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위원장-부위원장 대화 녹취록 유포 일파만파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의 최승호(오른쪽)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 / 뉴스1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 지도부의 내부 갈등을 그대로 드러낸 녹취록이 공개돼 파장이 일고 있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의 장인 업체 수의계약 논란에서 촉발된 갈등이 내부 감사 요구를 둘러싸고 최 위원장과 이송이 부위원장이 정면으로 맞붙는 양상으로 번졌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 뉴스1

10일 뉴스1 보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초기업노조 지도부 대화 녹취록에는 최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이 노조 회계와 운영 문제를 놓고 격하게 대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사업부 간 갈등으로 표면화됐던 초기업노조 내부 문제가 지도부 간 충돌로까지 옮겨붙은 셈이다.

갈등의 발단은 최 위원장의 장인이 운영하는 업체와 맺은 물품 수의계약이었다. 앞서 초기업노조는 지난 3월 공동투쟁본부가 구성된 뒤 홍보 활동과 집회에 쓸 물품 공급을 최 위원장 장인이 운영하는 A사와 계약했다. 계약 규모는 3억 원대로 알려졌다. 노조는 A사에서 우의와 신호봉, 앰프 등 집회·행사용 물품을 사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위원장의 친인척 업체와 계약을 맺은 만큼 계약 과정과 조합비 집행이 적절했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가족 특혜와 이해충돌 의혹, 부당 이익 논란도 뒤따랐다.

최 위원장은 계약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사적 이익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는 조합원 익명 채팅방 해명글에서 "쟁의행위와 집회 준비 과정에서는 정해진 일정 안에 물품을 확보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계약마다 가격뿐 아니라 품질, 납품 가능 일정, 업무 수행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끼 발주 과정을 예로 들며 "조끼 발주 역시 같은 기준에 따라 진행됐고 당시 비교한 업체 가운데 B사는 1벌(인쇄 포함) 1만 2000원이었기에 보류했고 A사는 8500원, C사는 1만 원으로 두 곳에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A사가 공동투쟁본부에서 요구한 납품 일정을 맞출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고 했다.

최 위원장은 "해당 계약으로 인해 위원장 개인에게 리베이트, 수수료, 환급 등 어떠한 금전적 이익도 귀속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교 견적 상 더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진행함으로써 조합비 지출을 줄이고, 동시에 긴급한 조끼 배포 일정에 맞추기 위한 판단이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그는 "해당 업체가 위원장과의 친족관계만을 이유로 선정됐다거나 위원장이 이를 통해 개인적인 이익을 취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논란이 커지자 노조 내부에서는 계약의 적절성을 검증하자는 요구가 나왔다. 이 과정에서 지도부가 정면으로 부딪쳤다. 공개된 녹취록에서 이 부위원장이 회계 문제를 지적하며 "내부 감사할 겁니다"라고 하자 최 위원장은 "총회는 위원장 직권"이라며 위원장 권한을 앞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 뉴스1

특히 최 위원장은 이 부위원장에게 "위원장 권한으로 근로 면제 빼드릴 테니 광주로 가셔서 대응하세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노조 안팎에서는 내부 문제를 제기한 간부의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박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려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녹취록에는 사업부별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도 담겼다. 이 부위원장은 최 위원장을 겨냥해 "반도체 성과급을 위해서 DX(완제품)를 버린 거잖아요", "'DS(반도체) 노조'라는 말을 꺼낸 순간부터 상처받기 시작한 거예요"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 위원장은 DX 조합원들이 별도 조합을 세우는 방안을 거론하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의 뿌리에는 성과급 배분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초기업노조는 당초 DS와 DX를 아우르는 통합 노조를 표방했다. 그러나 지난 5월 체결된 임금협약을 계기로 두 부문의 골이 깊어졌다. 협약에 따라 DS 부문에는 일정 실적 요건을 채우면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삼는 특별경영성과급이 신설됐다. DX 부문에는 상생협력 차원에서 1인당 600만 원 상당의 자사주가 지급된다.

이 같은 차등 지급을 놓고 DS 부문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DX 부문 중심의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동행노조가 갈등을 빚어왔다. 쟁점은 성과급 재원을 사업 부문별로 나눌지 전사 차원에서 배분할지다. 초기업노조에 따르면 전삼노와 동행노조는 전사 재원을 활용한 분배를 요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부문 간 차이를 이유로 전사 재원 통합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요구를 내년 교섭안에 포함할지는 조합원 투표로 정할 방침이다. 2027년 공동교섭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내부 갈등은 조직 개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초기업노조는 최근 '2026년 5차 총회 공고'를 통해 DS 부문 소속 근로자만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규약 개정안을 표결에 부친다고 공지했다. 개정안이 가결되면 현재 가입한 DX 조합원은 탈퇴 처리된다. 사실상 완제품 부문을 제외하고 반도체 노조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최 위원장은 공지에서 "DS 부문 노동조합으로 규약 변경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투표는 오는 16일 오후 2시부터 22일 오전 10시까지 모바일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같은 총회에는 이 부위원장과 이원일 광주지회장에 대한 불신임 안건도 각각 상정됐다. 공고는 두 안건에 대해 '3분의 2 찬성 시 불신임'이라고 명시했다. 다만 구체적인 불신임 사유는 담기지 않았다. 집행부 내부에서도 DX 부문 대응과 조직 운영 방향을 놓고 이견이 표출됐고 상호 불신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최 위원장이 500만 원가량의 직책수당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며 노조 운영의 투명성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초기업노조는 당시 직책수당 한도 정비를 약속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삼성전자 임직원 개인정보를 빼내 노조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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