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말도 믿지 않았다… '성폭력 망상'에 무고한 남성 살해한 20대, 항소심서 한 말

가족이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망상에 빠져 무고한 남성을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0년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심에서 계획범죄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도 1심 형량이 가볍다며 항소한 가운데 재판부는 다음 공판에서 피해자 유족을 증인으로 신문하기로 했다.

살인은 인정했지만 계획범행은 부인

9일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살인과 특수주거침입, 특수상해, 특수감금 혐의로 기소된 A(27) 씨의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한 AI 단순 자료 이미지.

A 씨 측은 피해자 B(45) 씨를 살해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가족에 대한 성범죄 공소시효가 지나기 전 B 씨를 처벌받게 하려는 목적이었을 뿐 처음부터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1심이 선고한 징역 30년에 대해서도 형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감형을 요청했다.

반면 검찰은 1심의 징역 30년이 오히려 가볍다며 항소하고, 이날 피해자 유족 2명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재판부는 유족 2명 가운데 1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며, 오는 11월 11일 열리는 다음 공판에서 증인신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흥신소로 주소 파악한 뒤 피해자 집 찾아가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1월 16일 강원 원주시 태장동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했다.

A 씨는 과거 성범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아 복역하던 중 B 씨가 약 20년 전 자신의 가족을 성폭행했다는 망상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출소한 A 씨는 B 씨의 거주지를 찾기 위해 흥신소까지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씨는 사건 당일 B 씨가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를 찾아갔다. 과일을 배달하러 온 택배기사인 것처럼 속여 집 안으로 들어간 뒤 당시 집에 있던 B 씨의 어머니 C(71) 씨를 폭행하고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C 씨는 약 5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A 씨는 C 씨를 집 안에 약 2시간 동안 감금한 채 B 씨가 돌아오기를 기다린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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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시 39분께 B 씨가 귀가하자 A 씨는 집 안에 있던 흉기를 이용해 B 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 씨의 어머니와 동생은 성폭행 피해를 입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밝혔지만, A 씨는 자신의 주장을 거두지 않고 B 씨를 성범죄 혐의로 고소하거나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 씨에게 A 씨가 주장한 책임이 있다고 인정할 자료가 없다고 판단했다.

1심 징역 30년·전자발찌 20년 부착 명령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 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출소 후 위치추적 전자장치 20년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A 씨가 근거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계속 반복하면서 숨진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유족에게 추가적인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또한 검사 결과 A 씨에게 반사회적 성격장애 특성이 나타났으며, 이전 범죄로 처벌받은 이후 이러한 성향이 심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점도 양형 이유로 밝혔다. 피해 회복 조치가 없었고 유족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반영됐다.

살인죄 법정형은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A 씨에게 적용된 가장 무거운 혐의는 살인이다. 현행 형법 제250조 제1항은 사람을 살해한 경우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형법은 계획성이 있는 살인을 별도의 죄명으로 구분해 다른 법정형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계획 여부는 실제 형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려될 수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살인범죄 양형기준에서도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거나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준비한 경우를 계획적 살인 범행으로 보고 양형 요소에 포함한다.

B 씨의 어머니를 상대로 한 범행에는 특수상해와 특수감금 혐의가 적용됐다. 형법 제258조의2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일반 상해보다 범행 수단과 위험성이 무거운 경우를 별도로 처벌하는 규정이다.

특수감금은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사람을 감금했을 때 적용된다. 일반 감금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특수감금이 인정되면 일반 감금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다. 감금 과정에서 가혹한 행위를 한 경우에는 중감금죄 규정까지 함께 검토될 수 있다.

특수주거침입죄도 별도로 적용됐다. 형법 제320조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해 타인의 주거 등에 침입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다. A 씨는 살인 외에도 특수주거침입, 특수상해, 특수감금 혐의로 함께 기소돼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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