로서기를 앞둔 만큼 국민의 걱정이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다양한 통제 방안이 마련되겠지만 그전이라도 수사역량 강화와 조직문화 개선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본부장은 수사권을 방기하거나 남용한 수사관과 지휘를 제대로 하지 못한 지휘관에게는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책임을 다해온 성실한 현장 수사관들까지 위축돼 있다"며 "이들이 더 잘해 나갈 수 있도록 격려해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사기 진작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제주 실종사건을 계기로 최근 3년간 종결한 실종사건 약 31만건을 전수 점검하고 있다. 오는 11월 말까지 조사를 마치는 게 목표다.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가림막이 가려져 있다. / 뉴스1

경찰이 지난 28일 기준 살펴본 사건은 약 1만5100건이다. 현재까지 크게 문제가 있다고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홍 본부장은 설명했다.

홍 본부장은 "대면 확인을 거쳐 종결했는지, 비대면으로 종결했는지를 사건마다 확인하고 있다"며 "비대면으로 종결된 사건을 우선해 신속히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실종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A 경장이 처리한 실종사건 298건에 대한 전수조사도 마무리됐다.

제주경찰청은 약 20명으로 조사팀을 꾸려 해당 사건들을 점검했다. 조사 결과는 다음달 1일 발표할 예정이다.

A 경장은 조사 과정에서 허위 종결 경위나 동기와 관련해 일부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경장 외에 추가로 입건된 경찰관은 현재까지 없다. 경찰은 A 경장의 허위 보고를 결재한 관리자와 현장에 함께 출동한 동료 경찰관 등에 대해 감찰을 진행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징계 또는 형사 입건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경찰은 추가 입건자 없이 조만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예정이다.

A 경장은 2025년 3월 10일부터 지난달 23일까지 제주서부경찰서 실종팀에 근무하면서 자체 종결한 298건 중 63건을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미입력하거나 삭제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63건 중에는 다른 부서에서 접수하거나 해제한 사건도 포함됐다.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을 경찰이 지키고 있다. / 뉴스1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관리목록 삭제 건수에는 실종 신고 이후 숨진 채 발견된 30대 여성 장모씨도 포함됐다. A 경장은 장씨 실종 사건을 허위로 종결 처리한 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입력하며 이 시스템에서 삭제했다. 장씨는 실종 신고가 허위로 종결된 뒤 100여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미입력은 112 신고 단계에서 오인 신고이거나 곧바로 실종자가 발견된 경우에 해당한다. 이때는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 경장이 미입력하거나 삭제한 사건이 허위 종결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A 경장은 실종팀 근무 약 16개월간 시스템 미입력 및 삭제 처리를 제외하면 총 235건을 자체 종결 처리했다. 이는 비슷한 기간 근무한 B 경찰관 137건, C 경찰관 37건보다 많은 수치다.

경찰은 주간 2명이 1조로 투입되다 보니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 입력 등 업무 처리를 보통 팀의 막내인 A 경장이 맡았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에서 A 경장은 실종 신고 접수 당시 실종자와 통화를 했다는 주장이 거짓말이라며 일부 혐의를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동기와 관련한 일부 진술도 나와 경찰이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실종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 담당자가 실종 해제를 요청하면 관리자가 최종 승인하도록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개선하고 있다.

실종자를 직접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인근 지구대·파출소 경찰관을 통해 안전 여부를 확인한다. 경찰관과의 만남을 거부하면 소방이나 행정복지센터 직원 등의 협조를 받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직접 확인한 뒤 사건을 종결하도록 했다.

단기적으로는 실종 신고 접수 단계의 위험도 평가 방식도 고도화한다. 홍 본부장은 "신속히 종결할 사건은 종결하되 곧바로 수사로 전환해야 할 사건은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야간에 실종 전담 수사관이 1명만 근무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계기관과 협의해 필요한 인력을 보강할 방침이다. 홍 본부장은 "대다수 경찰서에 실종 전담팀이 구성돼 있더라도 1인 근무 체계인 경우가 많다"며 "지역경찰과 형사·여성청소년 기능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인력이 필요한지 관계기관과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치매나 지적장애가 없는 일반 성인 실종자에게 위치추적 등 강제 수단을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적 공백도 보완하기로 했다. 홍 본부장은 "일반 성인도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행법상 허용되는 수단에 한계가 있다"며 "국회에 제출된 관련 법안에 경찰의 보완 방안이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28일 제주시 한림읍 실종신고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 장 모씨의 시신이 발견된 야자수숲 현장에 누군가 추모의 의미로 가져다놓은 국화꽃다발이 놓여 있다. / 뉴스1

경찰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실종사건 전수조사를 두고 외부의 사후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종 신고를 접수한 경찰관이 이를 허위로 종결한 뒤 사망자가 속출한 데다 경찰의 고질적인 '제 식구 감싸기'나 '암장'(暗葬)을 고려하면 자체 조사보다 외부 검증을 통해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실종 사건에 대한 전반적인 외부 기관 등 제3의 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전반적인 시스템 마련이 우선이며 그런 바탕 위에서 이번 경찰의 실종사건 전수조사를 제3의 기관이나 위원회가 검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수조사에 대한 사후 검증뿐 아니라 경찰에 대한 평시 감시 체계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경찰의 국민 신뢰 확보를 위해서는 전수조사 결과를 외부가 다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연합뉴스에 "이번에 드러난 실종사건 허위 종결이 빙산이 일각일 수도 있다"며 "경찰의 수사하는 실종사건 외에도 교제 폭력 등 관계성 폭력 사건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부 검증 방식에는 다른 의견도 나왔다. 이건수 백석대 교수는 연합뉴스에 "경찰 예규에 따른 성인 실종사건 처리 방법 대신 '성인실종법'을 제정해 경찰이 가출 등 성인 실종 사건을 관리하고 민간이 감시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종자 찾기 센터 등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해 민간이 가출인 등 실종 이력이 있는 대상자를 평시 관리하고, 경찰은 실종자 발생 시 수색을 전담하는 구조를 마련하자는 제안이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에 "이번 실종사건 전수조사는 경찰의 국민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돼야 한다"면서도 "경찰의 잘못한 점을 뒤져서 제3의 기관이 전수조사가 제대로 됐는지 검증하겠다는 시선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경찰청장 출신인 고기철 국민의힘 전 제주도당 위원장은 연합뉴스에 "경찰의 이번 실종사건 전수조사를 사후 제3의 기관에서 재차 검증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맞지 않고 인력 문제를 볼 때 현실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고 전 위원장은 연합뉴스에 "담당 경찰관의 허위 종결로 국민적 신뢰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경찰이 이번 전수조사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경찰이 국민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수사 부실을 겨냥한 시민 사회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공익광고 전문가 이제석씨가 운영하는 이제석 광고연구소는 지난 30일 제주시 한림읍과 제주서부경찰서 일대에서 폐쇄회로(CC)TV를 활용한 게릴라성 공익캠페인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제주서부경찰서 앞에는 경찰을 감시한다는 의미로 CCTV를 형상화한 공익광고가 설치됐다.

제주경찰청은 실종사건 허위 종결 혐의로 구속된 A 경장이 자체 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국 경찰청도 담당 실종 사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벌이며 잘못 처리된 점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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