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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의 신간을 대량으로 사들인 혐의를 받는 유명 에세이 작가와 구매를 도운 출판사 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작가가 비용을 부담하고 출판사 대표가 전국 서점을 돌며 책을 반복 구매한 것으로 파악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정혜승)는 9일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위반 혐의로 40대 작가 A씨와 50대 출판사 대표 B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24년 3월부터 7월까지 한 대형서점의 전국 매장을 돌며 A씨가 같은 해 1월 출간한 신간 1631권을 사들인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이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늘려 해당 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하고 높은 순위를 유지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6년 출간한 책이 약 170만 부 팔린 에세이 작가다. B씨는 과거 A씨의 다른 책을 출간하면서 알게 된 출판사 대표로 조사됐다. 다만 B씨가 운영하는 출판사는 이번에 사재기 대상으로 지목된 신간을 출판한 곳은 아니다.
검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책을 구매하는 방법을 사전에 논의했다. A씨가 책을 살 자금을 건네면 B씨가 여러 지역에 있는 서점을 찾아가 매장에서 직접 책을 구입하는 방식이었다.
같은 매장에서 여러 차례 구매할 때는 직원이 바뀐 뒤 다시 책을 사거나, 책의 포장을 일부러 훼손한 뒤 손상된 책을 직접 사겠다고 말하는 방법 등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기간 해당 신간의 전체 판매량은 1만 1135권이었다. 이 가운데 검찰이 사재기 물량으로 판단한 책은 1631권으로 전체의 약 14%를 차지한다.
검찰은 대량 구매가 실제 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사재기가 이뤄진 기간 해당 책은 대형서점 분야별 주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기존 3~4위권보다 높은 2~3위권까지 올라간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책을 대량으로 구매해 베스트셀러에 진입하는 것이 별도의 광고비를 투입하는 것보다 홍보 효과가 크다고 보고 범행한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는 매장에서 이뤄지는 비회원 구매를 걸러내기 어려운 베스트셀러 집계 방식도 확인됐다.
해당 서점은 회원 한 명이 같은 날 같은 책을 여러 권 구매하면 판매량을 한 권으로 계산하는 등 사재기를 막기 위한 방식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회원 정보가 남지 않는 비회원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책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반복적인 구매를 확인하거나 사재기 여부를 가려내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2024년 12월 17일 이 사건과 관련한 고발장을 경찰에 제출했다. 고양경찰서는 수사를 거쳐 지난해 9월 2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뒤 해당 서점에서의 판매량과 베스트셀러 순위 변화 등을 추가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대량 구매와 순위 상승 사이의 관계 등을 확인한 뒤 A씨와 B씨를 재판에 넘겼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은 책 판매량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이른바 사재기를 금지하고 있다.

현행법 제23조는 간행물의 저자나 출판사 대표자 등이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책을 부당하게 구입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저자나 출판사가 직접 책을 사는 경우뿐 아니라 관련된 사람에게 책을 부당하게 사도록 하는 행위도 금지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저자가 자신의 책을 구매했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며,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과 부당한 구매에 해당하는지가 법 적용의 핵심이 된다.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A씨가 구매 자금을 부담하고 B씨가 여러 매장에서 반복적으로 책을 사들인 행위를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한 부당 구매로 판단해 출판문화산업 진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은 이 같은 사재기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정하고 있다.
법 제27조의3에 따르면 판매량을 높일 목적으로 간행물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자에게 구매하도록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법에는 유통 과정에서 사재기 정황이 확인될 경우 관계 자료 제출이나 도서판매집계 제외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돼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나 시·도지사는 간행물의 유통질서를 위해 판매·거래 관련 자료 제출을 명령하거나 해당 간행물을 판매 집계에서 제외하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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