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 사기'로 40억 가로챈 그 인물, 이번엔 '대동강 맥주 팔이'로 또 33억 꿀꺽했다
양경숙 씨 / 연합뉴스

과거 정치권 공천 헌금 사기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던 라디오21 편성본부장 출신 양경숙 씨가 북한 대동강 맥주 수입 및 마스크 지원 사업을 빙자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33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 5년의 중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대법원은 허위 대북 사업을 내세워 피해자들을 기망하고 편취한 자금을 가상자산 투자와 채무 변제 등에 사적으로 유용한 양 씨의 사기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범행 발각 직후 해외로 도주했다가 중국 공안에 의해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되는 등 불량한 범행 후 정황과 과거 동종 전과 이력 등이 양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2일 법조계 기록에 따르면 대법원 1부 주심 서경환 대법관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 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지난달 최종 확정했다.

양 씨는 2020년 12월~2022년 3월 이른바 장마당 프로젝트라는 명칭의 대북 사업을 기획했다고 주장하며 7명의 피해자에게 접근해 투자금 명목으로 총 33억 3325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해당 프로젝트는 북한에서 생산된 대동강 맥주를 대한민국으로 들여와 유통망에 판매하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으로 방역용 마스크를 대량 구매해 북한 동포들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양 씨는 피해자들을 철저히 속이기 위해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이름을 도용했다.

양 씨는 피해자들에게 "통일부와 고양시에서 남북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물물교환 캠페인을 주관하고 있다"라며 "북한에 마스크를 지원하는 사업권을 따냈고 통일부와 마스크 단가 계약이 끝났다"라고 기망했다.

나아가 양 씨는 "마스크 3000만장을 북한 동포들에게 지급하고 마스크 1장당 200원 이상의 마진과 최소 수익을 보장한다"라고 거짓 정보를 제공했다.

수사 기관의 계좌 추적 및 압수수색 결과 양 씨가 주장한 대동강 맥주 수입과 마스크 북한 지원 사업은 어떠한 물리적 실체도 없는 완전한 허구로 밝혀졌다. 양 씨는 통일부로부터 관련 대북 사업 승인을 받은 사실이 전무했다.

피해자들로부터 긁어모은 33억여원의 투자금은 사업 목적과 무관하게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을 보전해 주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수법에 동원됐다. 나머지 자금 상당수는 양 씨의 카드 대금 변제와 암호화폐(가상화폐·코인) 구입 등 사적 용도로 탕진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기 행각에 대한 경찰과 검찰의 수사가 개시되자 양 씨는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즉각 해외로 도주했다. 양 씨는 도피 생활을 이어가던 중 중국 현지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검거돼 국내로 송환되는 수모를 겪었다.

사건을 접수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양 씨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이 사건 이전에 사기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두 차례 있음에도 또다시 정치권이나 언론 관계자와 친분을 과시하는 등 종전 범행과 유사한 방법으로 동종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다"라고 질타했다.

재판 과정에서 양 씨 측은 2020년 9월 무렵 중국 및 북한 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대동강 맥주 100만병이 단둥 지역으로 입고됐으나 감염병 사태로 인해 국내 반입이 무산돼 폐기됐을 뿐 실제 수입 의사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계약 당사자인 북한 측 회사들의 실존 여부를 확인할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했다.

지난 4월 열린 2심 재판부는 양 씨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 7명 중 1명과 합의에 이른 사정을 참작해 형량을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법리 오해나 양형 부당의 위법이 없다고 판단해 상고를 기각하고 형을 확정했다.

양 씨는 2012년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 당시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 지원자들로부터 공천 헌금 명목으로 40여억원을 받아 가로챈 이른바 민주당 공천사기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돼 이듬해 징역 3년의 실형을 최종 확정받았다.

형기를 마친 이후인 2015년에는 사문서위조 등의 사건으로 다시 기소돼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한 전력이 있다.

한편 양 씨가 범행의 매개체로 내세운 대동강 맥주는 2002년부터 생산된 북한의 대표적인 주류 상품이다.

북한 당국이 폐업한 영국의 양조장 설비를 고철 가격에 매입해 평양으로 이전한 뒤 설비를 재조립해 생산 공정을 구축했다.

2012년 영국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가 한국 맥주가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취지의 기사를 보도하면서 국내에서도 인지도를 얻은 바 있다.

핫 뉴스

뉴스 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