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1잔 70만 원” 황당 게시물…사은품 보니 이유 있었다

공연과 스포츠 경기 암표를 막기 위한 이른바 ‘암표방지법’이 시행됐지만, 온라인에서는 선수 사진이나 커피 쿠폰을 비싼 가격에 올리고 티켓을 ‘사은품’으로 끼워주는 우회 거래가 등장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한화 이글스 선수 사진을 인쇄한 A4 용지 한 장을 12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사진 구매자에게 지난달 29일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화 이글스 경기 1루 응원단석 티켓 2장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해당 좌석의 정가는 한 장당 2만 5000원이다.

겉으로는 선수 사진을 판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경기 입장권에 웃돈을 붙여 넘기려는 거래라는 지적이 나왔다. 직접 티켓 가격을 12만 원이라고 적는 대신 값이 거의 없는 사진을 고가에 판매하고 티켓은 ‘덤’으로 제공하는 형식을 취한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치킨 기프티콘을 10만 원에 판매하면서 야구 경기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는 게시물도 등장했다. 판매자는 치킨 교환권을 구매하면 경기 입장권을 함께 넘기겠다는 식으로 안내했다. 겉으로는 기프티콘 거래 형식을 취했지만 실제 거래 목적이 티켓에 웃돈을 붙여 되파는 데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암표 우회 판매 게시물들. 판매자들은 커피·치킨 기프티콘이나 야구 선수 사진 등을 고가에 판매하면서 야구 경기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비슷한 글은 다른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달에는 4700원 상당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한 장을 70만 원에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판매자는 유명 남자 아이돌이 시구자로 나서는 오는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경기 티켓 2장을 사은품으로 준다고 적었다. 해당 경기 티켓의 정가는 한 장당 10만 원이다.

일부 게시물에서는 커피 쿠폰 판매 가격을 66만 원으로 조정해 다시 올리는 모습도 나타났다. 암표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사진이나 기프티콘 같은 별도 상품을 내세운 뒤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아메리카노 기프티콘 판매 게시물. 판매자는 기프티콘을 고가에 판매하면서 야구 경기 티켓을 사은품으로 제공한다고 안내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매크로 없어도 처벌…‘사은품 꼼수’도 들여다본다

이 같은 거래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난달 28일부터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을 확보한 뒤 되파는 행위를 중심으로 규제했지만,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매크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부정구매와 부정판매 여부를 따진다.

부정구매는 최초 판매자가 정한 정상적인 구매 과정을 우회하거나 방해하면서 재판매 목적으로 입장권을 사들이는 행위를 말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재판매를 목적으로 비정상적인 방법을 이용했다면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야구장이 팬들로 북적이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 뉴스1

부정판매 범위도 넓어졌다. 입장권 판매자나 판매를 위탁받은 사람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 목적으로 자신이 구매한 가격보다 비싸게 입장권을 판매하거나 알선하면 부정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

다만 개인이 사정이 생겨 정가 수준에서 표를 양도하는 행위까지 모두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 횟수와 가격, 영업성·상습성 등을 종합해 부정판매 여부를 판단한다.

문제는 최근 등장한 ‘사진 판매+티켓 사은품’, ‘커피 쿠폰+경기 티켓’과 같은 방식이다. 형식만 보면 판매 대상은 사진이나 기프티콘이지만 실제 거래 목적과 금액이 티켓에 맞춰져 있다면 실질적으로 암표 판매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상품명을 바꾸거나 티켓을 ‘사은품’이라고 적었다는 이유만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거래 목적과 가격, 판매 횟수, 티켓이 사실상 주된 거래 대상이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걸리면 징역·벌금에 최대 50배 과징금

부정구매나 부정판매로 판단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정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르면 부정구매 또는 부정판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암표 거래 과정에서 챙긴 금품이나 이익은 몰수 또는 추징 대상이 된다. 여기에 부정판매자에게는 형사처벌과 별도로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다.

공연법에 따른 부정판매 과징금 부과 기준. /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부정판매 과징금 부과 기준. / 문화체육관광부

과징금은 판매금액을 기준으로 최소 2배에서 최대 50배까지 책정될 수 있다. 판매한 티켓 수와 금액, 위반 정도 등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수십만 원에 암표를 판매한 사실이 확인되면 실제 판매 수익보다 훨씬 큰 금액의 과징금을 부담할 가능성도 있다. 과징금은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규모와 조사 협조 여부 등을 고려해 일정 범위에서 감경될 수 있다.

암표를 신고한 사람에게 지급하는 포상금 제도도 함께 시행됐다. 부정구매를 신고한 경우 기준에 따라 최대 5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부정판매 신고의 경우 실제 부과된 과징금의 최대 50% 범위에서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

게시물 지우고 채팅방 이동…온라인 단속은 숙제

규제가 강화됐지만 온라인 암표 거래를 모두 적발하기는 쉽지 않다. 판매자가 중고거래 사이트에 글을 올려 구매자를 찾은 뒤 별도 채팅방이나 메신저로 이동해 거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거래가 끝난 뒤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계정을 바꾸면 흔적을 추적하기도 어려워진다. 상품명을 ‘티켓’이 아닌 사진이나 커피 쿠폰으로 표시하는 식으로 검색과 신고를 피하려는 방법도 등장하고 있다.

개정법은 이런 문제를 고려해 입장권 판매자와 통신판매중개업자에게도 관리 의무를 부과했다. 구매 과정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마련하고 부정거래를 신고할 수 있는 기능을 운영해야 한다. 부정거래가 적발될 경우 형사처벌이나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사실도 이용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지정된 신고기관이 암표 거래를 조사할 때는 플랫폼이나 입장권 판매자에게 관련 게시물 작성자 정보와 접속 기록 등을 요구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하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불꽃축제·영화표는 여전히 사각지대

영화 ‘오디세이’의 흥행으로 아이맥스(IMAX) 상영관 예매 수요가 급증하면서 암표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CGV는 암표 거래를 막기 위해 용산아이파크몰 아이맥스관의 예매 가능 매수를 1회 및 하루 최대 4매로 제한했다. 사진은 지난달 28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 모습. / 뉴스1

법이 강화됐지만 모든 인기 티켓 거래가 규제 대상인 것은 아니다. 현행 암표 규제는 공연과 스포츠 경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세계불꽃축제 2026’ 입장권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정가 11만 원보다 크게 높은 30만 원대에 거래되는 사례가 나타났다. 하지만 불꽃축제는 현행 공연법상 ‘공연’에 해당하지 않아 기존 암표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영화표도 비슷하다. 인기 영화가 개봉할 때 아이맥스(IMAX) 명당 좌석에 수십만 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더라도 현재는 공연·스포츠 암표와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기 어렵다. 최근 일부 영화관은 인기관의 예매 가능 매수를 제한하는 등 자체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는 영화 등 현재 규제 대상에서 빠진 분야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암표방지법 시행 직후부터 선수 사진이나 커피 쿠폰을 앞세운 우회 거래가 등장하면서 법의 실효성도 시험대에 올랐다. 앞으로는 티켓이라는 이름을 쓰지 않은 거래라도 실제 목적이 웃돈을 얹은 입장권 재판매인지 가려내는 것이 단속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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