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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요청한 가운데 12일 서울과 대전 등에서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정부에 파병 검토 중단을 요구하며 도심 행진에 나섰다.
참여연대와 자주통일평화연대 등 종교·시민·민중·평화 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은 행사에 540여 개 단체가 참여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미국의 전쟁 중단과 한국 정부의 파병 거부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관련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 단체는 국방부가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아랍에미리트에 현지 조사단을 보낸 점을 거론했다. 이들은 “국방부가 최근 호르무즈 파병 관련 아랍에미리트에 현지 조사단을 보냈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조사 결과를 보고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파병을 결정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미국의 대이란전에 군을 파병하는 것은 침략전쟁에 가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선우 스님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적 군사 행동으로 촉발된 이 전쟁은 명분 없는 침략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수많은 시민사회단체는 대한민국 헌법 제5조가 명시한 침략적 전쟁의 부인과 국제 평화유지의 정신을 들어 파병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 속을 뛰어들라는 강대국의 부당한 압박에 굴복하며 우리들의 소중한 자녀들을 이기적인 전쟁의 도구로 희생시킬 순 없다”며 “국익이란 이름의 포장지가 생명의 무게보다 무거울 순 없다”고 지적했다.
선우 스님은 또 “폭력은 더 큰 폭력을 낳고 보복은 또 다른 보복의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라며 “타국의 피 위에 세워지는 평화란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군 입대가 예정된 아들이 있다는 김수경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도 연단에 올랐다.

김 대표는 “왜 우리 청년들이 트럼프가 일으킨 침략 전쟁의 뒤풀이를 감당해야 하냐”며 “국익을 위해 파병을 검토한단 말은 추상적인 외교 언어가 아니라, 군에 보내는 아들이 전쟁이 벌어지는 지역에 갈 수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을 청년 노동자라고 소개한 고건 씨는 이재명 정부를 향해 파병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고 씨는 “빛의 혁명을 거쳐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도 감히 못 한 해외 파병을 추진한단 사실에 깊은 배신감을 느낀다”며 “한 사람의 청년으로서 대통령에게 요구한다. 제가 앞으로 수십 년을 살아갈 이 나라가 전쟁에 휩쓸리지 않도록 올바른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집회 참가자들은 행사를 마친 뒤 르메이에르 빌딩 앞에서 주한미국대사관을 거쳐 청와대까지 행진했다.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는 미국의 호르무즈 파병 압박 중단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호르무즈 파병에 반대하는 국민동의청원 서명운동도 진행한다. 오는 15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에게 파병 거부 결정을 요구하는 평화연대를 이어갈 계획이다.
서울뿐 아니라 대전에서도 파병 반대 집회가 열렸다.
대전자주통일평화연대는 이날 오후 5시 대전 중구 으능정이거리 스카이로드 일대에서 호르무즈 파병 반대 집회를 열고 정부에 파병 검토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은 “비전투 임무든 군수 지원이든 그 바다에 들어가는 순간 대한민국은 전쟁 당사국이 된다”며 “미국이 자국 패권을 위해 벌인 침략 전쟁의 뒷수습에 우리 청년들이 피를 흘려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거리행진을 벌였다. 현장에서는 ‘명분 없는 침략전쟁, 호르무즈 파병 강요’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시민단체 촛불행동도 이날 오후 5시 주한미국대사관 인근에서 파병 반대 집회를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병 압력을 규탄하며 광화문역에서 종각역 일대를 행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동맹국들이 미국을 충분히 돕지 않고 있다며 한국을 직접 거론했다.
그는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폭스뉴스에 출연해 “우리는 나토와 다른 나라를 돕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고 있지만, 거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며 “한국이 예시”라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11일 세예드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교부 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한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모든 선박의 자유롭고 안전한 통항이 보장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정부는 호르무즈 내 자유 통항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지속 동참해 왔다”고 말했다.
이두희 국방부 차관은 지난 10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현지 조사단의 중동 방문에 대해 “반드시 파병을 전제로 한다거나 파병을 준비한다기보다는 전반적인 상황을 평가하고 검토하기 위한 단계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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