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겁할 탁구채 가격 때문에 난리... 뭔가 좀 희한한 '동탄 문구점'

중학교 1학년 아들이 학교 준비물을 사러 동네 문구점에 갔다. 탁구채와 탁구공, 볼펜을 골라 아버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잠시 뒤 아버지 휴대전화로 카드 승인 문자가 떴다. 14만9800원이었다.

동탄에 사는 한 학부모가 아들이 문구점에서 가격표 없는 탁구채를 14만원에 결제한 일을 겪었다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도움을 청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돈이 아까운 게 아니라 아이가 많이 속상해해서 부모로서 너무 속상하다"고 적었다.

글쓴이 아들이 14만원에 구매한 탁구채. / 보배드림

글쓴이가 정리한 상황은 이렇다. 지난 2일 오후 6시쯤 아들은 학교 체육 준비물을 사러 동탄4동 주민센터 근처 문구점을 찾았다. 탁구채를 찾지 못하자 점주가 직접 제품을 집어 건넸다고 한다. 해당 탁구채에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았다.

아들은 볼펜까지 고른 뒤 계산대로 갔다. 글쓴이는 "점주에게 카드를 줬고 가격이 얼마인지 얘기가 없어 몰랐다. 점주가 사인을 하고 결제를 진행했다"고 했다. 아들은 영수증을 받고서야 가격을 알았다.

오후 6시 10분 아버지 휴대전화로 승인 문자가 왔다. 아들에게 전화로 상황을 확인한 아버지는 같은 탁구채의 인터넷 판매가가 1만5000~2만원 수준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오후 6시 27분 점주에게 전화해 환불을 요청했다. 그러나 점주는 영수증에 스포츠용품은 교환·반품이 되지 않는다고 표기돼 있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오후 6시 50분쯤 아이 어머니가 다시 전화해 환불을 요구했지만 같은 답이 돌아왔다. 결제 17분 만에 환불을 요청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셈이다. 글쓴이는 "17분 내에 환불을 요청했는데도 영수증에 스포츠용품은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표기됐다며 환불 불가만 주장한다"고 했다.

글쓴이 아들이 14만원에 탁구채를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 / 보배드림

다음 날부터 부모는 본사와 여러 기관에 도움을 청했다. 글쓴이에 따르면 본사 직원은 "제품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판단된다"며 점주에게 환불을 권고했다. 그러나 점주는 완강히 거부했다고 한다. 본사 측은 "매장에서 구매한 상품이라 매장의 자율 권리여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소비자 상담도 벽에 부딪혔다. 글쓴이는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상담을 신청했으나 "일반 거래로 쌍방 간 합의가 안 되면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상담사도 '아무리 그래도 미성년자인데 취소 좀 해주지'라며 안타까워했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가격 자체가 다른 지점과 크게 차이 난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그는 같은 모델을 파는 다른 매장 세 곳에서 아들이 산 제품의 바코드를 찍어 가격을 확인했다고 한다. A지점은 2만5000원, B지점은 3만원, C지점은 2만2000원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글쓴이는 "해당 업주는 유통 구조가 달라서 비싸게 사와 비싸게 판다고 하더라"라고 전했다.

영수증 표기를 두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영수증을 보면 탁구채는 잡화 항목으로 분류돼 개당 7만원, 2개 14만원으로 찍혔다. 여기에 탁구공 8000원과 볼펜 1800원이 더해져 합계 14만9800원이 됐다. 글쓴이는 개당 7만원이라는 값이 실제 판매가가 아니라 탁구채 모델명 'P-7.0P'에 들어간 숫자 '7.0'을 그대로 가격에 붙인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그는 점주에게 이를 따졌지만 "모델명이 곧 가격이라 7만원이 맞다"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글쓴이는 주 고객이 미성년자인 매장의 판매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 관념이 미숙한 미성년자나 어린이를 상대로 영업하는 매장이면 가격을 확인할 수 있게 표기나 공지가 돼야 한다"며 "모르는 상태에서 구매가 되게끔 환경을 만들어 놓고 계산대 화면의 가격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채 결제가 진행되면 영수증 문구를 빌미로 환불 불가를 주장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영업을 수년 전부터 해왔다는 걸 동탄 맘카페에서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연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대응 방법을 쏟아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것은 점주가 대신 서명한 대목이었다. 한 누리꾼은 "결제 사인을 점주가 했다면 그것부터 걸고 넘어가라"며 "카드 소유주가 서명하지 않았으니 카드사에 부정 사용으로 이의를 제기하라"고 했다.

미성년자 계약 취소권을 근거로 제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중학생이 부모 동의 없이 한 고액 결제는 민법상 취소 대상"이라며 "매장 자체 규정보다 민법이 우선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14만원은 중학생의 단순 용돈 범위를 벗어난 지출로 볼 여지가 크다"고 했다.

가격표시제 위반으로 신고하라는 조언도 이어졌다. 한 누리꾼은 "일정 규모 이상의 소매점포는 상품에 판매 가격을 표시할 의무가 있다"며 "관할 구청에 신고하라"고 했다. 다만 문구점이 가격표시제 대상인지를 두고는 누리꾼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업체 대응을 비판하는 반응도 쏟아졌다. 탁구를 취미로 한다는 한 누리꾼은 "저 제품은 온라인에서 1만원대에 팔린다"며 "문구점이라도 2만원 안팎이 적당하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포장도 뜯지 않은 물건을 환불해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아이에게 카드를 맡긴 것을 두고선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글쓴이는 "스스로 준비물을 챙기는 연습을 시키려다 이런 일이 벌어졌다"며 "부부가 회사 생활이 바빠 챙기지 못한 게 아쉽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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