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만 명 몰린 KTX 추석 예매… 대기 시간만 2시간 넘어

올해도 어김없이 KTX 추석 명절 승차권 예매 전선에서 극심한 접속 지연과 대기열 정체 현상이 되풀이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고 대규모 서버 증설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예매 당일 현장에서는 접속 장애에 가까운 대란이 재현됐다.

코레일과 SR의 고속철도 통합 운행이 시작된 지난 1일 서울역에 기존 SRT의 자주색 외관에 KTX 표지를 단 열차가 정차해 있다. / 뉴스1

11일 관련 업계와 코레일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서울 출·도착 KTX 경부선 명절 승차권 예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코레일 예매 전용 홈페이지 및 앱에는 대규모 접속자가 몰려들었다. 예매 개시 수 초 만에 접속을 시도한 이용자들에게도 수십만 대에 달하는 대기 순번이 부여되는 등 접속 차질이 이어졌다.

정각 접속해도 대기 순번 17만 번… 60대 증설 서버 효과 '글쎄'

11일 오전 7시 예매 개시 직후 코레일 예매 전용 시스템은 밀려드는 이용객을 원활히 처리하지 못하고 정체 현상을 보였다. 예매 시작과 동시에 대기 인원은 순식간에 75만 명까지 치솟았다.

KTX와 SRT의 통합 운행을 하루 앞두고 있던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 KTX가 정차돼 있다. / 뉴스1

대기 순번이 서서히 줄어드는 동안 이용자들은 브라우저 강제 종료나 시스템 오류를 우려하며 대기 화면을 지켜봐야 했다. 힘들게 시스템에 접속하더라도 귀성객이 집중되는 주요 시간대의 하행선 좌석은 이미 대부분 매진된 상태였다.

이번 접속 지연 파장은 코레일이 명절 예매를 앞두고 대대적인 시스템 보완을 공언해 왔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코레일은 KTX와 SRT 명절 예매 통합 등 대규모 수송 수요에 대비해 기존 11대 수준이던 예매 서버를 60대까지 대폭 증설했다고 밝혔다. 통신 대역폭 역시 기존 6Gbps에서 40Gbps로 6배 이상 확충했고 230여 차례가 넘는 사전 모의 테스트를 거쳐 접속 지연을 최소화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대비책 발표가 무색하게 예매 일정 내내 접속 장애가 이어졌다. 전날인 지난 10일 호남선 및 수서역 출·도착 KTX 노선 예매 당시에도 최대 50만 명의 접속자가 몰리며 약 2시간 동안 시스템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이어 11일 경부선 예매에서도 동일한 접속 정체가 되풀이되면서 코레일의 사전 점검과 대책 마련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일반 시민 2시간 대기할 때… 매크로 차단망 우회 구멍

일반 이용자들이 수시간 동안 접속 대기열에 갇혀 불편을 겪는 사이 한편에서는 자동화 프로그램(매크로) 탐지 체계를 유유히 우회하는 불법 대행 행위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일부 유료 승차권 예매 대행업체들이 코레일의 현행 매크로 탐지 및 차단 보안 체계를 무력화해 승차권을 선점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들은 정상적인 회원 계정을 이용할 경우 시스템상에서 해당 접속이 대행업체의 매크로 프로그램인지 실소유자의 정상 접속인지 구별하기 어렵다는 허점을 악용했다. 이용자들로부터 코레일 회원번호와 비밀번호를 넘겨받은 뒤 매크로를 가동해 승차권을 확보하고 예약에 성공하면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구조다.

문제는 코레일 측의 미온적인 대처 시점이다. 코레일은 이런 우회 접속 방식을 이미 인지하고 보안 솔루션 공급사에 시스템 보완을 요청했으나 정작 불법 매크로를 차단할 핵심 보안 패치 적용 시점은 이번 추석 명절 예매 일정이 모두 종료된 이후인 '10월'로 예정돼 있다. 결과적으로 이번 추석 명절 예매 기간에는 매크로 우회 접속을 막을 신규 보안 패치가 전혀 적용되지 않은 셈이다.

김 의원은 "명절마다 예매 전쟁으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불법 매크로업체의 편법 행위에 부당하게 피해를 보고 있음이 명백히 확인됐다"라며 "전 국민적 피해와 불공정 행위를 인지하고도 정부와 코레일이 이를 방치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긴급 차단 조치를 포함한 즉각적인 대처가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시스템 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절차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코레일 관계자는 "새롭게 개발 중인 매크로 탐지 및 차단 기능은 정상적인 일반 이용자의 예매까지 실수로 제한하는 '오탐' 사고를 막아야 한다"라며 "이를 위해 충분한 사전 테스트와 시스템 안정성 검증 작업이 선행돼야만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추석 예매 기간에는 현재 구축된 모니터링 체계로 대응하고 보완된 차단 패치는 검증을 거쳐 다음달 중 정식 적용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반복되는 명절 예매 난항… 기술 점검 및 제도 개선 목소리

명절마다 반복되는 승차권 예매 대란에 대해 기술적 보완과 함께 근본적인 시스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동시 접속자 수가 100만 명 안팎인 상황에서도 접속 정체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코레일이 강조한 '서버 증설'이나 '사전 모의 테스트' 등의 대책이 실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명절 귀성객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구축된 공공 예매 시스템이 불법 우회 프로그램의 허점과 접속 지연 문제로 흔들리고 있는 만큼 향후 매크로 차단 체계의 조속한 도입과 대규모 트래픽 처리 기술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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